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가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 촉구, 2026 민주노총 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이자 산업재해"라며 폭염 휴식권과 폭염 시 작업중지권 실질적 보장 등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가 해마다 반복되는 '역대급 폭염' 속에서 건설현장, 학교급식실, 이동노동자, 경비노동자 등 폭염 취약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폭염감시단 활동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14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 촉구, 2026 민주노총 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이자 산업재해"라며 "폭염 휴식권과 폭염 시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전시와 산하기관이 발주하는 트램, 굴절버스, 종합운동장 공사 등 공공기관 하청노동자와 이동노동자의 폭염 보호조치를 요구하고, 학교급식실 노동자와 경비노동자, 배달·플랫폼 노동자 등 고온·고열 작업에 노출된 실내외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마련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폭염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영정피켓과 흰국화를 들고 추모묵념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기후이변 시대의 폭염은 '무더위'라는 말로는 부족한 재난이고 재해"라면서 "재난으로서의 폭염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것은 한낮의 뙤약볕 밑, 찜통 같은 불구덩이 옆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폭염일수는 24.0일로 평년의 2.3배를 기록했으며, 질병관리청 집계 기준 2025년 실내외 작업장 온열질환자는 1790명에 달했다. 온열질환 산재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근로복지공단 자료 기준 2020년 13건에 사망 2건, 2021년 19건에 사망 1건, 2022년 23건에 사망 5건, 2023년 31건에 사망 4건, 2024년 51건에 사망 2건, 2025년 65건에 사망 4건으로 늘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노동부의 대책은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실제 기온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지속되는 폭염중대경보 발령 시 야외 작업과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라며 "처벌 조항도 없는 권고가 현장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사우나는 더우면 나올 수 있지만, 급식실 노동자는 그럴 수 없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가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 촉구, 2026 민주노총 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이자 산업재해"라며 폭염 휴식권과 폭염 시 작업중지권 실질적 보장 등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현장 발언에서는 폭염 속 노동자들이 겪는 구체적인 경험이 쏟아졌다. 김은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지부 급식조리 부분과장은 "저는 학생이 1000명이 넘는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10명이 함께 일하지만 조리 공간은 턱없이 좁고, 겨우 2시간 안에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점심을 만들어야 한다"며 "요즘 같은 폭염에는 급식실이 말 그대로 거대한 찜통이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천 개의 계란 프라이를 부치고 천 개의 오징어전을 만드는 날이면 급식실의 체감온도는 50도에 육박한다"며 "어떤 분들은 사우나 같다고 말하지만 사우나는 더우면 나올 수 있고, 우리는 위생모와 마스크, 위생복, 방수 앞치마를 착용한 채 뜨거운 불 앞에서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분과장은 "땀이 얼굴을 타고 눈에 흘러들어와도 닦을 시간조차 없고, 숨이 막히고 어지럽고 메스꺼워도 '조금만 더 버티자'는 생각으로 일한다"며 "교육청과 교육부, 국회는 문서 한 장으로 폭염 가이드라인을 보내는 데 그치지 말고, 노동자가 실제로 숨 쉬며 일하는 공간이 어떤지 직접 보라"고 촉구했다.
고홍근 서비스연맹 전국학비노조 대전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학교급식실의 냉방·환기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학교 급식실은 조리기기에서 발생하는 복사열과 수증기, 환기 부족으로 인해 여름철 체감온도가 매우 높은 대표적인 폭염 취약 작업장인데도 최소한의 냉방조차 보장되지 않는 곳이 있다"며 "전국 시도교육청 자료를 보면 에어컨의 절반 이상이 고장 난 학교가 23개교, 에어컨 전부가 고장 난 학교도 6개교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육부는 2027년까지 환기설비 공사를 마치겠다고 했지만, 현재 대전 학교 환기설비 공사는 50%가 넘지 않는 상태"라며 "현장 점검을 하는 날,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 세척실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었고, 실제 근무 중이었다면 체감온도는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대전지회 준비위원장은 이동노동자의 폭염 취약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록적인 폭염은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만든 재난이고, 그 재난의 가장 앞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동노동자"라면서 "배달노동자는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대리운전 노동자는 밤늦게까지 도심을 오가며, 방문 점검원과 설치·수리 기사, 택배·퀵서비스 노동자, 방문 요양보호사 등 수많은 이동노동자가 폭염을 피할 곳 없이 거리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박 준비위원장은 "이들에게 폭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쉬면 소득이 끊기고 일하면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이라며 "폭염은 노동자의 고용 형태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데 왜 안전의 법망은 노동자를 가려가며 적용하나.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폭염 안전규칙을 전면 적용하고, 이동 직종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폭염 조치와 휴식 공간, 냉수 공급처, 소득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폭염감시단 발족... 현장 점검과 개선요구·위반사업장 공동대응 활동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가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 촉구, 2026 민주노총 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이자 산업재해"라며 폭염 휴식권과 폭염 시 작업중지권 실질적 보장 등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민주노총대전본부는 올해 폭염감시단 활동을 통해 현장 점검과 개선 요구, 위반 사업장 공동대응, 폭염 시 작업중지권 보장을 위한 대시민 선전과 지역 공동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025년 7월부터 3개월 동안 전국 583명의 현장 조합원으로 폭염감시단을 꾸려 사업장 폭염 실태를 감시했으며, 올해는 전국 640명의 폭염감시단이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활동한다. 대전지역 폭염감시단도 이 기간 현장 감시 활동을 이어간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2026 폭염감시단 활동 7대 원칙'은 ▲폭염 예방 산업안전보건법 현장 이행 점검과 개선 요구, 산업안전보건위원회·단체협약 요구 투쟁 ▲작업중지권 실질 보장을 위한 현장 및 대시민 선전 ▲체감온도 35도·38도 기준 작업중지권 발동 및 적극 대응 ▲월 2회 폭염 예방 점검의 날 집단 점검 ▲개선 거부 사업장 공동대응과 취약사업장 선전 등 지역사업 결합 ▲온열질환 및 중대재해 발생 시 지역본부 중심 공동대응·공동투쟁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폭염 예방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요구 공동사업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차별 없는 폭염대책을 전면 적용하라", "폭염 휴식권 및 폭염 시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폭염대책 및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