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식 세종시시각장장애인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세종경찰과 안전한 동행" 안내판이 보인다. ⓒ 뉴스피치 김수현 전문기자
[2신: 13일 오후 3시 2분]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 세종북부경찰서 앞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비옷 차림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세종시장애인단체연합회와 세종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주최한 이날 결의대회에는 세종을 비롯해 충남·충북·경기·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과 부모,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 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지침 무시 부실 수사, 책임자를 문책하라", "폭력 시설 방치하는 세종시는 각성하라", "피눈물 나는 장애인 학대, 거주시설 전수조사로 뿌리 뽑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세게 구호를 외쳤다.
김재설 세종시장애인단체연합회 회장의 여는 발언에 이어 무대에 오른 학대 피해자의 어머니는 끝내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몸이 아파 돌볼 수 없어서 보낸 시설에서 아이가 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쳐 돌아왔다"는 어머니는 "보고 들은 사람이 없고 누가 그랬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것이냐"며 철저한 재수사를 호소했다.
유성식 세종시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역시 수사 당국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회장은 "가해자는 거리를 활보하는데 경찰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장애인의 특성을 외면한 채 기계적인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국가가 '장애인은 때려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에 내린 비로 우비를 입은 세종 시민들과 연대자들이 "가해자 구속하라" "장애인 수사 절차 준수, 시설 전수조사하라" 피켓을 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수현 전문기자 ⓒ 뉴스피치 김수현 전문기자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로는 '진술 조력인'의 부재가 꼽혔다. 한국장애인의사소통개발원 김수정 회장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진술 조력인 배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당국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이석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진술 조력인 없이 조사를 진행한 담당 수사관을 즉각 징계해야 한다"며 "경찰이 장애인의 비명에 제대로 응답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 부모협회 민영수 부회장은 이번 사건을 '부실 수사'를 넘어선 '비리'로 규정했다. "장애인복지법상 진술 조력인을 배치하도록 돼 있음에도 이를 어긴 것은 명백한 법령 위반"이라며 "이를 방조한 시설 원장, 담당 공무원, 수사관, 경찰서장을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탈시설'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성은정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장애인 학대를 단순 사고나 관리 부주의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탈시설이야말로 학대를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장애인을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달려온 부모회 회장단도 힘을 보탰다. 김미범 경기지부장과 한영선 충북지부장 역시 "시설은 아무리 노력해도 시설일 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제정된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을 지역에서 실현시켜야 한다"며 "우리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부모들이 끝까지 투쟁하자"고 입을 모았다.
전재화 충남지부장은 "장애인 학대가 발생한 시설을 폐쇄시켜야 한다"며 해당 시설의 즉각 폐쇄를 강력히 촉구했다. 경북 울진에서 온 권태현 지회장도 "처음 폭행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 잘못을 지적했다면 지금 같이 12주의 상처를 만드는 괴물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설 내의 폐쇄적인 구조를 비판했다.

▲오전에 내린 비로 우비를 입은 세종 시민들과 연대자들이 "가해자 구속하라" "장애인 수사 절차 준수, 시설 전수조사하라" 피켓을 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피치 김수현 전문기자
집회 도중 경찰서장 면담을 진행한 협상대표단은 12시가 넘어서자 협상 내용을 보고했다. 협상단은 "경찰서장으로부터 이번 재조사를 형식적이 아닌 철저한 수사로 진행해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다만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다시 모일 것"이라며 경고를 잊지 않았다.
자리를 끝까지 지킨 세종시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의 한 상담사는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가 일어 생전 처음 집회에 참여했다"고 동기를 밝히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어울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시 끝까지 자리를 지킨 세종시민 손영식(다정동) 씨도 "세종시 장애인 시설 전수조사하고, 시설을 폐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정민 세종장애인단체연합회 사무처장은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그 교두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의대회 이후 세종지역 장애인 단체들은 경찰의 재수사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세종시에 관내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인권 실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세종시장애인단체연합회와 세종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세종 장애인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 명은 12일 오전 세종북부경찰서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 뉴스피치 김수현 전문기자
[1신: 12일 오후 2시 52분]
세종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중대 학대 사건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되자, 장애인 단체들이 이를 부실 수사로 규정하고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시장애인단체연합회와 세종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세종 장애인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 명은 12일 오전 세종북부경찰서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수사 기관의 직무유기를 강력히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전문기관의 학대 판정과 행정처분까지 내려진 사건을 경찰이 실체적 진실 규명 없이 방치했다"며 이는 국가의 장애인 보호 책무를 저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세종시장애인단체연합회 등에 따르면, 사건은 2025년 1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해뜨는집'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설 측은 피해 가족에게 "옆구리에 멍이 든 것 같다"며 단순 사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정밀 검사 결과 피해자는 갈비뼈 6대 골절과 척추 골절, 혈흉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에 대해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조사를 거쳐 '신체적 학대'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기관 측은 피해자에게 자해나 중상을 입을 만한 행동 특성이 없었다는 점과 종사자의 가해 행위에 대한 목격 진술이 확보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세종시 역시 이러한 인권침해 사실을 근거로 해당 시설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12일 오전 세종북부경찰서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수사 기관의 직무유기를 강력히 규탄했다. ⓒ 뉴스피치 김수현 전문기자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세종경찰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연합회 측은 "경찰이 피해자의 장애를 이유로 진술 조력인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진술 확보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이 "입소자 간의 다툼이나 단순 낙상 가능성이 있다"는 시설 종사자들의 일방적인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입건 전 종결(내사종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피해 가족에게 종결 사실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국가의 장애인 보호 책무를 저버린 심각한 인권침해임을 강조하며 세종경찰에 ▲사건의 전면 재조사 ▲부실수사 책임자 문책 및 거주시설 전수조사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조력인' 배치 등 인권 보호 지침 준수를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세종시에는 관내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인권 실태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회 측은 "재수사 착수는 끝이 아니라 진실 규명의 시작일 뿐"이라며 "13,000명 세종시 장애 시민의 안전과 피해자의 억울함이 해소될 때까지 향후 수사 과정을 엄중히 감시하고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채 1년 넘게 방치된 이번 사건이 재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역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시 공동체 미디어 '뉴스피치'에도 실립니다. 뉴스피치(Newspeach)는 세종시 중장년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창간한 지역 기반 공동체 미디어로, 젠더 관점의 보도를 통해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조명하고 건강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새로운 언론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