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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내의 제안으로 여자 풋살 팀 코치가 된 아저씨. 모두 어쩌다 만나게 됐지만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자꾸 설명하자니 힘들다. 풋살 얘기다. 지인들과 풋살 이야기를 (정확히는 아내가 풋살하는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혼선이 생긴다. "내 와이프가 요즘 아라에서 뛰는데, 어떻게 뛰는지 몰라서 계속 허둥대"라고 말하면 "아라? 아라가 뭐야?"라는 질문이 날아온다. 이러면 나는 "축구로 치면 윙백 같은 거야"라고 설명한다. 그래야 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다.

풋살에는 골문을 지키는 골레이로, 사이드를 담당하는 아라,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 피보, 최후방 수비수인 픽소가 있다. 나도 이 용어를 풋살 교실에서 접했다. 스트라이커가 아니고 피보라니. 영 어색했다. 하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풋살에 발을 들였으면 풋살 용어를 써야 한다. 그게 해당 종목에 대한 예의고 존중 아닐까. 해서 익숙해질 때까지 꾸역꾸역 외웠다.

이참에 책으로 풋살을 배워보고 싶어 온라인 서점을 다 뒤졌다. 몇 권이 눈에 띄어 '옳다구나!' 하고 들여다보니 풋살 전문가가 쓴 풋살 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었다. 실제로 저자들의 면면을 보니 풋살 관련 이력을 가진 분들은 없었다. 책의 내용들도 대부분 축구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뒤에 부록처럼 풋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사전적인 것들을 열거하는 것에 가까웠다.

풋살을 풋살처럼 했을 뿐인데 혼난 주장

 풋살은 본래 실내 스포츠다. 잔디 없는 평평한 바닥에서 경기한다. 본래 풋살의 탄생 취지가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좁은 공간·실내에서도 계속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풋살은 본래 실내 스포츠다. 잔디 없는 평평한 바닥에서 경기한다. 본래 풋살의 탄생 취지가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좁은 공간·실내에서도 계속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 픽사베이

어쩔 수 없이 국내외 SNS 풋살 계정들을 검색하며 공부했다. UEFA(유럽풋살연맹)에서 발간한 풋살 코칭 매뉴얼도 도움이 됐다. 때로는 스페인어 텍스트를 번역기로 일일이 돌려가며 자료를 찾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상황에서 명확한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수비 자세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제일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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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과 축구의 수비 방식은 조금 다르다. 축구는 경기장이 넓어서 뒷공간 방어가 수비의 큰 원칙 중 하나다. 그래서 상대를 마주할 때도 뒤쪽 공간을 의식하며 물러서는 장면이 많다. 상대가 우리 진영으로 드리블을 시도했을 때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따라가서 길을 끊는 식이다.

근데 이 수비법을 풋살에서 그대로 쓰면 위험할 수 있다. 상대 공격수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4~5m를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면 바로 우리 측 위험 지역이다. 조금이라도 물러서는 순간 어디서 슛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다.

수비수 위치도 다르다. 풋살에서는 픽소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후방을 지켜주는 경우가 많다. 풋살은 축구처럼 오프사이드가 없기 때문에 뒤쪽에 우리 진영을 지켜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축구처럼 상대와 동일선상에 서 있으면 수비할 때 매우 불리해질 수 있다. 상대가 우리 수비 뒤에서 공을 받는 게 반칙이 아닐 뿐더러, 먼저 출발해버리면 우리 측 골대까지 순식간이다. 반응해서 따라갈 때는 이미 늦다.

이런 혼란과 불일치가 현장에서는 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풋살을 축구처럼 알려 주는 곳이 여럿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적다 할 수도 없다. 그 산증인이 우리 주장이다. 주장은 다른 풋살 팀에서 픽소 역할을 자주 맡는다.

그날도 평소처럼 뒷공간 방어를 위해 후방에 서 있었는데, 코치에게 "왜 더 올라가지 않으냐"는 지적을 받았단다. 그 코치님은 풋살을 경험한 적이 없는 분이었다.

풋살의 독자 영역이 사랑받는 때가 오기를

 한국은 주로 인조잔지 구장에서 풋살을 한다.
한국은 주로 인조잔지 구장에서 풋살을 한다. ⓒ 박종원

물론 풋살을 축구처럼 가르치는 책임을 코치들에게 돌리는 게 온당하냐? 그렇게 세상 일이 간단할 리 없다. 한국에서 사회인 풋살은 사실상 야외 스포츠다. 딱딱한 바닥이 아닌 푹신한 인조잔디에서 뛴다. 실내 코트에서 쓰는 기술을 인조잔디에서 쓰면 감이 많이 다르다.

풋살화도 실내 환경에 맞게 설계돼 있다. 축구화처럼 스터드가 없어 비가 조금만 내려도 미끄러지기 쉽다. 그만큼 부상 위험도 커진다. 게다가 포지션 개념도, 공간 인지 능력도 부족한 초급자들이 정신없이 위치를 바꾸는 풋살 플레이를 바로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부족한 선수 풀도 문제다. 체계를 갖춘 팀들조차 시합 엔트리를 다 못 채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풋살의 매력인 무제한 교체를 십분 활용할 수 없다. 기초적인 전술 운용에도 제한이 생긴다.

문제는 풋살만의 플레이 원칙을 버릴 경우, 코치가 제시할 수 있는 답이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짧게 패스를 주고받으라는 얘기 말고는 해줄 게 없다. 그렇다고 축구의 플레이 원리가 풋살 코트에서 제대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뛰든 공차기는 그 자체로 재밌다. 나는 풋살과 축구 모두 사랑한다. 둘 다 매력적인 스포츠다. 둘 중 하나를 미워하고 배척하면 나만 손해다. 동시에 '이왕이면'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종목이든 이왕 할 거라면 대회 공인구로, 대회 정식 규격 구장에서 경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가.

언젠가는 풋살이 '미니 축구'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주목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포지션 용어부터 수비 원칙까지, 풋살에는 풋살만의 언어와 논리가 존재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그 영역에 빠지면 정신 못 차리게 재밌다. 풋살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96년째다. 갓난아이가 백발노인이 되기까지의 시간. 충분히 독자성을 인정받을 만한 세월 아닌가.

#풋살#여자풋살#축구#여자축구#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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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코치의 풋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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