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세운 감사의 정원 프리덤홀 ‘참여의 아카이빙 월’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정치적 메시지가 게시되고 있다. ⓒ 김종훈
"X재명 탄핵"
"김현지가 누구야?"
"잊지않겠습니다. 멸공. 그리고 자유. YOON AGAIN(윤 어게인)!"
서울 광화문 광장 '감사의 정원' 지하 프리덤홀에 위치한 '참여의 아카이빙 월'이라는 공간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메시지 가운데 일부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정치 공세"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준공 직후부터 전 대통령 윤석열씨 지지자들이 모여 들어 정치적 메시지를 남기면서 감사의 정원이 특정 정치 세력의 상징 공간처럼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의 정원은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사업이다. 당초 광화문 광장에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국가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한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이후 6·25 참전 22개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으로 계획을 수정, 논란 끝에 현재 모습으로 광화문 광장 한편에 세워졌다.
감사의 정원에는 참전국 22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로 집총경례(받들어 총) 모양의 석재 조형물 23개(한국 포함)가 설치됐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광화문광장의 장소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여기에 조성 과정에서 약 20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전형적인 세금 낭비" VS. "얼마나 감격스럽냐"

▲광화문 감사의 정원. ⓒ 김종훈

▲광화문 감사의 정원. ⓒ 김종훈
16일 기자가 감사의 정원 받들어총 형상의 조형물 인근에서 만난 시민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50대 김성환씨는 "내란을 이겨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인 광화문 광장에 (주한) 미 대사관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받들어총 모습의 조형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렇게 세금을 낭비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마포구에 거주 중인 시민 40대 김미정씨도 "누가 봐도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치적을 쌓으려고 이렇게 무리한 공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며 "참으로 안타깝다. 당장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독립투사 후손 이해석씨는 "광화문에 '독립기념탑'을 세우자"며 "대한민국의 심장인 광화문에는 왜 우리의 독립과 해방을 상징하는 기념탑 하나 없는가. 광화문은 단순한 도심 공간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민의 정신이 모이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곳에 우리 민족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독립기념탑' 하나쯤은 반드시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옹호하는 시민도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왔다는 60대 박아무개씨는 "얼마나 감격스럽냐"며 "전쟁 때 도움받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이걸 상징으로 만든 것이 좋다. 외국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느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처음 생겼기에 잠시 둘러볼 뿐 오래 머물거나 조형물을 깊이 살피진 않았다.
감사의 정원 주변 맴도는 '윤어게인' 지지자들
일부 시민들은 감사의 정원 주변에서 'ONLY YOON(온리 윤)'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윤어게인"을 외치거나,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15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용자씨>에 올라온 영상에서 윤어게인 붉은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은 인터뷰 도중 "윤어게인. 시청자님들 파이팅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기자가 감사의 정원에서 만난 20대 청년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참여의 아카이빙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찾고 있었다. 특히 아카이빙 월에 'X재명 탄핵'과 '김현지가 누구야?' 등이 올라오자 "이것 보라"며 서로 권유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에 기자가 '이런 메시지가 감사의 정원 취지와 어울리냐'라고 묻자 이들 중 한 명은 "감사의 정원은 멸공의 공간"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함께 근무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광화문 광장 감사의 정원 프리덤홀 ‘참여의 아카이빙 월’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정치적 메시지가 게시되고 있다. ⓒ 김종훈
앞서 오세훈 후보는 준공식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조직적 훼방과 거짓 선동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정원은 광화문광장 한편에 자리 잡아 소중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감사의 정원이 극우와 군사주의의 상징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냐"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15일 감사의 정원 현장을 찾은 정원오 후보는 "광장은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이 위치가 과연 타당한지 많은 시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계신다"라며 "제가 당선이 되면 참전국에 감사를 담으면서도 광화문 광장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 공론화를 통해 해결해 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