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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내의 제안으로 여자 풋살 팀 코치가 된 아저씨. 모두 어쩌다 만나게 됐지만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한때 황선홍 현 대전 하나 시티즌 감독의 지옥훈련 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감독 본인이 선수였던 1989년, 대표팀 소집 때 설악산에서 급류를 차며 다리 힘을 단련했다는 사진 기사 때문이다. 기사 원문을 자세히 보니 발목을 부드럽게 만들어 골 감각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적혀 있다.

비단 '급류차기'만이 아니다. 나무에 몸을 부딪치며 몸싸움 훈련을 했다고도 했다(나중에 황선홍 감독 본인이 사진기자의 요구 때문에 취한 포즈였다고 밝혔다).

나는 체육에 대해서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런 연습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위 훈련이 비과학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훈련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중 제일 대표적인 게 연습용 콘을 세워 놓고 볼을 다루는 훈련이다.

직접 만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드릴

 드릴 연습
드릴 연습 ⓒ pexels

외국에서는 '드릴(drill)'이라고 부른다. 경기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 추구해야 할 플레이 방식을 가상으로 조성한 뒤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연습 방식이다. 풋살 교실에 다닐 때 배우기만 했지, 내가 직접 드릴을 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재미도 있어야 하고, 이해하기도 쉬워야 한다. 연습 효과도 좋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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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냥 SNS보면서 해도 되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 보니 생각보다 팀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대다수의 드릴은 코치들이 자신의 팀 환경에 맞게 설계한 결과물이다. 영상 속 팀과 우리 팀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가져다 쓰면 원하는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두 가지 상황,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을 연결하는 드릴을 짤 때 그렇다.

그런 점에서 모든 드릴은 치밀하게 짜인 설계도 같은 것이다. A와 B 지역을 오가면서 공을 차는 드릴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섬세하게 설계하지 못하면, A지역에서의 볼 터치 수는 너무 많고, B지역에서의 그것은 너무 적을 수도 있다. 둘 다 빽빽하게 만들면 체력에 한계가 와 집중력이 떨어진다.

너무 복잡해도 안 된다. 만든 사람이야 미리 준비하고 이해했으니 쉬워 보이지, 팀원들은 경로와 순서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사회인 풋살 팀은 훈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주 1~2회, 한 번에 한두 시간이 전부다. 연습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만 한 시간이 걸리면, 이미 이번 주 연습은 실패다.

사람은 하던 대로만 하면 수동적으로 변한다

드릴이 불러올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드릴 안에서 볼을 다루는 것과 실전에서의 그것은 상황 인식 자체부터 판이하게 다르다.

SNS에서 본 대로 2대 1 패스 드릴을 본 따서 연습할 때였다. 동료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고 정해진 방향으로 뛰면 되는, 아주 간단하게 설계된 드릴이었다. 팀원들 반응도 좋았다. 연습 성과도 괜찮았다. 평가전이 끝나고 "근데 2대 1 패스는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드릴에서 설정한 상황은 어디까지나 가상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2대 1 패스 연습이 경기에서 나오려면 상대 선수의 압박을 떨쳐내는 방법, 동료 선수와 함께 2대 1 구도를 만드는 방식, 타이밍, 패스 각도를 종합적으로 깨달아야 한다. 이는 드릴 하나 마스터했다고 바로 이뤄지진 않는다. 내가 다니는 풋살 교실의 코치님도 이 문제에 대해 조언해 준 적이 있다.

"오히려 양날의 검일 수도 있는 게, 여기에만 익숙해지면 사람이 수동적으로 변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전진 드리블 드릴을 몇 주에 걸쳐서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해 보죠. 이때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주지 없이 반복 훈련만 시키면, 더 나은 상황이 생겨도 그냥 기계적으로 전진만 해요.

그래서 다각도로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다른 연습으로 보강해 줘야 해요. 사람이 직접 멘트(전담수비)를 붙는 식으로 제약을 두는 것도 좋고… 사실 제일 좋은 연습은 실전이죠. 드릴이 만능은 아닙니다."

실제로 유럽풋살연맹 (UEFA) 코칭 매뉴얼도 이 문제를 강조한다. "연습은 기술 반복이 아니라 판단 습관 형성이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기술은 분명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판단을 돕는 도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코치는 팀원들이 드릴을 할 때 어떤 상황을 상정했는지, 그 안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기본 원칙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원리를 깨우치고 도전하게 돕는 일

 지난 주 팀원들과 했던 드릴. 하프라인 부근에서 어지럽게 놓인 라운드 마커를 원 스텝 원 터치 드리블로 통과한 뒤, 지그재그로 가속 드리블을 친 뒤 슈팅을 해내야 한다. 쉬지 않고 여러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고안했다.
지난 주 팀원들과 했던 드릴. 하프라인 부근에서 어지럽게 놓인 라운드 마커를 원 스텝 원 터치 드리블로 통과한 뒤, 지그재그로 가속 드리블을 친 뒤 슈팅을 해내야 한다. 쉬지 않고 여러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고안했다. ⓒ 박종원

결국 연습 프로그램 설계의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에너지'다. 실제로 이걸 다 고민하면서 드릴을 짜는 순간, 일상의 상당 부분을 풋살에 쓰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겠다고 했으면 실망은 시키지 말아야지.

그럼에도 연습 설계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팀원들보다 내가 더 배울 게 많아서다. 늘 하던 일, 늘 만나던 사람들, 늘 하던 행동, 늘 듣던 음악. 드릴이 그렇듯, 사람은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이면 으레 수동적으로 변한다.

무엇보다 아저씨가 되면 주변에서 쓴 소리 해주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그 익숙함에 젖어들수록 좋은 인간이 되는 길에서 멀어지기 쉽다. 어릴 적, 내가 싫어했던 어른들은 전부 그렇게 변해왔다. 그들 덕분에 익숙하지 않은 일에 매달려 고민도 해보고, 익숙한 연습 진행으로 아내한테 잔소리도 신나게 듣고 있다. 그들이 내 일상을 환기시켜 주고 있으니 값은 치러야지. 그것이 강호의 도리!

#풋살#여자풋살#축구#여자축구#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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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코치의 풋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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