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광역시청사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대전시 수의계약 실태에 대한 2차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른바 '쪼개기 계약'과 '간판 갈이', 특정 업체 몰아주기 의심 사례에 대한 감사와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4일 보도자료와 성명을 내고 "대전광역시는 '쪼개기·간판 갈이' 의심 수의계약에 대해 해명하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23일 발표한 1차 보고서에서 민선8기 대전시 본청 계약의 70.0%가 수의계약이고, 이 가운데 84.5%가 경쟁 없이 업체를 직접 지정하는 1인 견적이며, 용역 분야는 91.2%가 수의계약이라는 구조적 실태를 밝힌 바 있다.
또 민선7기 연평균 수의계약 금액이 893억 원이었던 데 비해 민선8기에는 1655억 원으로 약 1.85배 증가했고, 민선8기 수의계약 업체 4727개 가운데 약 62%인 2940개가 민선7기 수의계약 이력이 없는 신규 업체라고 지적했다.
이번 2차 보고서는 1차 보고서에서 제기한 총량과 구조의 문제를 토대로, 대전시 본청·직속기관과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공개계약 자료를 전수 재계산해 개별 의심사례를 심층 분석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2018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대전시 본청·직속기관 계약 4만4940건과, 2026년 7월 기준 산하 출자·출연기관 16곳의 계약 3만6163건이다.
대전참여연대는 이번 조사 결과 대전시 수의계약 의심 정황을 네 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상호를 여러 차례 바꾸며 계약 이력이 분산된 '간판 갈이' ▲계약명과 과업이 사실상 같은 사업을 여러 건으로 나눈 '쪼개기' ▲개별 계약 한 건이 1인 견적 한도를 넘긴 정황 ▲성격이 다른 여러 부서의 사업이 특정 업체에 반복 배정된 '몰아주기' 의심이다.
"동일 사업자 상호 바꿔 계약 이어가... 계약 집중 드러나지 않을 수 있어"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4일 보도자료와 성명을 내고 "대전광역시는 '쪼개기·간판 갈이' 의심 수의계약에 대해 해명하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밝혔다. 사진은 간판갈이 의심 사례.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참여연대가 대표 사례로 제시한 것은 'A계열①→A계열②→A계열③'으로 상호를 세 차례 바꾼 업체군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체군은 민선8기 4년 동안 대전시 본청과 산하기관을 합쳐 모두 119건, 약 16억2000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수주했다. 본청에서는 83건, 약 8억9500만 원을, 산하기관 11곳에서는 36건, 약 7억2900만 원을 각각 수주했다.
대전참여연대는 "세 상호는 활동기간이 겹치지 않고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법인 등기부등본상 동일 사업자, 동일 대표자의 상호변경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상호가 바뀌는 사이에도 '공무원증 케이스', '대전광역시 조직도 제작' 등 동일 품목의 수의계약이 끊김 없이 이어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상호변경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계약 이력이 분산돼 수의계약 집중이 드러나지 않는 대표 정황"이라며 "각 부서가 동일 사업자임을 인지하고 반복 계약했는지 소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쪼개기 계약' 의심 사례도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디자인진흥원의 '2022년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 전용공간 및 CMF전시대 구축 실시설계 용역'은 계약명이 완전히 동일한 3750만 원짜리 계약 3건으로 나뉘어 발주됐고, 12개월 안에 합산하면 1억1250만 원으로 수의계약 상한을 넘는다는 것이다.
또 대전인재개발원 위탁교육 과정은 특정 교육업체에 반복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참여연대는 해당 업체가 민선8기 들어 인재개발원 위탁교육 건수의 23.5%, 위탁교육 금액의 33.9%를 수주했고, 워크숍 교육에서는 건수 기준 45.7%, 금액 기준 51.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방계약법 시행령상 동일 사업이나 동일 목적물이 12개월 안에 분할 발주될 경우 유사계약을 합산해 추정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며, 대전시는 각 계약의 과업지시서와 수의사유서를 공개해 동일 사업의 분할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별 1인 견적 한도 초과 의심 사례도 거론됐다. 대전참여연대는 여성기업 등 특례업체라도 1인 견적은 추정가격 5000만 원 이하까지만 허용되는데, '활기찬 미래설계' 1기와 2기, 통장연합회 음악회 등 일부 계약이 5320만 원에서 5458만 원 수준으로 1인 견적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전시는 해당 계약의 예정가격 산정 근거와 부가가치세 포함 여부를 공개해 개별 1인 견적 한도 초과 여부를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료 공개하고 감사위원회 자체 감사 착수해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4일 보도자료와 성명을 내고 "대전광역시는 '쪼개기·간판 갈이' 의심 수의계약에 대해 해명하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밝혔다. 사진은 1인 견적 반복 의심 사례.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여러 부서 몰아주기 의심도 제기됐다. 대전참여연대는 민선8기 본청 용역 수의계약 7927건을 업체별로 전수 집계한 결과, 여러 부서에 걸쳐 반복 수주한 업체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법정 안전점검, 재해예방 기술지도, 전기안전관리 대행, 석면조사 등은 제도적 배경이 있는 만큼 홍보·행사·디자인 등 재량성 용역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핵심은 민선7기에는 없다가 민선8기에 신규 등장해 여러 부서로 확산된 재량성 홍보·행사·디자인 업체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선8기 신규 등장 업체 2982개 가운데 5개 이상 부서에서 수의계약을 받은 업체는 49개사, 970건, 약 67억7000만 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재량성 홍보·행사·디자인 그룹은 10곳, 186건, 약 19억1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A계열③은 18개 부서, 62건, 약 6억8300만 원을 수주해 이 그룹에서 가장 많은 계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참여연대는 "다수 계약이 곧 위법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부서의 별개 사업에서 임기 교체와 같이 여러 부서가 동시에 수의계약 대상을 변경했다면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라며 "핵심은 업체 선정 절차가 공정했는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전시에 관련 계약의 계약서, 과업지시서, 수의사유서, 추정가격, 사업제안서 등 수의계약 근거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전시 감사위원회 차원의 자체감사에 즉시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대전참여연대는 "대전시가 감사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직접 감사청구에 나설 방침"이라며 "1차 보고서에서 제안한 수의 사유 공개 의무화, 수의계약 총량 관리제, 쪼개기·몰아주기 정기 점검을 민선9기 제도개선 과제로 다시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