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운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 ⓒ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제공
"누군가는 그의 항해가 무모하다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들불의 정신은 결코 박제된 역사가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곳, 진실이 은폐되는 곳에서 다시 타오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들불의 계승입니다. 김아현님은 광주 오월의 정신이 어떻게 국경과 바다를 넘어 세계적 평화 연대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 제21회 들불상 심사 결정문
지난 14일, 사단법인 들불열사기념사업회 '들불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병인 전남대 사학과 교수)'가 제21회 들불상 수상자로 평화운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이 선정됐음을 발표했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광주 광천동 소재 들불야학에서 활동하던 중 5.18민주화운동을 전후로 세상을 떠난 박기순, 윤상원, 박용준, 박관현, 신영일, 김영철, 박효선 열사를 기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들불야학의 일곱 열사는 '들불7열사'로 불린다.
지난 2006년, 들불열사기념사업회가 제정한 '들불상'은 들불열사들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는 헌신적인 활동을 수행해 온 개인과 단체에게 시상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제13회 들불상은 미투운동을 이끈 서지현 검사가 수상했고, 지난해 시상된 제20회 들불상은 광주청년유니온과 이소아 변호사에게 돌아갔다.
이날 제21회 들불상 수상자를 발표한 '들불상 심사위원회'는 "1970년대 광주 광천동 공단의 척박한 땅에서 피어오른 '들불야학'의 불꽃, 들불열사들은 독재와 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쳤다"며 "오늘날에는 전 세계를 뒤덮은 전쟁과 증오의 파고 속에서 온몸으로 평화를 일궈내는 활동가가 있다. 제21회 들불상 심사위원회는 국경과 바다를 넘나들며 인류의 양심을 깨워온 평화운동가 '해초' 김아현님을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의 숭고한 여정을 기리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김아현님의 평화 실천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초등 대안학교 시절 제주 강정마을의 아픔을 목격했고, 진도 팽목항과 5.18민주묘지를 잇는 '평화의 배'에서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법을 익혔다"며 "지난 2023년 무동력 세일링 요트를 타고 107일간 동아시아 바다를 누빈 '생명의 항해'는 군사주의의 긴장을 녹이고 생명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파한 독보적인 실천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중해 동쪽 끝,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한 그의 발걸음은 '가자지구로 가는 배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학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임을 온 세상에 선포했다"며 "그 과정에서 마주한 구금과 나포, 그리고 한국 정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도 그의 평화로운 저항을 막지는 못했다"고 했다.
심사위원회는 "김아현님은 국제사회에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이스라엘의 학살을 멈추기 위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준엄하게 촉구하며, 고립된 이들과 연결된 '생명의 끈'이 됐다"며 "우리는 김아현님의 헌신과 용기가 들불열사들의 뜻과 깊이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며, 이 상이 그가 걷는 고난과 희망의 길에 든든한 연대의 손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21회 들불상 시상식은 오는 5월 23일 오전 11시에 국립 5.18민주묘지 역사의 문에서 들불열사합동추모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