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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과 과도한 행정 업무 속에서도 '좋은 교육'을 고민하는 젊은 교사들이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제 겨우 5월인데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 나는 현장체험학습을 3번 다녀왔다. 도예, 판화, 만화 작가 분들이 학교로 방문하는 방식의 체험학습을 제외한 횟수다. 3월에는 이웃 도시인 강릉, 4월에는 서울로 2박 3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양양의 작은 학교는 5학년과 6학년이 함께 수학여행을 간다. 여행 중 학생의 안약을 찾아 헤매고, 새벽에 구토하는 아이를 달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잘 마쳤다. 5월에는 양양에서 버섯 농장과 딸기 농장을 하는 청년 농부를 만나 버섯과 딸기를 먹었다.

교직 18년 차지만, 나는 여전히 현장체험학습이 즐겁고 교육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번 출발하기 전 간절한 마음으로 무사고 기도를 하기는 하지만.

소풍 안 가는 학교, 수학여행 없는 학교, 축구 안 되는 학교 소식만 듣다가 우리 학교 이야기를 들으면 좀 낯설게 들릴 것이다. 우리 학교 나름의 특수성은 있다. 여기는 강원농어촌유학학교. 올해 유학생을 받을 때는 면접까지 보았다. 공교육 교사를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면접을 보는 경험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자체적으로 정원을 정해놓고 탈락자까지 추려야하는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서울을 포기하고 아이 생애의 1, 2년을 일부러 강원도 바닷가 동네에서 보낸다고?' 나는 자주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에도 유학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유학 문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

 무료로 진행되는 파크골프 방과후 수업. 다른 프로그램도 모두 무료다.
무료로 진행되는 파크골프 방과후 수업. 다른 프로그램도 모두 무료다. ⓒ 이준수

현재는 강원도 뿐 아니라 전라도, 제주도 등지로 농어촌 유학 제도가 확대되었다. 다시 말해서 수도권 도시 지역의 학생들에게 농어촌 유학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경쟁은 약해져야 한다. 이것은 간단한 수요 공급 논리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한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폭발적인 농어촌유학 수요가 있었다. 2026년 강원농어촌유학 참가자 548명 중 282명은 '유학 연장 신청자'이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엇이 도시의 아이들을 한적한 강원도 바닷가 시골 학교로 이끌었을까. 면접과 지원서류에 힌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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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거의 못 갔거든요."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요."
"바닷가에서 서핑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면접을 보면서 문제집이나 학력 관련 용어는 듣지 못했다. 양양까지 와서 수학 선행 학습을 하려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다만 한결같이, 정말 서로 면접 시나리오를 맞춘 것처럼 비슷한 낱말이 반복해서 나왔다. 체험, 야외 활동, 자연. 유학생 면접이 치러지는 교장실 창밖으로 소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렸다. 도시의 학부모와 아이는 경험에 목말라 있었다. 입시 레이스에 올라타기 전 초등학교 시절의 한때만이라도 느긋해보자. 단순하고도 소박한 바람이었다.

한 인간이 균형잡힌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지덕체' 전인교육이 필요하다. 반론의 여지가 없는 교육의 정론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지식교육', 정확히 표현하면 입시 기반 지식교육 인프라가 풍부하다. 그런데 인구밀도가 높고, 구성원의 요구사항이 많다 보니 민원도 비례하여 무척 많다. 운동회 소리가 시끄럽다고 체육 행사를 취소하고, 잘 뛰는 계주 선수에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교생이 릴레이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황당무계 판타지소설 같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비교육적인 민원조차 적절히 수용하여 처리하지 않으면 더 큰 민원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운영은 점점 어떤 위험요소도 감수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동네 책방 나들이'를 기획하고, '우리 학교 피구 리그전'을 개최해도 민원 한 방에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일형 활동조차 원만하게 진행하기가 힘드니, 숙박형은 감히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학교의 왜곡된 사례라고 보기에는 전국 단위에서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동시에 대안적 교육 수요도 생겨난다. 도시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없다면 아예 장소를 옮겨버리는 것이다. 강원농어촌유학은 꽤 매력적인 대안이다. 주거비가 지원되고 읍내까지 스쿨버스가 다녀 꼭 시골 학교 옆에 살지 않아도 된다. 우유 급식, 방과후, 수학여행을 비롯한 현장체험학습 비용이 모두 무료이므로 가계 부담도 없다. 부모님 두 분이 반드시 오지 않아도 된다. 우리 학교도 한 분은 서울에서 일을 하고, 한 분은 아이를 돌보는 형태의 유학가정이 대부분이다. 농어촌유학은 넓은 개념의 체험활동 중심 대안교육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요즘 같이 난리인 시대'에도 우리 학교가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장체험학습을 강력히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학교. 물론 교사인 나는 현장체험학습을 가기 전 걱정이 한가득이다. 버스 동선, 알레르기, 멀미약, 돌발행동, 차량 후진, 경찰 조사 가능성까지 대비한다. 그렇지만 과도한 학부모 민원은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우리 반은 여덟 명 밖에 되지 않고, 모든 아이가 수도권에서 온 유학생이다. 한 마디로 현장체험학습을 비롯한 감각 교육을 최대한 누리고 싶어 면접까지 보고 자원한 가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심각한 사안이 아닌 이상 최대한 학교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고, 협조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나는 힘을 내고, 용기를 얻어서 다시 교실 밖을 나선다. 불안은 가슴 속에만 묻어둔 채.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단 한 가지

 학생 손바닥만 한 딸기, 아이 손보다 큰 버섯. 농장에 가서 직접 따는 맛이 상당하다.
학생 손바닥만 한 딸기, 아이 손보다 큰 버섯. 농장에 가서 직접 따는 맛이 상당하다. ⓒ 이준수

교육감 선거가 코앞이다. 시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현장체험학습을 왕창 다니는 교사로서 작은 바람이 있다. 선생님이 안심하고 현장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실질적으로 마련했으면 한다. 지금은 공식 교육과정으로 계획하고, 절차 밟고, 사전답사 하고, 안전교육 하고, 인솔을 해도 사고 나면 담임 교사 개인이 덮어쓴다. 경찰 수사를 받고 법원 재판의 당사자가 된다. 교장, 교감 선생님도 담임을 보호해주지 못 한다. 전적으로 기도에 가까운 '무사고 운'에 기대는 형편이다.

나는 교육청에 '사고 터진 뒤에 변호사 붙이는 방식'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또 보호 제도 한 번 이용하려면 신청서, 증빙자료, 회의, 보고서 쓰느라 진이 다 빠지는 방식도 원치 않는다. 그냥 확실하게 교육청에서 대리인 자격으로 법률 대응과 배상 지원을 담당하길 바란다. '선생님께서 통상적인 의무를 다 하셨다면 마음 놓고 수학여행 다녀오세요, 그 밖의 구체적인 지원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같은 느낌으로. 기관 이름도 'OO교육지원청'이지 않은가.

나는 현장체험학습을 줄이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동네를 걷고, 하조대 바다에서 쓰레기를 줍고, 전나무 숲에서 트리클라이밍을 계속하게 하고 싶다. 배움은 책을 넘어 세상 속에 존재한다. 교실 속 전등은 한 가지 색이지만, 교문 밖 사계절은 시시각각 변하며 빛난다. 그러나 체험학습의 순기능이 교사 한 사람의 법적 위험 위에서 작동해서는 곤란하다.

책상 위 달력을 본다. 우리 학교의 현장체험학습 계획은 여전히 목록이 길다. 바닷가로 서핑하러 가야 하고, 얼핏 보니 2학기에는 2박 3일 통일교육 캠프도 잡혀있다. 배움은 끝이 없고, 학교 밖에도 교육의 길은 열려 있다. 단, 안전한 체험학습은 교사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과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 위에서 가능하다. 이건 교사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강원농어촌유학#현장체험학습#수학여행#학교민원#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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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글쓰기와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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