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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노동 착취 수단으로 포괄임금제의 악명이 자자하다. 인터넷엔 '포괄임금계약 때문에 야근한다'라는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는 4월 9일 <공짜 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지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의문이다. '오남용'이 사실상 보편화되었다면, 그것이 또 지연된 행정 때문이라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게 아닐까?

포괄임금제가 공짜 노동을 만드는 이유

포괄임금제는 이름처럼 연장, 야간, 휴일 근로시간 등 시간외근로를 미리 정하여 포괄한 수당으로 지급하는 계약 형태다. 연장근로시간 등을 미리 정해놓는 고정OT계약도 변형된 포괄임금제의 한 형태이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일하기로 정한 소정근로시간 외의 시간외근로를 측정하지 않고, 임금도 따로 산정하지 않아도 되는 계산상 편의 때문에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2010년 대법원이 포괄임금계약 형태를 인정한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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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포괄임금제가 왜 공짜 노동을 만든다는 걸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노동자 A는 입사하면서 연봉 4,200만 원을 받기로 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350만 원이다. 그런데 A의 근로계약서상 월급 350만 원은 기본급 268만 원, 식대 20만 원, 고정연장근로수당 월 62만 원(월 30시간) 등으로 나뉘어 있다. A는 주 40시간까지의 소정근로시간 이외 월 3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이 월급에 포함된 포괄임금계약을 한 것이다. 그 결과 A는 연장근로를 해도 월 30시간까지는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 노동은 장시간 하고, 임금은 짜게 받게 된다. 포괄임금제는 공짜 노동을 넘어 월급 도둑질이다.

A가 계약서의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모두 이해하고 서명했다면 문제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복잡한 계약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또는 포괄임금계약의 의미를 안다고 해도 취업을 위해 을이 이의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사업주와 노동자가 대등한 입장이라면 월 30시간의 미래 노동을 미리 약정하는 계약에 동의하는 노동자는 많지 않을 거다.

 포괄임금제가 공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형태의 근로계약이라는 명성이 자자하다.
포괄임금제가 공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형태의 근로계약이라는 명성이 자자하다. ⓒ 스브스뉴스

포괄임금제 오남용, 그 배경엔 정부의 늦은 대응

그 결과 포괄임금제 사용은 점차 확대되어 왔다. 2010년 대법원 포괄임금제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이 '원칙'이고,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울 때를 한정해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지만, 산정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포괄임금계약은 무분별하게 사용됐다. 그러는 동안 포괄임금제는 보편적인 계약 형태가 됐다.

10년이 넘는 동안 정부도 포괄임금제 남용을 근절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정부의 첫 대응은 2012년이다. 당시 정부는 포괄임금제 악용 사업장을 포함하여 전국 600여 사업장을 점검하고, 포괄임금제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2017년에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휴식 있는 사람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실현'을 두고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마련했으나, 경영계가 반발하자 끝내 발표하지 못했다. 올해 4월 노동부는 <공짜 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지침>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7년 지침과 2026년 지침 사이에 차이점은 9년이라는 시간만 존재할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두 지침의 핵심은 포괄임금계약을 한 경우 실제 근로한 시간이 합의한 포괄약정시간을 초과했다면 해당분에 대해서는 차액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 A처럼 월 30시간의 포괄임금계약을 한 경우, 특정한 어떤 달에 33시간 연장근로를 했다면 30시간에 대한 임금은 이미 지급된 것으로 보고 30시간을 초과한 3시간의 연장근로수당만 지급하면 된다. 즉, 두 지침은 포괄임금제 계약에서 사전에 정한 연장근로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초과한 수당만 지급하면 된다고 본다.

두 지침의 배경은 '2010년' 대법원 판결이다. 해당 판결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무효로 봤지만, 무효인 포괄임금계약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따라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여 미달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지게 했다.

이번 지침 역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등의 사정이 없어 무효인 포괄임금제 계약인 경우라 하더라도 초과하는 차액분만 지급하면 된다고 한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문제는 판례와 지침의 시간 차다. 2010년으로부터 무려 15년이 흘렀다. 대법원 판례 전에도 포괄임금제가 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년은 족히 넘었다. 그러는 동안 포괄임금제는 이미 오남용을 넘어 하나의 '표준'이 되어버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6년 근로시간 운용실태조사>에서 포괄임금제 적용 사업장을 30.1%로, 고용노동부는 <기업체노동비용조사 시범조사>(2017. 5. 31. 기준)에서 포괄임금제 도입 사업장을 52.8%로 파악하고 있다. 2024년 민주노총은 미조직 노동자 8,209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하여 44.2%가 포괄임금계약을 하고 있고,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59.1%의 노동자 중 51.3%가 포괄임금계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가 표준이 되어버린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근로시간 산정 등이 어렵지 않음에도 포괄임금제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시정해야 했다. 너무 많은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면 입법 노력 또한 해야만 했다. 적극적인 대응 없이 15년을 보낸 후 대법원 판례 법리를 따르겠다는 지침이 궁색한 이유다. 노동부는 올해 4월 지침 시행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임을 명시했다. 다만, 해당 개정법률안 역시 포괄임금제를 인정하면서 합의 등 절차를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위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소정근로시간 외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 줄곧 유지되어 온 원칙이다. 예외는 원칙이 불가능할 때만 쓰여야 한다. 15년 전과 다르게 기술이 발달했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 직종은 극히 일부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포괄임금제 '전면 금지'가 원칙이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장종수 님은 노동시간센터 회원, 공인노무사입니다.


#포괄임금제#공짜노동#근로기준법#연장근무#노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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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수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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