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반려 동물이 있다. '망고'라는 이름을 지닌 도마뱀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작은 도마뱀(장지뱀)은 아니다. 크리스티드 게코라는 종으로 성체 기준 20cm 내외로 자라는 녀석이다. 학교에 도마뱀이 왜 있을까. 시골 학교에 가끔 닭장이 있는 경우는 있어도 도마뱀은 극히 드물다. 사연이 있다.
5학년 실과 교과에 '동물 기르기' 단원이 나온다. 동물을 기르는 과정을 알고 직접 키워보기도 하는 단원이다. 도심지의 큰 학교는 여건상 '디지털 동물 키우기'를 하거나, 장수풍뎅이처럼 비교적 관리가 수월한 곤충을 키우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 실과 전담 선생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5학년 친구들이 모두 수도권에서 유학 온 아이들인데, 제대로 동물을 키워보자. 농어촌유학의 맛이 이런 것 아니겠어?"
내가 담임을 하고 있는 5학년 학급은 여덟 명 전원이 농어촌유학생이다.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이 년까지 강원도 양양군 시골에서 살기 위해 온 친구들이다. 실과, 과학 전담 선생님은 큰 마음을 먹고 크리스티드 게코 도마뱀을 분양받았다. 아이들이 보호자로서 책임지고 잘 보살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크리스티드 게코 도마뱀 '망고'. 눈 위에서 등까지 이어지는 볏 모양 돌기가 특징이다. ⓒ 이준수

▲사육장을 청소하는 동안 망고는 잠시 핸들링 훈련을 한다. ⓒ 이준수
"너희가 망고의 아빠야.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챙겨줘야 해."
도마뱀을 분양받은 이유 중 하나는 작은 생물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보는 경험을 주기 위해서였다. 우리 반에는 유학 온 남학생만 있어 에너지가 끓어 넘친다. 체육 시간이면 승부욕에 불타고, 토론을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격한 에너지를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데 '사랑과 돌봄' 만한 것이 없지 않을까. 더구나 우리가 키우는 도마뱀은 습도와 온도에 예민하다. 태생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후 조건과는 다른 생물이라 정교한 돌봄이 요구된다.
"오늘은 망고 돌보기 누구 차례야? 습도계 점검해야 해. 70% 뜨는지 봐줘."
"앗, 실수로 70% 넘었다."
"괜찮아. 80%까지는 상관없어."
도마뱀 전문가가 된 아이들은 등교하면 '망고 출석'부터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 뿌리기. 물은 오전에 한 번, 오후에 스쿨버스 타기 전에 한 번 분무기로 뿌린다. 사육장 구석에 설치된 온습도계를 수시로 확인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절대로 망고를 말라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담임인 나는 그 눈빛에 몹시 놀랐고 동시에 감사했다. 축구 경기가 과격해질 때 아이들의 눈빛은 매우 날카롭다. 때로는 너무 뜨거워서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반면 망고를 돌봐줄 때의 부드러운 눈빛은 어떤가. 한없이 자비롭고 다정하다. 연약한 동물 한 마리가 가져다주는 변화는 극적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귀뚜라미라도 잡아 망고에게 먹이고 싶었다. 학교 화단을 기웃거리자 아이들이 웃었다.
"망고는 사료만 먹어요."
왜 나는 도마뱀 하면 귀뚜라미부터 떠올렸을까. 사육장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릇에 아기 이유식 같은 황토색 먹이가 담겨있었다. 사료라고 해서 과자 형태의 딱딱한 형태를 떠올렸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걸쭉한 소스처럼 보였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망고 돌보미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
"가루 사료를 물에 섞어서 주는 거예요. 케첩처럼 끈적하면 돼요."
아이는 신생아에게 이유식을 떠 먹이는 초보 아빠 같은 얼굴이었다. 과일과 곤충을 곱게 갈아 만든 사료는 그다지 맛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도마뱀은 잘 먹는다고 했다.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 5분 정도 옆에 있었다. 그러나 망고는 벽에 붙어 먹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그렇게 가까이서 보면 부담스러워서 밥 못 먹어요. 얘는 야행성이라 밤에 더 잘 먹어요."
나는 민망하여 뒤로 물러났다. 누군가가 내 밥 먹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면 부담스러울 것이다. 아이들은 보호자로서 '망고'의 컨디션을 배려했다. 나 아닌 다른 존재를 먼저 챙기는 마음. 나보다 약한 존재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눈빛은 어딘가 숭고한 구석이 있었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끼를 바꾸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 이준수
"망고는 꼬리 만질 때 조심해야 해. 한 번 끊어지면 안 자라!"
다른 학년 아이들이 도마뱀을 만질 때 우리 반 아이들은 엄격해진다. 단호한 아버지처럼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한다. 그렇지만 다른 학년 아이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아니다. 그저 망고를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목적이다. 그러면서도 동생들에게 몸소 핸들링을 가르쳐줄 때는 싱글벙글이다.
도마뱀 '망고'를 돌보는 경험은 담임교사까지 남자 밖에 없는 우리 반에 온기를 가져다주었다. 우리에게도 마음껏 사랑을 쏟아부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의 돌봄 영역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화단에서는 애플수박을 키우고, 지역의 과수원에 배나무를 분양받았다. 3월에 심은 애플수박 모종은 쑥쑥 자라더니 수박이 어른 주먹보다 커졌다. 곧 속을 갈라 맛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양양 읍내 과수원에 분양받은 배나무 열매는 갈수록 굵어지고 있다. 4월에 열매 솎아내기를 할 무렵만 해도 엄지 손가락만 한 동그란 초록 열매에 불과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전지가위로 자르면 쉽게 떨어졌다. 그런데 6월 중순 봉지 씌우기를 위해 방문했을 때 배 열매는 제법 '다 자란 배'의 외형을 갖췄다. 크기는 작지만 형태는 분명 배였다.
망고를 돌보고, 수박을 키우고, 배나무 열매를 살피는 일은 모두 다른 활동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생명이 자라는 속도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존재를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을 익혔다.
언젠가 아이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더라도 이 시골 학교에서 만난 망고와 수박, 배나무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작은 생명을 돌보던 손길과,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눈빛과, 기다림 끝에 얻은 달콤한 열매의 맛을. 농어촌유학이 아이들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어쩌면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도마뱀으로 시작된 돌봄의 물결은 수박과 배까지 이어지고 있다. ⓒ 이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