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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10 08:08최종 업데이트 26.04.10 08:08

헌법은 도시의 언어로 쓰인다

싱가포르 도시계획전시관에서 멀라이언 파크까지

3월 17일 저녁 무렵에는 싱가포르 도시계획전시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싱가포르재건축청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쾌적한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1층에서 싱가포르 도시 모형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우리나라의 서울역사박물관에도 서울의 전체 지도를 대형 모형으로 전시한 공간이 있다.

지난 며칠간 싱가포르를 산책한 공간을 눈으로 따라 읽으니, 싱가포르 거리를 다시 걷는 기분이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헌법은 문서가 아니라 도시 그 자체로 읽힌다. 공공주택 단지마다 인종 구성 비율을 법으로 정해 특정 인종이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보행자 전용 다리와 녹지 공간을 도시 곳곳에 배치한 것 모두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가 공간으로 구현된 것이다.

 싱가포르 모형 전시
싱가포르 모형 전시 ⓒ 여경수

전시관 바로 앞에 있는 호커센터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양한 음식점이 양옆으로 늘어서고 먹는 공간은 가운데 있는 구조가 마치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느낌이었다. 별도의 부가세나 봉사료는 받지 않았다. 나는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를 모은 사테를 한 접시 주문했다. 음료는 사탕수수즙과 레몬즙을 혼합한 것을 선택했다. 호커센터에서 사탕수수 음료를 감로수라고 팔았다는 옛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싱가포르 호커센터
싱가포르 호커센터 ⓒ 여경수

식사를 하고 나서, 산책 삼아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 지하 1층에서 싱가포르 관련 관광 책자를 살펴보고, 9층에 있는 싱가포르 전시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1965년 싱가포르가 독립되기 이전 두 달간의 긴박한 상황을 현대적인 영상 기법으로 담은 다큐멘터리를 관람할 수 있었다.

바로 위층에는 동남아시아 책자를 소개하는 전용 공간이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문화, 역사, 건축, 소설을 주제별로 정리한 공간이다. 헌법 분야를 가보니, 지난 몇 년간 읽은 동남아시아 헌법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나 싱가포르의 저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동남아시아의 도시국가에서 이제는 동남아시아를 주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싱가포르인들의 야망을 느낄 수 있었다.

 싱가포르 강변: 노란색 건물이 내가 머문 숙소이다.
싱가포르 강변: 노란색 건물이 내가 머문 숙소이다. ⓒ 여경수

도서관에서 나와 에스플러네이드 예술회관으로 향했다. 에스플러네이드 예술회관은 열대과일인 두리안과 비슷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거의 매일 다양한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이 열리고 있다. 내가 간 시간이 마침 공연이 마무리되는 시간인지라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싱가포르가 경제 도시를 넘어 문화 도시로 거듭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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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행자 전용 다리인 주빌리 브리지를 건넜다. 우리나라에도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많지만, 보행자 전용 다리는 아직 드물다. 잠실에 출장을 갈 일이 있으면 동서울터미널까지 대교를 걷곤 했지만, 차로와의 구분이 넉넉하지 않아 늘 불편함을 느꼈다.

나는 다리를 건너 멀라이언 파크에 섰다. 사자 머리에 물고기 꼬리를 가진 멀라이언은 싱가포르의 국가 상징이다. 사자의 도시라는 뜻의 싱가포르와 해양 민족의 역사가 하나의 조형물로 결합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변에는 여러 종류의 술을 파는 주점이 즐비했다. 건물들의 구조가 강변으로는 주점들이 도로변으로는 식당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구조였다. 나는 그들 건물 중 2층에서 5층까지 숙소로 만든 곳에서 머물렀다. 숙소에 들어가서는 2층 공용공간에서 지금까지의 기행을 종이에 쓰면서 요약 정리했다. 싱가포르의 마지막 밤이었다.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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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싱가포르 헌법 기행

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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