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이 문화관광 정책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문화관광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현재 연구용역을 통해 설립 타당성과 운영 방향 등을 분석 중이다. 주간함양은 이번 기획을 통해 문화관광재단이 왜 필요한지, 설립 과정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함양 관광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문화·관광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임석 전 강진문화관광재단 대표 ⓒ 주간함양
관광의 성패는 더 이상 방문객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역관광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을 설립 초기부터 8년간 이끈 임석 전 대표는 정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된 '강진 반값여행'과 '강진 일주일 살기'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지역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인물이다. 강진 반값여행은 정부가 전국 확산 모델로 주목할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관광객 유치를 넘어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관광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15년간 여행사를 운영하며 관광시장을 경험한 그는 문화관광재단을 통해 민간의 창의성과 행정을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문화관광재단이 지역별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관광 분야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함양군 문화관광재단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관광 전문가인 임석 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단의 경쟁력은 독립성과 전문성
임 전 대표는 재단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를 "행정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군청에서 하면 된다"며 "재단은 공무원들이 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기획과 시장 변화에 맞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설립되는 재단 상당수가 행정의 위탁사업 수행기관으로 운영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행정에서 계획한 사업을 그대로 내려받아 실행만 하는 조직으로는 재단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재단은 민과 관의 중간에서 행정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며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하는 조직이 되면 결국 군청 조직 하나를 더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재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꼽았다.
임 전 대표는 "행정은 재단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단 대표와 행정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이 재단을 믿고 자율성을 보장해야 성과가 나온다"며 "행정이 일일이 통제하려고 하면 결국 공무원 조직과 다를 바 없는 조직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 선임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지역 출신 여부보다 관광시장 전체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전 대표는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시장 전체를 읽을 줄 알아야 지역에 맞는 기획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장의 인맥 중심으로 사람을 채우다 보면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며 "가능하면 외부에서 관광 경험과 중앙 네트워크를 가진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 역시 여행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을 수행하며 중앙 공모사업 구조를 이해했고, 이를 강진군 사업 유치에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또 "관광은 전문가들도 머리를 싸매야 겨우 돌아가는 분야"라며 "재단이 행정의 하부기관이나 정치적 논리에 따라 운영된다면 새로운 정책과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단은 행정이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조직인 만큼 관광시장과 정책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에서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임 전 대표가 강조한 재단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강진 일주일 살기'와 '강진 반값여행' 정책 추진으로 이어졌다.
강진 일주일 살기는 관광객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숙박과 음식, 체험, 농산물 구매 등을 통해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설계한 체류형 관광정책이며, 강진 반값여행은 관광객에게 여행 경비 일부를 지역화폐로 돌려줘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는 관광 인센티브 정책이다.
두 사업 모두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었다.
'강진 일주일 살기'와 관련해 당시 내부에서는 "누가 강진에서 일주일씩 머물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가능성을 확신했다.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원칙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예약 시스템과 후기 중심 운영 방식을 도입했고, 서비스 수준이 낮은 농가는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려나는 구조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농가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원칙을 유지한 결과 예약이 폭주했고, 처음에는 반대했던 농가들까지 시스템 교육을 요청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불어 각종 방송사에서도 주목하고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임 전 대표는 "주민들과 타협만 하다 보면 재단의 기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정책은 갈등이 있더라도 확신을 갖고 추진해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주해서는 발전이 없으며 재단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광정책의 핵심은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지역경제 순환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데려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안에서 돈이 돌도록 만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일주일 살기 사업 역시 숙박에만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농가 직거래와 지역 소비 확대를 목표로 설계됐으며, 숙박객이 지역 음식점을 이용하고 농산물을 구매하면서 지역경제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강진 반값여행 또한 단순히 관광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관광정책이었다.
정책 추진 초기에는 "관광객을 돈으로 사 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군의회와 일부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기존 단체관광 인센티브를 현금 대신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행정절차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임 전 대표는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지역 안에서 다시 소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현금 대신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과 연계해 관광객들이 여행을 마친 뒤에도 강진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임 전 대표는 "처음에는 농민들이 '왜 관광에 예산을 쓰느냐'고 항의했지만 지역 식당과 농산물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 효과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관광의 효과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관광객을 데려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들이 지역 안에서 소비하고 지역민의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광예산은 결국 주민 소득으로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먹고 자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후 지역 안에서 직거래와 소비가 계속 이어져야 진짜 관광이 된다"며 "지역화폐를 활용한 관광정책은 결국 지역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장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들은 재단이 단순한 사업 수행기관이 아니라 새로운 관광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임 전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재단이 위탁사업 수행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때 비로소 설립 의미가 살아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 신문 발전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김경민)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