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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순위를 남깁니다. 출연자의 이미지도 남깁니다. 그 이미지는 때로 한 사람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노출 시간이 짧은 탈락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습니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의 의견도 기다립니다.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한 관상가 태을 이도규씨.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한 관상가 태을 이도규씨. ⓒ 정채빈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의 상위권은 모두 무당이 차지했다. 그래서였을까. 출제 문제의 경향이나 기획 의도가 무속인에게 다소 유리했다는 평도 나왔다. 그 틈에서 일부 역술가와 타로 마스터들이 분투했고, 태을 이도규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타로 마스터 최한나, 방송인 이국주씨와 함께 2라운드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가 1라운드에서 어떤 문제를 맞혔는지, 2라운드에서 누구와 대결해서 패배했는지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분량 대부분이 편집됐기 때문이다. 정작 1라운드에서 그가 수술 부위 맞히기와 노숙인 맞히기에 도전해 아슬아슬하게 틀리는 대목만 방송됐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상담소에서 이씨를 만났다. "3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역술가들이 다 떨어진 게 안타까웠다"며 "그래도 음지 영역에 있던 이런 직업인들을 조명했다는 게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말 방송 독하게 한다고 출연자들끼리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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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는 방송 녹화가 임박했던 2025년 초여름에 이뤄졌다고 한다. 이씨는 "제작진이 무당들을 대부분 섭외한 뒤 역술가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막차를 탄 셈"이라 웃어 보였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병원 소속 도수치료사로 20년 넘게 일하다가 관상 및 사주 상담을 시작한 지 3년 차 무렵이던 그는 "마침 제 사주 상 운이 바뀌는 시기였는데 이 프로가 그 기회일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출연 제안을 수락하고 JTBC로 가서 면접을 두 시간 정도 봤다. 왠지 그 자리에서 사주와 관상을 보라고 할 것 같아서 앉자마자 (모은설 작가를 향해) '메인 작가님이시죠?'라고 말해버렸다. 기세가 중요하잖나(웃음). 처음부터 딱 맞혀서 점수를 딴 것 같다. 사실 이 프로가 이렇게 터질 줄은 몰랐다. 저도 2라운드까지밖에 못 갔지만, 떨어지면 간판 내려야 하는 거 아냐 걱정하는 분들도 계셨다. 전 직업을 바꾼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이고."

자신 있었던 수술 부위 맞히기 문제에서 그는 대상자가 "비장이 안 좋아 섭식 장애가 있고, 체형이 틀어졌다"며 상당히 근접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정답이었던 척추 수술 및 위 절제가 아닌 지방 제거술과 대장 문제라고 짚었다. 족상만 보고 노숙인을 찾는 문제에서도 그는 파상풍 흔적이 있는 사람을 택했지만 오답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분이 목에 스카프 한 걸 알아챘어야 했다. 수술 흉터를 가리기 위함이었더라. 보통 척추나 경추, 허리 쪽을 수술하면 어깨가 틀어지거든. 그걸 제가 놓친 거다. 그리고 노숙인 문제에서도 제작진 의도를 한번 꼬아서 생각했다. 누가 봐도 노숙인 발이 있었지만, 뻔하다고 생각해서 파상풍 흉터가 있는 분을 골랐다. 알고 보니 제가 고른 분은 스포츠 기자더라.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분이었지(웃음).

한의학에 '망진'이라고 있다. 겉모습을 관찰하며 진단하는 건데 제가 병원 일을 하며 망진도 공부했거든. 그게 관상과 연결되기도 하고. 방심한 것이다. 사실 무당분들에게 유리한 문제가 많았다. 우리끼리는 제작진들이 정말 독하게 준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작 그가 맞힌 문제는 주소만 보고 정확한 장소 묘사하기였다. 1차 시도에서 모든 참가자가 정답을 맞히지 못했고, 2차 시도에서 그에게 기회가 왔다. 이씨는 "제 영역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솔직히 운이 좋았다"며 당시 일화를 설명했다.

"1라운드 후반부라 자포자기한 상태긴 했다. 역술가분들 사이에선 소위 '멘붕'이 와서 의지를 잃은 분도 계셨다. 근데 주소를 딱 들으니 제가 사는 동네더라. 예전에 수비학(숫자에 상징성을 부여해 점을 치는 방식)을 공부했기에 숫자를 더하고 빼면서 글자를 조합해 봤다. 8이란 숫자가 나왔는데 살짝 돌려서 보니 꽈배기 모양인 거다. 어? 제빵하는 곳인가 싶어서 말했는데 정답이었다. 종로에서 유명한 제과점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주소였다. 웃긴 건 나중에 다시 계산했더니 8이 아니라 5였더라. 제대로 계산했다면 틀렸을 문제였다(웃음)."

만신 무당 눈물짓게 한 관상가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렇게 올라간 2라운드 과제는 일대일 대결이었다. 방송에선 무당 대 무당, 타로 마스터 대 무당, 역술가 대 역술가 구도가 이뤄졌다. 이씨의 상대는 26년 경력의 만신 무당 권수진씨였다. 이 분량 역시 방송에 공개되지 않았다.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권씨가 당시 대결을 두고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눈물을 흘렸다"는 소회를 밝혔을 뿐이다.

"저보다 먼저 2라운드에 진출한 수진님이 대결 상대를 골라야 했는데 절 지목하더라. 그땐 만신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몰랐다. 7살 때 신내림을 받아 오래 활동한 분이더라. 제 완벽한 패배였다. 제작진에서 제 정보를 유출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거를 잘 봤거든. 저는 그저 그의 관상과 사주를 보고,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고 얘기했을 뿐이다. 무속인들이 화려해 보여도 아픔들이 있더라. 그 대목에서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날 이겼으니 우승하라고도 말했다. 그렇게 서로 눈물바다가 됐다.

저도 그 친구에게 감동받은 게 관상적으로 전 코가 약하거든. 코 수술하면 어떻겠냐 물었는데 '특별해지기 위해 코를 세우시려는 건가. 근데 평범하기가 정말 어렵다. 굳이 바꾸시지 마라. 자기 같은 무당은 그런 평범함이 너무 부럽다'고 하더라. 그게 위로로 다가왔다. 솔직히 무속을 인정하지 않고 살았다. 제가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도수 치료하며 암 환자분들을 많이 봤거든. 누군가는 환자를 많이 보면 기를 빼앗긴다고도 하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었기에 신비주의를 안 믿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열린 자세로 여러 경험을 하는 과정 같다."

이씨는 방송 녹화 과정에서 한 출연자(매화도령)가 망자의 사인을 맞힌 후 고(매듭지은 천)를 풀며 축원 기도를 올린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그는 "단순히 대결만 하려는 게 아니라 돌아가신 분을 대하는 마음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저도 진심으로 대했지만, 진정성이 있는 무속인분들이 많이 계시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본인 또한 기회라 생각했고, 해당 프로에 고마운 마음이 있다 했지만 동시에 우려되는 부분 또한 있다고 그는 고백했다. 난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젠 무속과 역술 등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일까지 소재가 되는 것에 그 또한 의견이 있어 보였다.

"얼마 전 운세 박람회가 있었다. 역술인들이 주축이 된 행사였는데 이번이 1회였다.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던데 <운명전쟁49> 덕에 행사도 잘 진행됐다더라. 저도 싱가포르 행사에 초대받아서 다녀오기로 했다. 음지의 학문, 직업군이 주목받는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종사자분들이 급증하고 있잖나. 통계로 보면 40만 명을 넘어 이젠 80만 명이라는 말도 있던데 너무 점이나 운명학에 의지하려는 흐름이 걱정된다. 그런 분들이 절 찾으시면 잘 말씀드려서 돌려보내곤 한다.

상위권에 올라간 무당분들은 예약이 이미 내후년까지 꽉 찼다던데 재미로 예약하는 분도 계신다고 들었다. 그런 게 안타깝다. 저 또한 두려운 마음이 들더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예전엔 그저 손님이 많이 오길 바라며 뭐라도 더 말씀드리고 맞혀 보려고 애썼다면, 이젠 스스로 좀 정제하고 절제하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

혹시나 <운명전쟁49> 시즌2가 제작된다면? 이 물음에 이도규씨는 "역술가들의 명예를 걸고, 최소한 결선까진 올라가기 위해 도전해보겠다"고 웃어 보였다.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한 관상가 태을 이도규씨.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한 관상가 태을 이도규씨. ⓒ 정채빈

* '태을' 이도규씨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운명전쟁49#관상가#태을#이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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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과 함께 짧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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