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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작품을 보러 도쿄에 간다고요?"

누군가는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인상파라면 으레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나 뉴욕 메트로폴리탄을 떠올리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인상파 in 도쿄>의 저자 전원경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그 익숙한 공식을 뒤집는다. 모네의 <수련>, 고흐의 <해바라기>, 르누아르와 드가, 그리고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유럽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서양 미술의 걸작들이 사실은 도쿄 곳곳의 미술관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상파 in 도쿄>는 단순한 미술 해설서가 아니다. 도쿄의 미술관을 따라 걷는 여행기이자, 인상파와 자포니즘, 근대 일본과 서양 미술의 교차점을 탐험하는 문화사이기도 하다. 일본이 왜 이토록 많은 인상파 컬렉션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모네와 고흐 같은 화가들이 왜 일본 미술에 매혹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인상파'라는 익숙한 예술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도쿄는 어쩌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상파의 비밀 정원"이라고 말하는 전원경 저자를 만나, 왜 지금 우리가 도쿄에서 인상파를 다시 읽어야 하는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 <인상파 in 도쿄> 겉표지.
책 <인상파 in 도쿄> 겉표지. ⓒ 세종서적

-많은 사람이 인상파 하면 파리나 런던을 떠올리는데요, '도쿄'라는 도시를 통해 인상파를 이야기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생각보다 도쿄에는 인상파 작품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모네, 마네, 르누아르, 드가, 고흐 등 우리가 잘 아는 거장들의 작품도 상당수 소장되어 있죠. 그런데 의외로 우리는 그 사실을 오랫동안 잘 알지 못했습니다. 특히 도쿄에 있는 인상파 작품들 가운데 상당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미 일본으로 들어온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같은 대표적인 서양 미술사 서적에서도 자주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을 새롭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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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도쿄에 무슨 그림이 있겠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선입견을 고백하셨습니다. 실제로 도쿄 미술관들을 둘러보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성녀 프락세데스(Saint Praxedis)>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페르메이르는 현존 작품이 35~36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화가입니다. 심지어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의 국립미술관에도 페르메이르 작품은 네 점밖에 없습니다. 그런 작가의 작품 한 점이 도쿄에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일본이 인상파 컬렉션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시면서, 한국 독자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을 쓰며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일본과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역사적 감정의 문제였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컬렉터들은 모네와 르누아르가 실제로 활동하던 1910~1920년대에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대표적인 컬렉터 마쓰카타 고지로는 모네의 지베르니 저택을 두 차례 방문해 직접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는 한국이 3·1운동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독립을 위해 고통과 가난 속에서 싸우고 있을 때, 일본은 이미 유럽 문화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부에 접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만 그런 역사적 맥락과 별개로, 현재 일본이 보유한 중요한 컬렉션 자체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상파 in 도쿄>는 단순한 미술 해설서가 아니라 일본 근대사와 서양 미술 수용의 역사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인상파'와 '일본'을 연결하는 중요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데지마'와 '우키요에'입니다. 일본이 쇄국정책을 시행하던 시기에도 네덜란드는 나가사키의 인공섬 데지마를 통해 교역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서양 문물이 일본으로 들어왔고, 일본 역시 서구 세계와 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일본이 개항하면서 우키요에는 대량으로 유럽에 소개됐습니다. 모네, 마네, 드가, 커샛, 고흐 등 거의 모든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 미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본과 인상파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접점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인상파 in 도쿄> 저자 전원경 교수
<인상파 in 도쿄> 저자 전원경 교수 ⓒ 전원경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자포니즘'과 우키요에 이야기입니다. 19세기 유럽 화가들은 왜 일본 미술에 그렇게 강하게 매료됐을까요?
"우키요에는 당시 서양 회화와 전혀 다른 시각적 문법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양의 고전 회화가 왕실이나 교회 같은 권력층의 요구에 의해 제작됐다면, 우키요에는 에도 시대 서민들의 취향을 반영한 대중 예술이었습니다. 가부키 배우, 미인도, 벚꽃, 비 오는 풍경, 동물과 괴수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고, 표현 방식도 매우 독창적이었습니다. 선 중심의 표현, 그림자의 부재, 과감한 화면 구성, 그리고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상의 일부를 과감하게 잘라내는 구도 등은 당시 서양 화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존 서양 회화의 규칙에 익숙했던 화가들에게 우키요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혁신적 예술로 다가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네, 르누아르, 드가 같은 거장들의 익숙한 작품을 '도쿄'라는 공간에서 다시 바라볼 때, 유럽 미술관에서 볼 때와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인상파를 가장 깊이 있게 감상하려면 물론 파리나 런던, 뉴욕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미술관은 또 다른 매력을 제공합니다. 일본은 우리와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지만, 동시에 독특한 차이를 지닌 나라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인상파 작품을 만나는 경험은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컬렉션 규모는 서구 주요 미술관보다 작습니다. 그럼에도 유럽 미술관에 익숙한 관람객이라면 일본의 미술관에서 색다른 즐거움과 발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안내서처럼 읽힙니다. 독자들이 실제로 도쿄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길 추천하는 미술관이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우에노 공원의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입니다. 시간이 더 있다면 아티존 미술관과 솜포 미술관도 추천합니다. 아티존 미술관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을 풍부하게 소장하고 있습니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약 6천 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양미술 컬렉션 가운데 하나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솜포 미술관은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 한 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고흐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상파 in 도쿄>는 도쿄라는 익숙한 풍경 뒤에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얼굴을 보여준다. 모네와 르누아르, 고흐와 피카소의 작품이 자리한 미술관들, 그리고 그 그림들이 도쿄에 머물게 된 역사적 시간까지 따라가다 보면, 도쿄는 더 이상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다가온다.

"인상파를 보기 위해 꼭 유럽까지 가야 할까?"

이 책은 그 익숙한 질문에 의외의 답을 건넨다. 그리고 독자들이 책을 덮는 순간, 다음 도쿄 여행의 목적지가 더 이상 돈키호테나 맛집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인상파 in 도쿄 - 일본 미술관에서 만나는 모네와 고흐, 피카소

전원경 (지은이), 세종(세종서적)(2026)


#인상파IN도쿄#전원경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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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미 (choij123) 내방

영화, 만화, 맛집 탐방 등 문화를 사랑하며, 소소한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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