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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기자회견 나예프 알파예즈 유네스코 문화사무총장보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기자회견나예프 알파예즈 유네스코 문화사무총장보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19일, 약 3000명의 유네스코 관련 전문가들이 부산을 찾아 머물고 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을 맞는 마음으로 이 총회를 환영한다. 그러나 환영만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세계유산을 지켜야 할 유네스코 자신의 문제, 그리고 개최국인 한국의 문제를 이 자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세계유산은 자본에 종속되어 있다

이번 총회의 의제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세계유산이 자본과 경제 논리에 종속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논의다. 무분별한 자본과 권력의 개발 앞에서 유네스코는 방치자에 가깝다. 때로는 패권과 자본의 편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거대한 패권과 자본을 가진 강국이 세계 최고의 페르시아 문명 유적을 폭격으로 훼손해도, 인류 문명의 보고인 수메르 문명이 폭격당하고 그 박물관이 점령되어 유물이 약탈당해도, 바레인의 아름다운 근대건축이 폭격으로 지옥과 같이 파괴되어도 유네스코는 형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인류 공동의 유산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것을 막는 것, 그것이야말로 유네스코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수익금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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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세계유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금을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원칙은 어디에도 없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가 대표적이다. 막대한 입장료 수익을 운영권을 독점한 베트남 업체가 독식하고, 그 일부는 최고 권력자에게 상납된다는 논란이 2015년까지 이어졌다. 2016년부터 국영 기업인 앙코르 엔터프라이즈가 입장권 판매를 맡고 있지만 유적을 실제로 관리하고, 앙코르와트의 엄격한 관리 규제로 피해를 보는 원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지원은 미비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민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차등을 두어 과도한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그렇게 걷힌 돈이 세계유산의 보존과 보전에 민주적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도 논의도 없다. 유네스코가 스스로 '문화민주주의'의 실천자인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다.

권고를 어겨도 벌이 없다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했던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당사국을 방치하는 것도 문제다. 일본의 군함도와 사도 광산이 그렇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여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현장에 공개하고 소상히 알리라는 권고를 받았고, 등재 당시 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세계유산에 대해 등재를 취소할 수 있는 강력한 징계 제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악용해 정부 예산을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보전보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소유자들의 문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서류를 위조해 정부 예산을 착복하거나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있다면, 해당 유산을 보류 목록에 올리고 반성과 대책 마련이 없을 경우 등재를 취소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유네스코는 이 모든 문제 앞에서 문화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진정한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총회를 여는 한국, 그 안방은 안전한가

 환경문화시민단체들은 지난 19일 부산 벡스코 앞에서 '등재를 넘어 보전! 세계유산 보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새만금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키국민행동,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한국환경회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태릉·강릉, 서오릉, 종묘 일대의 개발을 세계유산 영향평가 완료 전까지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문화시민단체들은 지난 19일 부산 벡스코 앞에서 '등재를 넘어 보전! 세계유산 보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새만금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키국민행동,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한국환경회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태릉·강릉, 서오릉, 종묘 일대의 개발을 세계유산 영향평가 완료 전까지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환경회의

이제 총회를 개최하는 한국의 문제로 눈을 돌려보자. 정작 한국의 세계문화유산들은 반복되는 행정 실패로 훼손 위기에 놓여 있다.

김포 장릉 사태가 그 최악의 선례다. 국가유산청의 사전 관리와 점검 실패, 기준 적용 누락, 그리고 법원의 책임 회피가 겹치면서 세계유산 경관 훼손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토교통부는 태릉과 강릉 일대의 원형을 복원하기는커녕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제1호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에서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 고층 재개발을 계획 중이다. 조선왕릉의 하나인 서오릉 앞에도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문화경관과 스카이라인, 공간적 특성이 위협받고 있다.

서로 다른 잣대, 하나의 실패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부 기관과 지방정부의 이중적 태도다. 태릉에서는 중앙정부가 개발을 밀어붙이고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데 종묘에서는 정반대다.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하고 중앙정부가 제동을 건다. 보존의 원칙이 기관마다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유산 보호 체계의 근본적 실패다.

세계유산영향평가(HIA)는 본래 훼손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오히려 개발을 정당화하는 절차로 오용될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태릉·강릉 인근 주택공급 계획을,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세계유산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전면 중단해야 한다. 창릉신도시 개발 역시 실제 조망과 경관 연속성이라는 기준으로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3000명의 유네스코 전문가가 부산에 모인 지금, 이 질문을 함께 던지고 싶다. 세계유산은 누구의 것인가. 자본과 권력의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지키고 물려받아야 할 모든 사람의 것인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그 답을 실천할 용기가 유네스코와 한국 모두에게 남아 있는지가 문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이 썼습니다.


#유네스코#세계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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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wearea) 내방

문화유산공부를 1988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정확한 문화유산관련 기사를 쓰고 싶어서 기자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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