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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06 11:33최종 업데이트 26.06.07 07:05

상조는 장례업이 아니다

법도, 분류도, 행정도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소비자만 모른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조의2 선불식 할부계약의 대상이 되는 재화나 용역의 범위를 규정한 조항. 가정의례를 위한 용역을 대상으로 하되 장례·혼례는 명시적으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조의2선불식 할부계약의 대상이 되는 재화나 용역의 범위를 규정한 조항. 가정의례를 위한 용역을 대상으로 하되 장례·혼례는 명시적으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법제처

[기사 수정 : 7일 오전 7시]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상조에 가입한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갖는 생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상조는 실제로 미래의 장례를 위해 돈을 미리 납입하는 제도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상조회사는 법적으로 장례업체인가.

답은 '아니오'다. 단호하게.

'상조'의 주무관청은 보건복지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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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업을 규율하는 법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다. 장례식장, 화장시설, 봉안시설, 자연장지는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주무관청은 보건복지부다.

상조회사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상조회사를 규율하는 법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상조회사의 법적 지위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다. 주무관청은 공정거래위원회다.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서도 상조회사는 장례관련서비스업이 아닌 기타 개인서비스업 내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분류된다. 장례식장, 화장업, 묘지업과는 아예 다른 코드 체계에 있다.

그러니 상조회사는 장사법상 시설 기준도, 인력 자격 요건도 지킬 의무가 없다. 장례지도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장례식장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법적으로 그들은 장례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기묘한 것... 장례를 팔되 장례업자의 책임은 없다

할부거래법은 본법 제2조 제2호 가목에서 장례를 선불식 할부계약의 핵심 대상으로 직접 규정한다. 상조회사가 장례를 파는 것은 법적으로도 인정된다.

그런데 정작 상조회사에는 장사법상 장례업자에게 요구하는 시설 기준도, 장례지도사 고용 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 장사법은 상조회사를 장례업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장례를 팔되, 장례업자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다.

두 법 사이에서 상조회사는 장례서비스를 판매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품질 기준과 책임 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그 공백 안에서 소비자 피해가 반복돼 왔다.

이 공백이 만들어내는 현실

업종 정의가 불분명하면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상조회사의 경영 지표는 장례 건수나 서비스 품질이 아니라 회원 수와 선수금 규모로 평가된다.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회원 확보가 성장의 기준이다. 그 결과 경쟁의 무대는 장례식장이 아니라 텔레마케팅과 방문판매 현장이 됐다. 상조상품은 장례와 점점 무관한 방향으로 확장됐다. 크루즈 여행, 안마의자,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 소비자는 장례를 준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계약을 하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할부거래법상 선수금 보전 비율은 납입금의 50%에 불과하다. 폐업 시 소비자가 실제로 돌려받은 금액이 납입 원금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례는 반복돼 왔다. 상조가 법적으로 장례업이 아니기 때문에, 장례업자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소비자 보호 의무도 없다. 법적 보호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곧 소비자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후불식 상조'는 이중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장례의전 전문업체들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후불식 상조.' 선불 없이 장례 후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을 기존 상조와 차별화하면서, 동시에 '상조'라는 인지도 높은 단어를 빌려 쓰는 전략이다.

그런데 할부거래법상 상조의 정의는 명확하다. 선불(先拂)이 있어야 선불식 할부거래가 성립한다. 선불 없는 상조는 현금 없는 현금서비스다. 후불식 상조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이 표현에는 두 겹의 모순이 있다. 상조의 법적 요건인 선불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상조를 자처하고, 상조조차 장례업이 아님을 외면한 채 장례업의 신뢰를 상조 브랜드에 기댄다. 장례의전 서비스는 그 자체로 당당한 업종이다. 사전 계약 없이 유족과 직접 계약하고, 고인의 마지막을 전문적으로 봉송하며, 서비스 품질로 평가받는다. 오히려 상조업보다 훨씬 장례업의 본질에 가깝다. '상조'라는 이름을 빌릴 이유가 없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

상조는 법적으로 장례업이 아니다. 행정도, 분류도, 규율 법령도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소비자만 모른다.

소비자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미래의 장례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인가. 만약 분쟁이 생기면 어느 기관에, 어떤 법으로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산업이라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상조의 미래는 더 많은 회원을 모집하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이 무엇을 파는 업종인지 스스로 정의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데 있다. 그 정직함이 없는 한, 상조는 장례산업이라기보다 회원산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내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상조#할부거래법#선불식할부거래#장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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