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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판정위) '자살' 판정 건수는 총 87건, 인정 건수는 38건으로 인정율은 43.7%였다. 2024년은 총 108건 중 34건 인정으로 31.5%, 2025년은 총 80건 중 30건 인정으로 37%다. 2021년은 인정율 52.78%였고, 2022년은 45.8%였던 것에 비하면, 최근 자살 산재 승인율은 매우 낮다.

근로복지공단 자살 사건 소송, 절반이 패소

자살에 대한 소송 현황을 살펴보고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개년 자살 확정 사건 내역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재판에서 패소하거나, 패소 가능성이 커 재판을 취하한 경우를 합쳐 실질 패소 건수로 본다. 이를 연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근로복지공단 자살 사건 소송 내역 (2023~2025)
근로복지공단 자살 사건 소송 내역 (2023~2025)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근로복지공단 자살 관련 소송의 실질 패소율은 유족급여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2023년 근로복지공단 소송 현황에서 전체 유족급여 확정 사건 중 패소와 취하를 합한 패소율이 29.3%, 2024년 35.1%, 2025년 35.8%였다. 자살 관련 행정소송의 3개년 평균 실질 패소율은 46.2%에 달하고, 특히 2024년에는 51.6%의 패소율을 기록했다.

3개년 전체 자살 산재 소송 78건 중 절반에 육박하는 36건(46.2%)에서 공단의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결과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는 결국 업무 관련성 판단에서 판정위가 법원의 법적 판단 기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재 불승인의 흔한 이유 : 통상의 업무 범위, 개인적 취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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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상 공단 처분 사유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잘못된 처분 이유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재해조사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 불가, 업무 변경 등 업무상 스트레스를 확인하고도 결론에는 '통상의 업무 범위'라거나 '완벽주의 등 개인적 취약성'이라며 과소평가하여 불승인한다.

그러나 법원은 "망인이 통상적인 변호사 업무에 비하여 과다하다거나 지속적인 압박과 질책을 받는 등의 특별히 가혹한 환경에서 근무하였던 것이 아니었고, 정규직 전환불가라는 상황 또한 수습 근로계약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며, (중략)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자해행위가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24. 6. 20. 선고 2022구합85041 판결).

또, "망인의 개인적인 성향 또한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보더라도, (중략) 개인적 성향과 결합하여 혹은 개인적 성향을 한층 더 강화시켜 우울증을 악화시켰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4. 5. 23. 선고 2023구합52154 판결).

'사회평균인' 기준에 따른 잘못된 판정도 반복된다.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 24644 판결은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자살의 원인이 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게 되나, 당해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앞서 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하였다.

이 판결은 정신 질병과 그로 인한 자살에 관한 판단 기준을 달리하여 그 자체로 모순된다. 또, 이후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나 법 개정 등 변화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그 이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그러한 전제로 한 판단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재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여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판례 추이를 서울고등법원 2024. 3. 28. 선고 2022누30661 판결(대법원 상고기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대법원 2021. 10. 14. 선고2021두34275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두23461 판결'을 들어 업무상 자살에 관한 주요 판단 법리를 설명하면서, "위 판례들은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업무상 스트레스의 정도 내지 이로 인해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종전의 법리나 이를 전제로 한 판단 내용은 찾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특히 "위 판례의 추이 등을 종합하면, 비록 명시적인 판례 변경은 없었더라도, 2007년 산재보험법 전부 개정으로 업무상 사고 내지 업무상 질병의 범위가 폭넓게 명시된 점,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정한 산재보험법 시행령이 2020년에 이르러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대신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개정된 점 등이 반영되어, 자해행위로 인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가 종전보다 확장된 것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자살이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전통적 관점 대신, 자살에 이르게 만든 정신질환 등에 주목하여 신체적 질병과 다를 바 없는 '질병'의 범주에 정면으로 포섭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관점의 전환이 위와 같은 법령의 개정이나 판례 경향의 변화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취소 판정 반영해 판정위 판단 기준 바꿔야

즉, 이 판결은 근로자의 자살을 평가하는 법리적 잣대가 '사회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다. 그러나 공단이 승소한 나머지 42건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하급심에서 여전히 '사회평균인' 기준으로 판단할 때도 있다.

유족들로서는 1심에서 잘못된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비용과 시간의 이중고로 이후에 계속해서 다투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정위 단계에서부터 반드시 올바른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 규정(제1519호) 제36조 제2항은 심사, 재심사, 법원 판결로 취소된 판정사례를 분석하여 동일한 판정이 반복하여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3개년 실질 패소율 46.2%라는 수치를 볼 때 판정위가 소송 결과를 반영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였다고 볼 수 없다. 판정위는 노동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일터에서 겪은 구체적인 고통을, 수년간의 소송으로 유족이 이어서 짊어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참고자료 2021~2025년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현황분석 2023~2025년도 소송상황분석, 근로복지공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김지나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공인노무사입니다.


#산업재해#업무상질병#근로복지공단#자살#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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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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