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간함양

ⓒ 주간함양
경남 산청군 금서면 경호강변에 자리한 카페 '소뮈르'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의 작은 시골마을에 온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경호강이 유유히 흐르는 강변, 넓은 초지 위에서는 네 마리의 작은 말이 손님들을 반긴다. 셔틀랜드 포니 미르와 밤비, 미니어처 포니 매화와 삼식이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소뮈르는 불과 1년 만에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찾는 산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진주는 물론 대구, 대전, 서울 등지에서도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 황무지 같던 땅을 직접 일궈 카페를 만든 민수경 대표와 남편의 정성과 특별한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승마를 시작한 남편이 말의 매력에 깊이 빠지면서 두 사람은 언젠가 말과 사람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자연과 가까우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장소를 찾던 끝에 산과 강이 어우러진 산청 금서면에 둥지를 틀었다.

ⓒ 주간함양

ⓒ 주간함양
"예스키즈존! 아이들을 환영합니다"
소뮈르의 가장 큰 특징은 '예스키즈존'이라는 점이다. 최근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가운데, 민 대표는 오히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카페를 설계할 때부터 문턱을 없애고, 실내 어디서든 말과 자연 풍경, 그리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큰 창을 설치했다. 아이들은 말에게 직접 당근을 주며 교감할 수 있고, 모래놀이터와 기저귀 갈이대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자연스럽게 노인과 장애인 등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이 때문에 소뮈르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특히 많다.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손자·손녀까지 한 공간에서 쉬고 대화하며 추억을 쌓는다.
민 대표는 "요즘 시골에서는 아이들을 보기 쉽지 않은데, 이웃 어르신들이 아이들이 보고 싶으면 소뮈르에 가면 된다고 말씀하실 정도"라며 "부모들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운데, 이곳에서 편히 쉬며 아이들이 말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 주간함양

ⓒ 주간함양
프랑스에서 온 말, 산청의 명물이 되다
카페 이름 '소뮈르'는 프랑스 서부 루아르강변의 작은 도시 이름에서 따왔다. 세계적인 국립승마학교 '카데르 누아르'가 있는 승마의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의 마스코트인 미르는 2013년 프랑스 소뮈르 지역에서 한국으로 온 셔틀랜드 포니다. 미르가 낳은 딸 밤비 역시 같은 품종이며, 매화와 삼식이는 미니어처 포니 남매다. 일반적인 말이 500~700kg에 이르는 것과 달리 이들은 130kg 안팎의 작은 체구를 지녔다.
네 마리의 말은 울타리 안팎과 마방을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한다. 사람들에게 당근을 얻어먹기도 하고 잔디를 뜯어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잔디가 자랄 틈이 없을 정도지만 민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 말들이 건강하게 뛰노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의 말들은 사람을 무척 잘 따른다. 예민한 동물로 알려진 말이지만,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자란 덕분에 낯선 손님들에게도 먼저 다가가며 친근하게 교감한다.

ⓒ 주간함양
카페 곳곳에 담긴 주인의 애정
소뮈르는 건물 외관부터 프랑스 소뮈르 지역을 상징하는 박공지붕 형태로 지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2층 대신 단층 구조를 선택했다. '한국의 작은 소뮈르'를 만들고 싶었던 민 대표의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카페 곳곳에는 민 대표의 손길이 스며 있다. 네 마리 말 캐릭터도 직접 그렸으며, 음료 컵과 스티커 등 다양한 소품에 활용했다. 실내를 채운 가구와 소품 역시 눈길을 끈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민 대표가 오랜 기간 수집해 온 100~200년 된 실제 엔틱 가구들이다.
여기에 직접 만든 빵과 향긋한 커피까지 더해지면서 소뮈르는 단순한 체험 공간을 넘어 완성도 높은 카페로도 사랑받고 있다.

ⓒ 주간함양
행복을 나누는 공간을 꿈꾸며
주말이면 말 체육교실도 열린다. 아이들은 말이 장애물을 넘는 모습을 보며 응원하고, 말과 눈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교감한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이 가족이나 지인을 데리고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단골손님이 되어 민 대표에게 직접 그림과 편지를 건네며 "오래오래 카페를 운영해 달라"고 응원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복지기관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온 민 대표는 카페 수익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말과 함께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시골집 할머니처럼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좋은 추억을 한아름 안고 가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