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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던 집 앞 마트가 있다.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장을 보다 보니, 동네 마트를 찾는 일이 부쩍 줄었다. 코로나 이전,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에는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나면 마치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던 곳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발길이 뜸해졌다.
코로나 이후 동네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마트는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섰고, 식당은 키오스크로 바뀌었다.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는지조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맛은 어땠어요?" 하는 짧은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이제는 주문과 동시에 결제까지 끝나니 그런 소소한 말 한마디조차 사라졌다. 편리해진 만큼,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고 외로운 기분이 든다.

▲얼갈이겉절이얼갈이겉절이 완성 ⓒ 송미정
요즘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집에 오는 길에 가끔 그 마트에 들러 저녁 반찬거리를 산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비빔밥이 먹고 싶었다. 몇 달 전 유행했던 봄동 비빔밥은 먹고 싶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얼갈이 비빔밥이 먹고 싶어졌다. 전날 밤부터 '내일은 꼭 해먹어야지' 하며 혼자 설레기까지 했다.
마트에 가보니 얼갈이는 한 박스(4kg) 단위로만 팔고 있었다. 사장님께 소분 해서 파는지 여쭤보니, 어렵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뭐 해 드시게요?"라고 물으셨다.
"비빔밥 해 먹으려고요. 그런데 한 박스는 너무 많아서요."
아쉬운 마음에 그냥 돌아섰다. 식구도 많지 않고 김치를 담글 것도 아니라서 선뜻 사기 어려웠다. 다른 반찬거리를 몇 가지 담아 계산대로 갔다. 계산을 마치자 사장님이 잠깐 밖으로 나가시더니 비닐에 얼갈이를 한 줌 담아 건네주셨다.
정을 선물 받다
"이 만큼은 돈 받고 팔기도 애매해요. 이 정도면 되죠? 맛있게 해 드세요."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마음이 뭉클했다.
"이거 받아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얼갈이를 받아 들고 나오는데, 가슴 한 편이 뜨끈했다.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던 일상 속에서 오랜만에 '정'이라는 감정을 느낀 순간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식당에서도, 시장에서도, 이웃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오가던 정이 점점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건. 이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일이 오히려 '오지랖'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얼갈이비빔밥얼갈이비빔밥에 김싸서 한입 ⓒ 송미정
집에 돌아와 선물처럼 받은 얼갈이로 비빔밥을 만들었다. 지금은 얼갈이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 먹기 좋게 썰어 깨끗이 씻고, 갖은 양념으로 겉절이를 만들었다. 갓 만든 겉절이 위에 따뜻한 밥과 계란프라이 하나 얹어 비볐더니,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퇴근 후 먹는 밥은 원래도 달지만, 그날의 식탁은 유난히 더 따뜻했다.
편리함 속에서 잊고 지냈던 '정'이라는 감정이, 얼갈이 한 줌을 통해 다시 내 일상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르고 간편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지만, 가끔은 이렇게 느리고 따뜻한 방식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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