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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자신이 쓴 "내란 세력에게 빌미를 준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앞에 서 있다.
김민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자신이 쓴 "내란 세력에게 빌미를 준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앞에 서 있다. ⓒ 이진민

"제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만든 카드뉴스를 공유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하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회적 논의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래서 행동한 거였어요."

연세대 재학생 김민수(23, 정치외교학과 24학번)씨는 지난 4일 학과 과방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 그는 고민 끝에 "내란 세력에게 빌미를 준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써 내려갔다. 엿새 뒤 열린 연세대 시국선언에서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선관위의 대대적인 개혁이 내란 청산과 진정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필수 과제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들이 걱정돼 시작한 그의 행동은 캠퍼스를 넘어 온라인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다. 김씨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시국선언 영상은 40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X 계정에 올라온 같은 영상은 조회수 800만 회를 넘어섰다.

"내란 세력에게 빌미를 준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대자보를 쓴 이유

 김민수(23)씨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수(23)씨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 김민수

김씨는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주변에서 '네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비상계엄 이후 확 달라졌다'고 말한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부터 대자보를 쓰는 학생이 아니었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1학년 새내기 김씨 앞에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은 충격이었다. "언젠가 사회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그는 지난해 2월 10일 학내 윤석열 탄핵 반대 움직임에 맞서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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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내란 시도 때처럼 김씨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도 행동에 나섰다. 그는 "청년들이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극우화'나 '청년 공정 담론'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청년 세대를 하나의 단일한 담론으로 정의할 수 없다"며 "참정권이란 당연한 권리가 무너졌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히 '20대 남성들이 극우화됐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 같은 간단한 프레임으로는 청년들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씨는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를 비판하는 것과 선거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행정적 미비를 보완하고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 민주주의에 기여하자는 논의가 아니라 이를 근거로 선거 제도를 부정하거나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게 되레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씨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부정선거론으로 계엄 정당화? 민주주의 파괴"

 김민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김민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 이진민

-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 행동에 나선 계기가 무엇인가.

"대의민주주의 국가인 2026년 대한민국에서 선관위의 행정 미비로 일부 유권자의 참정권이 제약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치학도로서 믿기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진 논의의 흐름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좌우를 막론한 민주시민 모두의 과제인 내란 청산이 일부분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행정적 미비를 보완하고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방향이 아니라 선거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이를 근거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주장들이 확산됐다.

주변 친구들 역시 어떤 정보를 봐야 할지 고민하다가 부정선거를 주장하거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이 만든 카드뉴스를 접하곤 했다. 이를 보면서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게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자보를 썼다."

- 대자보와 시국선언 발언문에는 '선관위가 내란 세력에 반등의 기회를 줬다'는 문제의식이 공통으로 담겼다.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먼저 부정선거와 부실선거라는 용어부터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고민하기 위해 책 <선거 정치>를 계속 읽었다. 부정선거는 예를 들어 과거 3.15 부정선거처럼 특정 주체가 의도적으로 투표함을 바꿔치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선관위의 행정적 무능함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두 용어를 같은 선상에 놓으면 논의 흐름이 불분명해지고 해결 방안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특히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거제도 전반이) 부정선거임이 드러나지 않았느냐. 그래서 윤석열 전 대통령도 부정선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고, 결국 계엄은 정당했다'는 식이다. 이렇게 논의가 흘러가면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다고 느꼈다.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아니라 좌우를 막론하고 계엄을 막아내려 했던 시민들이다."

- 12.3 내란 사태 때에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연세대 행동'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행동과 어떤 점이 맞닿아 있다고 보나.

"아직 인생을 판단하기엔 어린 나이지만 그때가 내 삶의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민주주의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대학생 때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을 보면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위험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윤석열) 탄핵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것과 선관위의 부실선거를 비판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겠다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윤석열) 퇴진을 촉구했던 사람이라서 이번 사안에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민주시민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극우화 프레임 대신 청년 현실 고민해야"

 김민수(23)씨가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한 영상이 SNS상에서 확산했다. 해당 영상이 담긴 게시글은 각각 조회수 약 400만 회와 약 800만 회를 기록했다.
김민수(23)씨가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한 영상이 SNS상에서 확산했다. 해당 영상이 담긴 게시글은 각각 조회수 약 400만 회와 약 800만 회를 기록했다. ⓒ X

- 이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핵심 축으로 청년 세대가 떠오른 상황이다. 왜 청년 세대가 움직였다고 보나.

"비상계엄 당시 청년들이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연한 권리로 배워온 참정권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이를 단순히 청년 세대의 극우화나 보수화 혹은 공정 담론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본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과거와 달리 하나의 담론으로 묶여 있지 않다. 수많은 정체성으로 구성된 만큼 하나의 틀로 현재 상황을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 12.3 비상계엄 이후 대학가의 극우화를 진단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일 시국선언 중 박준영 자유대학 대표가 난입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이후 학교 에브리타임(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계속 비난을 받아왔다. 그래도 여론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에브리타임에 (윤석열) 계엄을 옹호하는 게시글이 많았는데 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연 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지난 10일 시국선언 당시 벌어진 일(박 대표의 난입)도 결국 그들의 실체를 정확히 비판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청년 세대가 극우화됐다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20대 남성인 '이대남'이 극우화됐다는 식의 진단은 청년들의 복잡한 현실을 쉽고 편리하게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만 봐도 지난 선거보다 청년 남성층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더 많이 선택했다는 사례가 있지 않나.

청년 세대에 극우화라는 프레임을 씌우기에 앞서 이들이 겪는 좌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충분히 주목했는지, 또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는지 먼저 돌아봤으면 한다. 예나 지금이나 청년들의 삶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고 불평등이 심화한 시기도 드물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청년들이 복잡한 현실을 단순명료하게 풀어내는 담론에 끌리거나 사회도 그런 틀로 청년을 이해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접근으로 청년 세대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이번 사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X에서 내 대자보와 시국선언 영상이 크게 화제를 모으자 친구들이 글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내 계정에 글을 올렸는데 정말 많은 응원 메시지가 달렸다. 내 글 덕분에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에게는 사람들이 항상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이 있다. 누군가 권리를 침해받고 부당한 일을 겪으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공동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그 믿음을 확인했고 앞으로 더 나아갈 힘도 얻었다. 많은 분들이 보내준 응원을 바탕으로 민주시민으로서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

 김민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김민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 이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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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민 (real2)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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