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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정 카이스트 석좌교수(왼쪽)가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포럼에서 오연호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최문정 카이스트 석좌교수(왼쪽)가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포럼에서 오연호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 김영애

"AI시대를 낙관하냐고요? 낙관 정도가 아니라 저는 너무 즐거워요. 오늘은 또 얼마나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을까 싶어요."

최문정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열린 오마이 AI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AI 사회복지정책 전문가'로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우리는 지금 행복해지고 있는가'를 주제로 대담을 나눈 자리였다. 오마이뉴스의 두 번째 AI 포럼이다.

공학 중심 카이스트에 '문과 교수'가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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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과학기술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진 카이스트 전임교수 739명 중 인문사회계열 출신도 약 50명이나 된다. 최 교수는 "카이스트가 처음엔 경제 발전 동력을 이끄는 미션이었지만, 이제 GDP 10위 경제 대국이 된 한국은 글로벌 난제를 풀어야 하는 단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좋은 문제를 풀려면 좋은 질문이 먼저입니다. 그 질문은 공학이나 과학만으로는 만들 수 없어요. 인문사회적인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학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인 그가 사회복지로 방향을 튼 것은 시베리아 청년 자원봉사가 계기였다. "전국에서 온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두 달을 보냈는데, 사회복지가 단순히 돈 나눠주는 게 아니라 정책도 하고 실천도 하고 상담도 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적성에 딱 맞았습니다." 이후 고령화 문제에 천착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고령화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에 따른 역할을 주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매일매일 즐겁다"... AI 시대가 버겁지 않은 이유

최 교수는 AI 시대를 즐기는 연구자다.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 세 가지 모델을 모두 구독해서 쓴다. "사회과학자는 결국 글이 최종 산물이에요. 그런데 생성형 AI는 글이 가장 많으니 우리 연구에 영향이 엄청납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데이터 수집부터 마지막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는데 그게 빨라지니까 날개를 단 것 같아요."

98학번인 그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플로피디스크부터 AI까지 변화를 다 경험한 세대"라며 변화를 낯설어하기보다 흥미로워한다. "세 모델이 같은 질문에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 게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오늘 또 얼마나 새로운 걸 볼 수 있을까, 매일 기대됩니다."

다만 한 가지 경계는 분명히 짚었다. 최근 컨설팅 업계에서 나온 신조어 '워크슬롭(Workslop)'이다. "품질은 낮은데 어마어마하게 생산되는 결과물들, 그걸 리뷰하고 고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현상이에요. 이걸 계속 봐주면 다른 일이 마비가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최문정 카이스트 석좌교수(오른쪽)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최문정 카이스트 석좌교수(오른쪽)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 김영애

UN 자문위원... "AI 권력만 논하고 권위는 논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관하는 'AI for Good Global Summit'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 과정 때 UN 본부 인턴으로 시작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매년 7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 서밋은 AI를 통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각국 기관과 기업, 시민사회가 모여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AI와 여성·노인'을 주제로 보고서를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AI에 열광하는 이유를 "생산성에 미친 국가"에서 찾았다. "AI가 생산성을 즉각적으로 체감하게 증폭시킵니다. 한국 사회에 AI가 들어온 건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은 상황이에요. 그런데 공공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복지나 공공 영역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AI가 마구 들어오는 건 걱정스럽습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AI 권력'과 'AI 권위'의 구분이다. "권력은 AI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의 문제고, 권위는 우리가 이것을 하도록 합의한 적이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는 권력만 논의하고 권위는 논의하지 않고 있어요."

실제 사례로 그는 아동학대 예방 AI 시스템을 들었다. "전국 가정의 아동학대 위험률을 AI가 산출해 사회복지사의 방문 대상을 정합니다. 언론은 이 시스템의 예측 정확도만 논하는데,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가 AI의 판단에 따라 사회복지사를 움직이도록 합의한 적이 있는가'입니다."

이는 이날 포럼의 화두이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 옆자리에 AI 에이전트가 출근했다, 당신은 동의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최 교수는 AI를 쓰는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눴다. 내가 통제하는 것, 협업하는 것, 통제당하는 것. "사회도, 국가도 AI에 통제될지 협업할지 통제받을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고립 은둔 청년 54만 명... AI로 풀 수 없는 이유

대한민국 군인 숫자(약 50만 명)보다 많은 54만 명의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모든 문제를 AI로 풀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고립 청년 문제는 근본적으로 도시 문제이고 사회자본이 없어진 문제예요. IT가 고립을 유지하기 더 쉽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건 예전에도 전화가 있었던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는 해법으로 '마을 에이전트'를 제안했다. "AI 에이전트가 결국 개인이 소유하는 개념이 되고 있는데, 지역사회를 강화하고 옆 사람을 볼 수 있게 하는 마을 에이전트가 필요합니다. 연대감, 동네, 지역사회 같은 개념이 굉장히 약해져 있어요."

인간관계가 AI로 대체될 수 있냐는 질문에도 그는 선을 그었다. "영화 < HER >처럼 오연호 대표 AI와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 해도, 이 집 마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오는 기쁨과는 다릅니다. 지능을 공유하면서 오는 기쁨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오는 기쁨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인간의 근본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최 교수는 대담 내내 AI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이 사회 가치관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 덴마크에는 '몰카(불법촬영)'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는 학생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말했다.

"카메라 소리를 크게 설정한 건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에요. 기술은 그 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어느 나무에 물을 주냐에 따라 나무가 다르게 자라듯, 우리가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를 말해줍니다."

#최문정#오마이포럼#오연호#마당집#에이전트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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