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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하늘이다.
나는 부모님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울 것 같다.
부모님은 하늘 땅 별 땅 우주다."

어린이시화전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열린 어린이시화전
어린이시화전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열린 어린이시화전 ⓒ 전정일

과천시 중앙공원 도서관 옆 놀이터에 걸린 한 어린이의 시 앞에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화려한 수사도, 어려운 표현도 없다. 하지만 부모님을 향한 사랑과 의존,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긴 시는 많은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6월 19일과 20일, 경기도 등록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과천 소재) 어린이들이 한 해 동안 써온 시와 그림 100여 점을 전시하는 '시와 그림 내보이기'가 열렸다. 올해로 스물한 번째다. 일반적으로 '시화전'이라 부르지만 맑은샘학교는 오래전부터 우리말을 살려 '시와 그림 내보이기'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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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민이 시화전을 둘러보며 들려준 말이다.

"요즘 학교에서 이런 시를 만날 수 있을까?"

점수는 없고 삶만 있었다. 전시된 작품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친구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텃밭 이야기, 물놀이 이야기, 장작 패기 이야기, 선거 이야기까지 모두 어린이들이 실제로 살아낸 경험들이다.

한 어린이는 친구를 이렇게 정의했다.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실수를 해도
이해해 주고
내 비밀을 지켜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친구 어린이시화전에서 만난 어린이시
친구어린이시화전에서 만난 어린이시 ⓒ 전정일

또 다른 어린이는 선거를 경험한 뒤 이렇게 썼다.

"내가
선거에 나간다면
떨려서
안 뽑히면 좋겠다."

장작을 패던 경험은 협동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혼자 하면
잘 갈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준호랑 같이 하면
나무가
척척 잘 갈라진다."

1학년 어린이는 논에서 놀다 본 큰 거미 이야기를 시로 썼고, 다른 어린이는 월요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시들에는 교훈도 없고 정답도 없다. 대신 삶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오늘날 교육 현실과 대비된다. 현재 한국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의 진학률과 성적을 자랑한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들의 행복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교는 여전히 평가와 경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성취와 결과를 요구받는다. 글쓰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많은 학교에서 글쓰기는 수행평가가 되고, 채점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는지보다 무엇을 써야 좋은 점수를 받을지를 먼저 고민한다. 반면 이번 전시에 나온 시들은 평가를 위한 글이 아니었다. 삶을 돌아보고 표현하기 위한 글이었다.

어린이의 삶이 교육 과정이 될 때

시와그림내보이기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열린 어린이 시화전
시와그림내보이기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열린 어린이 시화전 ⓒ 전정일

맑은샘학교 어린이들의 시를 읽다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보인다. 배움의 소재가 교과서가 아니라 삶이라는 점이다. 친구와 관계 맺기, 부모님과 살아가기, 텃밭을 가꾸기, 장작을 패기, 논에서 놀기, 선거에 참여하기 같은 경험들이 시가 된다. 이는 교육이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학교에서 교육은 여전히 미래를 위한 준비로 이해된다. 좋은 중학교,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향한 준비 말이다. 그 과정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삶은 종종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이번 시와 그림 내보이기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이 지금 살아가는 삶 자체가 교육의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부모님을 향한 사랑도 교육이고, 친구와의 갈등도 교육이다. 장작을 패며 협동을 배우는 것도 교육이고, 논에서 놀며 자연을 만나는 것도 교육이다.

돌탑 어린이시화전에 나온 어린이시 돌탑
돌탑어린이시화전에 나온 어린이시 돌탑 ⓒ 전정일

그리고 시는 그 삶을 성찰하는 도구가 된다.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시화전은 자연스럽게 교육의 목표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인가.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인가. 물론 지식도 중요하고 학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교육의 목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린이가 자기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힘,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 자기 목소리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힘 역시 교육이 길러야 할 중요한 역량이다. 이번 전시에 걸린 시들은 바로 그런 힘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시와 그림 내보이기는 단순한 학교 행사 자리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삶을 마을에 내보이는 자리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사회에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이들을 무엇으로 키우고 있는가."

시화전을 찾은 시민들은 어린이들의 시를 읽으며 웃고,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스물한 번째 시와 그림 내보이기가 보여준 가장 큰 교육 성과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어른들이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교육의 출발점은 어쩌면 그렇게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바람에 흔들리는 시 한 편 한 편은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교육은 성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고.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 교사입니다.


#어린이시화전#삶을가꾸는시#성적보다삶#교육의본질#사람을키우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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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자연이 스승임을 날마다 깨달으며 일과 놀이로 자라고 있어요. 마을과 교육, 적정기술과 교육을 연결하고, 제도권교육과 대안교육을 마을교육공동체에서 가꾸는 일들을 해요. 아이들과 마을 속에서 희망을 만들고, 삶?교육?문명의 전환을 꿈꾸지만 늘 미안함과 고마움, 염치를 떠올리며 성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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