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뼈 심부름
- 김안녕
엄마는 초등학교 오학년 막냇동생을 뼈다귀 사 오라 보냈다
엄마도 나도 기억 못 하는 오래전 이야기
백사십 센티도 안 되는 아이가 노란 양동이 들고
뼈 사러 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몇 번을 휘청거려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우리에겐 저마다 어떤 병이 있고
대신 문병 가는 이웃이 있고
대신 병 치르는 사람이 있고
대신 밥 차리는 여인이 있고
대신 뼈를 사 오는 가녀린 아이가 있다
나는 누구의 대신일까
그 누가 나 대신 황야를 걸어 노을 속으로 심부름 갔을까
누군가 대신 들고 온 양동이 속엔
핏물 머금은 뼈다귀들이 울음도 없이
출처_시집 <사랑의 근력>, 걷는사람, 2021
시인_김안녕: 2000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불량 젤리>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사랑의 근력>이 있다.

▲누가 나 대신 황야를 걸어 노을 속으로 심부름 갔을까.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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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엄마의 말은 유언은 아니지만, 유언일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는 심부름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갑니다. 양동이 가득 뼈를 담아오는 일은 막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데 엄마의 말, 엄마의 사랑은 훈풍입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의지'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애초에 심부름은 산책과 무관한 일이지만, 그 아이는 오직 멀리서만 바라봐야 아름다운 노을을 어리둥절한 채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바라보았겠지요. 그 아이는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삶을 찾아 헤매다가, 여전히 조용한 용기와 의지 하나로 큰 골격을 지닌 청년이 되었겠지요. 그래요. 사랑과 심부름이라는 말은 엄마의 필체입니다. 오늘은 저 핏물을 머금은 저녁 풍경이 애타게 그 아이를 부르는 것만 같습니다. (이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