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23명이 죽고 9명이 다친 한국사회 최악의 중대재해 아리셀 참사에 대해 지난 4월 22일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을 대폭 줄여 경영책임자에게 각각 4년과 7년을 선고했습니다. 유가족 및 대책위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한국사회 산재 재판에서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유가족 및 대책위가 바라본 2심 선고의 문제점을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 기자회견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4월 28일)을 맞아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주최로 4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억과 추모가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 기자회견'에서 아리셀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엄정정 씨의 모친인 이순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얘기를 참 많이도 들었다. 그렇다면 2026년 4월 22일 아리셀 항소심 선고를 한 재판부(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장 신현일)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기업의 많은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경영책임자'다. 자본을 보유하고 정보도 권력도 권한도 집중되어 있고 이익도 그에게 편중되어 있다. 결국 회사의 안전보건체계구축과 이행을 위한 재정, 인력, 작업환경, 조직문화는 경영책임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많은 것들이 경영책임자의 경영방침과 안전보건 목표에 근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간에는 산재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일하던 담당자나 안전보건책임자는 처벌되지만, 회사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고 변화하지 않았다.
노동자는 다치고 아프고 죽지만 경영책임자와 회사는 그 죽음과 무관한 존재였다. 반복되는 산재를 막기 위해 발생된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이행되었는가를 주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다. 책임을 물음으로 예방의 효과로 이어지도록 '노동자의 죽음과 경영진의 처벌'을 연결했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엄격한 처벌이 가해질 때 힘을 가진다.
비상구 존재 의미보다, 문장 해석에 빠진 재판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사업장인가 ▲누가 경영책임자인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통해 위험을 방지하고 사업장 특성에 맞는 조치를 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아리셀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사업장으로, 경영책임자 박순관이 자신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 하지 않아서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했다고 1심과 2심 모두 말하고 있다.
그런데 형량은 달라졌다. 사업주이자 경영책임자인 박순관의 안전보건확보 의무에 대해 1심과 2심의 기본적인 판단은 비슷했다. 리튬전지 폭발을 예방할 수 있는 열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점, 사고 이틀 전 1개의 전지가 폭발했는데도 후속 공정을 중지하지 않은 점, 정기적·채용시·작업변경시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은 점, 소방훈련과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점, 위험성 평가를 거짓으로 한 점을 모두 인정했다.
이런 '의무위반'으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동일하게 판단했고, 이 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확보의무와도 연계되어 있다.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와 다르게 판단한 것은 '비상구 설치·유지 의무가 없다'는 점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일부 조항을 어겼다 해도 이 사고와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위험 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이 3층에 있으면 그 건물이 5층 짜리여도 3층에만 비상구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해석이다. 법에 '모든' 층에 설치하라고 쓰여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상구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작업자들이 비상구가 있다는 것만 알았어도 23명이 죽지 않았다는 현실을 2심 재판부는 눈감으며 협소한 법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비상구'가 존재해야 할 이유나 의미보다 '문장 해석'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유족 피해 회복 위해 감형? 재판부로 인해 더 커진 상처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가 4월 22일 오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1심 징역형(15년)을 대폭 감형한 항소심 선고(징역 4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실상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전선정
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은 사업장 안전보건의 방향과 중심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고 다른 조치들의 배경이 된다. 박순관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안내하고 평가해서 인사고과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위험성평가 서류를 조작하거나, 폭발사고에도 작업을 지속하거나, 산재 은폐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법 행위와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는 존재한다. 그래서 양형을 줄여주기 위한 재판부의 설명은 폭발사고에 대한 전조증상을 무시했고,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의무를 방치했다고 규정하면서도 아리셀은 이익추구에만 몰두하지 않았고 안전조치를 완전히 방치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판부는 감형의 이유로 유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유족들의 피해 회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재판부의 행위가 피해를 더 깊게 만들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철저하게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진 힘은 사회적 강제력을 가지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박순관에게 죄가 있다는 판단은 명확하게 설명하면서도 감형의 근거는 정확하지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채 죄를 감해주는 결과만 내놓았다.
피해자들과 노동자 시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면서 바랐던 현실과 반대되는 미래를 2심 재판부는 제시했다. 아리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앞으로 유지된다면 어떤 경영책임자가 산재를 예방하는 노력을 하겠는가. 어떻게든 불법과 탈법으로 이윤을 남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위기에 처한 유가족들을 몰아치고 좌절하게 해서 최소한의 배보상금으로, 재판부에 합의서를 내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리셀 2심 판결에 대해,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의미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죽음을 막을 법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앞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것이다.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의미에 맞는 정확한 판결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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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유가족입니다, '37초의 진실'을 찾고 싶습니다 https://omn.kr/2i6l4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아리셀 대책위 집행위원이자 김용균재단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