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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사람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모든 생물은 뭐든 먹어야 산다. 그러나 고진수는 지금 굶어야 할 때이다. 말이 임의제출이지 사실은 반강제 압수해서 빼앗긴 것도 성질나는데 휴대폰 포렌식을 해서 샅샅이 뒤집는다고 끌고가선 수갑도 안 풀어주고 포승줄까지 꽁꽁 묶어 참관을 하라 했단다. 재소자라고 인권이 없겠는가. 더군다나 미결수임에랴.

감옥에선 다른 저항의 수단이 없다.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회를 할 수도 없다. 맨발로 발이 깨지도록 철문을 차며 구호를 외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게 최선인데 그러면 까마귀라고 부르는 보안요원들이 달려와 어김없이 장갑 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끝까지 부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난 지금도 '앞서서 나가니' 쯤에서 숨이 막히고 입에 찝찝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우악스런 손아귀의 기운이 되살아나곤 한다.

내게 남은 감옥에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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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보안과에서 맞고 끝나고 재수 없으면 징벌방행인데 인간의 창의성이 악을 위해 쓰이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고문 도구들이나 징벌방을 보면 확 실감이 난다. 관 만한 크기의 방에 가운데 마루를 동그랗게 뚫어 구더기가 굼실거리는 방에서의 임사체험. 아니 임사체험도 뒷수갑을 채우진 않는다. 뒷수갑을 찬 채 누워 있으면 죽은 줄 아는지 구더기가 얼굴 위에도 기어 오른다.

빠삐용이 감옥에서 구더기를 먹은 건 배가 고프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친밀해져 거부감이 없어져서 라고 나는 믿고 있다. 거긴 소지도 오지 못하고 고양이도 안 오는 마치 이역만리 고도. 감옥안의 감옥. 사람이 소리 몇 번 질렀다고 이따위로 대우하는 건 부당하다. 천부당 만부당 억부당이다. 뒷수갑이 채워져 밥을 못먹으니 죽을 넣어준다. 식구통 밑에 얌전히 놓여 온갖 냄새와 김이 모락모락 온기로 유혹하는 죽. 밥은 시커먼 깡보리밥인데 죽은 뽀얗고 윤기나는 쌀죽이다. 시간이 더디다.

시지푸스의 바위보다 더한 형벌은 관우가 백 명쯤 매달려 죽어라 시곗바늘을 붙잡고 있는 법무부 시계다. 따라서 먹는 일은 단순히 배를 불리는 일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일과이자 엄숙한 의례이다. 경건해 보일 만큼 최대한 느리게 질질 끌어가면서.

뒷수갑이 채워진 채 구더기와 함께 뒹굴면서 밥을 먹을 순 없다가 시간이 흐르니 죽은 먹을 수 있다,로 바뀐다. 나는 내가 얼마나 간악한 인간인지를 그때 확실히 깨달아서 훌륭하다는 칭송을 하는 사람들 앞에 서면 그때의 내가 어디선가 튀어 나올까봐 조바심이 난다. 뒷수갑이 채워진 채 얼굴에 구더기를 지비츠처럼 붙이고 눈을 희번득이며 혓바닥을 빼서 죽을 핥아먹는 내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죽 그릇이 두어 번 정도 교체된 걸 보면 그 지경이 된 지 하루도 안 지난 것 같았다. 좁은 방이니 몸만 비틀면 죽과의 접선이다.

아! 이 향기! 이 따스한 온기! 음! 내 너를 외면치 않으리! 한번 핥고 두 번 핥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반이나 처먹었다. 나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부끄럽다. 그때 결연히 단식을 했더라면 나의 감옥생활은 훨씬 떳떳하고 당당했을 것이다. 따라서 옥중단식을 하는 고진수의 결기와 용기가 부러울 지경이다.

고진수, 그의 억울함을 항변하는 증거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12년 세종호텔지부가 파업 투쟁을 할 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로비 농성에 함께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12년 세종호텔지부가 파업 투쟁을 할 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로비 농성에 함께 했다. ⓒ 세종호텔지부

지난 번, 말벌동지들과의 면회 때 그는 진짜 아무 것도 한 게 없이 들어왔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아주 겸연쩍어 하며 말하는 걸로 보아 사실인 듯했다. 40여 년 면회 경험으로 뭐든 하다 잡혀 온 사람들은 표정부터 좀 성숙해져 있거든. 그가 인생의 한 고비를 넘어선 듯한. 그의 말이나 함께 있던 이들의 증언, 정황 증거들은 그의 억울함을 항변한다.

민주노조 사수하겠다고 투쟁한 지, 십 년이 훨씬 넘었고 정리해고 투쟁 5년, 고공농성 336일. 영장실질심사 기각, 구속취소 기각. 옥중단식. 게다가 재판부 운도 없어 방청 제한으로 인한 재판 연기까지. 하루가 일년인데 다음 재판까지 공징역을 살아야 한다.

고진수의 고난은 언제 끝나는가. 아니 그보다 궁금한 게 김영훈 장관의 모르쇠다. 세종호텔 민주노조를 지키겠다고 같은 자리에서 같이 싸우던 한 사람은 장관이 됐고 한 사람은 감옥에 있다. 난 이걸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김영훈 장관의 두 개의 얼굴 중 하나는 거짓이다.

그가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시절에도 세종호텔은 민주노총의 핵심 투쟁사업장 중 하나였다. 위원장 시절의 말과 행동이 진실이려면 그는 지금 고진수의 구속은 부당하다고 싸워야 한다. 장관이 돼서도 그는 고진수의 고공농성장에 와서 빠른 해결을 약속했다.

그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고 고진수의 구속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옛날엔 단식하는 공안 사범들에겐 강제급식을 했지만,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산재사고에 장관직을 걸겠다던 김영훈 장관은 몇 번의 대형 사고에도 아직 그 자리에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노동부장관의 거취 표명을 검색해보는 나만 매번 민망하다.

그럼에도 나는 한때 동지라고 믿었던 그에게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십여년 전 당신의 말과 행동이 진실이었다면 그를 위해 뭐라도 해주길 바란다. 몇 번의 수술을 하고 아픈 몸으로 고진수의 빈자리를 채우는 허지희, 김란희 그들의 절박한 질문을 듣지 않았는가. 그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지 않았는가. 한때 당신의 동지였던 고진수가 감옥에서 죽어가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5년 고진수 위원장 고공농성 당시 호텔 앞 농성장에 찾아와 고진수 위원장과 통화하고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5년 고진수 위원장 고공농성 당시 호텔 앞 농성장에 찾아와 고진수 위원장과 통화하고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 최유진비주류사진관 전병철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입니다.


#고진수#단식농성#세종호텔#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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