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온스 전경 ⓒ 휴온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가 휴온스글로벌의 핵심 비상장 자회사인 휴온스랩이 상장 계열사 휴온스에 흡수합병되는 구조를 "자본시장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신종 우회상장"으로 규정하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엄정 심사를 촉구하는 탄원서 연명 서명운동에 나섰다.
액트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탄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번 합병은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이 64.1%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휴온스랩을 코스닥 상장사 휴온스가 흡수합병하는 구조다. 휴온스랩은 2025년 말 기준 자본총계 -18억 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순손실도 101억 원에 달한다. 다만 피하주사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인 '하이디퓨즈'를 보유해, 알테오젠의 ALT-B4와 비슷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주목받았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합병을 중복상장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우회상장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에 따라 비상장 자회사의 단독 신규 상장(IPO)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회사가 이미 상장된 계열사에 자회사를 흡수합병 시키는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합병 후 상장법인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등에 한해 '우회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이 지배하는 계열사 간 합병이기 때문에 최대주주 변경이 발생하지 않는다. 자회사(휴온스랩)의 재무 규모 역시 상장사(휴온스)보다 작은 만큼 거래소의 우회상장 심사 대상 기준을 모두 비껴가게 됐다.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이같은 제도적 맹점을 노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휴온스랩의 기업가치가 1290억 원으로 턱없이 낮게 평가됐다고 주장한다. 하이디퓨즈 기술의 잠재 가치를 고려할 때 이번 가치평가는 '헐값 산정'이라는 것이다. 핵심 자산의 가치를 대폭 낮춰 휴온스로 이전시켜 지주사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주사(휴온스글로벌)의 소액주주들에게 최소한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합병의 법적 당사자는 휴온스와 휴온스랩이기 때문에,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에게는 주주총회 의결권이나 주식매수청구권 등 방어 수단이 주어지지 않는다. 핵심 자회사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지주사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투자의 이유였던 핵심 자산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시장도 이를 가격에 반영했다. 합병에 관한 풍문이 확산된 지난 11일부터 합병 공시일인 18일까지 6거래일 동안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29% 급락한 반면, 자회사를 흡수하게 된 휴온스 주가는 합병 공시가 뜬 다음 날(19일) 하루 만에 17.90% 폭등했다.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은 "하이디퓨즈 기술의 잠재력을 믿고 투자했는데 절차적 사각지대로 인해 핵심 자산이 다른 상장사로 이전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이같은 편법이 묵인될 경우, 중복상장 규제를 회피하려는 수많은 지주사가 이를 자회사 우회상장의 새로운 경로로 악용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액트는 한국거래소에 직권을 발동해 우회상장에 준하는 엄격한 질적 심사를 실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금융감독원에는 합병 증권신고서상 가치평가의 적정성을 철저히 심사하고, 헐값 산정 등 결함이 있을 경우 정정 요구나 반려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금감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휴온스의 합병 신고서가 접수되지 않았다"라며 "접수되는대로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