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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서석로는 서석교에서 시작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관 광장 북측을 돌아 제봉로와 만나는 곳에서 마무리된다. 다른 길 이름과 달리 서석로는 무등산 서석대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사람의 이름이 아닌 산의 이름을 품은 길이다. 서석대의 명칭은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의 서석(瑞石)에서 유래한다. 조선 중기 인문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무등산을 서석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서석교 앞 옛 적십자병원
서석교 앞 옛 적십자병원 ⓒ 여경수

지난 21~22일, 서석교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다리 인근에는 1908년 호남 의병장 기삼연이 광주천 아래 백사장에서 순국한 장소라는 표지판이 있다. 3·1운동이 이곳에서 발생했다는 사실도 같이 알리고 있다. 역시나 광주에서 일어난 의로운 장소의 시작점이다.

서석교를 건너면 5·18민중항쟁 사적 11호로 지정된 옛 적십자병원이 자리해 있다. 5·18항쟁 당시 군인들의 총탄에 쓰러진 부상자들이 실려 오던 곳이다. 지금은 병원 문을 닫고 재단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석로에 있는 웨딩의 거리
서석로에 있는 웨딩의 거리 ⓒ 여경수

서석로에서 충장로와 만나는 구간에는 '웨딩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예식복 상점과 여행사, 미용실들이 나란히 영업하고 있었다. 삶의 가장 환한 순간을 준비하는 가게들이 5·18의 상흔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마침 산책하는 동안 흰 드레스를 입은 예비신부와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예비신랑과 마주쳤다. 웨딩 사진 촬영을 위해 온 것 같았는데, 신부의 편안한 얼굴과 신랑의 잔뜩 긴장된 얼굴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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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중간에는 독특한 외관의 제과점 '베비에르'가 있다. 평소 단팥 앙금이 든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인데, 이 집 마왕파이만큼은 예외다. 봉투에 적힌 부부의 인연 이야기까지 마음에 들어하니, 광주에 출장을 올 때면 가급적 들러 포장해 가곤 한다. 이번에는 8개에 만 원짜리 작은 상자를 세 개 샀다.

옛 전남도청을 지나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관 광장이 펼쳐진다. 광주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나들이를 나온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다. 의외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녹두서점 터
녹두서점 터 ⓒ 여경수

광장을 조금 더 걸으면 제봉로와 만나는 지점에 5·18민중항쟁 사적 6호인 녹두서점 옛터가 나온다. 항쟁 당시 시민들과 학생들이 모여 방향을 논의하고 대자보를 만들던 곳이다. 일종의 지휘소 역할을 한 곳이다. 지금은 건물이 사라지고 터를 알리는 표지석만 남아 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녹두서점 건물 원형이 남아 있었더라면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로 기억되었을 텐데.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역사적인 서점으로 이름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서석로의 시작과 끝은 모두 5·18의 흔적 위에 놓여 있었다. 웨딩의 거리라는 환한 이름도, 빵 봉투에 적힌 인연 이야기도, 광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결국 그 위에 쌓인 오늘이었다. 걷는 내내 그 사실이 마음 한켠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서석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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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충장로·금남로·서석로·제봉로, 광주의 길을 걷다

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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