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로 합의했다. 마침내 100일 이상 계속되던 이란 전쟁이 멈추게 됐다. 양해각서에 서명하면 양국은 60일 동안 합의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고 핵심 사항 중 하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다. 그러나 벌써 이와 관련해 양국의 엇갈린 주장이 나오면서 향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G7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선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합의를 설명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주요 사항이다. 이란이 이점에 완전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그리고 양해각서를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이란 고농축 우라늄 폐기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는 달리 이란은 현재는 이와 관련해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없으며 세부 사항은 향후 협상에서 다뤄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란의 이런 입장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합의된 것임이 이란 방송이 공개한 양해각서 초안을 통해 알려졌다.
원점
14일 이란의 반관영 매체인 메흐르통신은 14개 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 초안을 보도했는데 8항과 9항은 이란의 핵문제를 담고 있었다. 8항은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반복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앞으로 이란의 핵물질 농축과 비축된 농축 우라늄 문제를 포함해 핵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논의할 것이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다. 향후 논의에는 이란의 핵 필요가 포함될 것이고 이에 대한 논의 결과가 최종 합의에 추가될 것이라고도 명시되어 있었다.
9항에는 이란과 미국이 최종 합의가 있을 때까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며 이는 이란이 현재의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미국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지도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보강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8항과 9항의 내용으로 보면 결국 양해각서는 지금까지 보도된 것처럼 본격적인 핵협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겠다고 한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해각서에 언급된 것처럼 이란은 이미 수차례 핵무기를 보유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는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 합의를 통해 얻은 성과가 아니라 그저 핵협상이 전쟁 시작 전 상황으로, 다시 말해 원점으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향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신뢰 면에서는 전쟁 전보다 못한 상황이다. 전쟁 전에는 양국이 3차까지 핵협상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던 중이었고 3차 협상 후에는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한 협상이 예고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제 양국은 전쟁 후 전혀 신뢰가 없고 적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핵협상을 재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신뢰가 없는 상황임에도 시간은 60일에 불과하고 고농축 우라늄 폐기,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 그에 따른 대이란 제재 해제 등 복잡한 사항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디씨 씽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의 이란 전문가인 카림 사자드푸르는 캐나다의 CBC 방송에 "양해각서는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진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향후 협상으로 미뤄졌고 60일 내에 문제가 해결될 거란 점에 절대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조기 레임덕 올 수도
이란 핵문제에 대한 아무런 성과 없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기로 한 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과 정치적 압박이 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이란의 핵위협이 임박했다는 근거도 없이 전쟁을 시작했고,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미국 및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혔음에도 핵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벌써 양해각서 합의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특히 이란의 핵개발을 사실상 저지하지 못한 채 합의에 도달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란에 강경 입장을 가진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향후 핵협상을 면밀히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양해각서 합의가 발표된 후 사회관계망을 통해 "법에 따라 이란과의 모든 핵 합의는 의회로 보내져 점검과 표결에 부쳐져야 한다. 최종 결과를 기대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에 불만을 가진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감시까지 받는 상황에서 60일 내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시키는 합의를, 특히 그동안 자신이 장담한 것처럼 과거 오바마 대통령의 합의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전쟁의 명분과 이유, 그리고 성과에 대한 비난이 계속 따라다닐 것이고 11월 있을 중간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최악의 경우 조기 레임덕까지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이란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고 핵협상의 핵심 중 하나인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 미국이 가진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CNN은 미국이 현재 이란이 60%의 고농축 우라늄을 무기화할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이란이 얼마나 빨리 무기화를 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고농축 우라늄의 회수 또는 폐기는 미국이 당면한 가장 우선적인 문제다.
애초 고농축 우라늄의 미국 반출을 주장했던 미국은 이란 내에서 이를 희석해 처리할 수도 있음을 언급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4일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결국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을) 파괴하거나 제거하거나 희석해야 하고 미국은 그런 조치가 이뤄졌음을 확인하기 위해 군사적이든, 다른 방법이든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군이나 다른 방법을 활용해 이란 내에서 고농축 우라늄 폐기를 확인할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의 상황에 대해 현재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13일 CNN은 미 정보당국과 가까운 다섯 개 출처를 통해 확인했다며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저장소를 봉인하고 의도적으로 터널을 붕괴시킨 후 출입 저지를 위해 입구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고농축 우라늄은 한달 전보다 찾기가 힘들고 위험하고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이 됐다고 보도했다.
국가핵안보국(NNSA)의 핵물질 제거 업무를 총괄했던 스코트 로엑커는 CNN에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하는 건 당연히 복잡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협상 대표들이 확인과 제거, 또는 희석을 위해 전체 비축량 제출을 요구한다면 이는 이란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시나리오라면 이란이 일부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 회수 불가능을 주장할 수 있고 이란이 향후 이를 회수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말했다.
전쟁 전보다 복잡해진 문제

▲2026년 6월 15일, 이란 국영 TV에서 진행된 음성 인터뷰에서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이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종식 합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 그리고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전쟁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졌다. 이는 양해각서 서명 후 다뤄질 핵협상이 단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만 부담스럽게나 어려운 일이 아니고 국제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문제임을 말해준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전쟁으로 인해 국제기구의 이란 핵개발 감시는 더욱 어려워졌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입국이 불가능해져 핵시설 모니터링 또한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IAEA는 전쟁 후 고농축 우라늄과 저장소 관련 정보를 정확히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6월 10일 IAEA는 이란에 고농축 우라늄 비축 상황을 보고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 감시단의 입국을 허락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국의 공격 이후에 IAEA의 모니터링이 중단된 점을 지적하며 이런 요구가 미국의 침략을 숨기는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틀을 깨고 이란 핵문제를 미국과 이란의 양자 문제로 만들면서 국제기구의 이란 핵개발 감시 재개 가능성 또한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점도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다. 이란이 IAEA의 결의안을 비난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포괄적 공동합의(JCPOA)의 틀을 깨 이란 핵개발 문제 대응을 어렵게 했다. 그런데 자신의 업적을 위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겠다며 전쟁을 일으켰고 그때보다 나은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직면한 현실은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사실상 전쟁 전보다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