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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02 17:06최종 업데이트 26.04.02 17:06

광화문 한글 현판 논쟁, 반대 논리 5가지 살펴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광화문 현판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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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현판 토론회 전체 토론 장면
광화문 현판 토론회 전체 토론 장면 ⓒ 김슬옹

지난 3월 31일 오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는 예정 시간 두 시간보다 한 시간 더 이어질 만큼 뜨거웠다. 올해 초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방안'을 보고한 이후 처음 열린 공개 토론회 자리였다. 필자는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국민 모임(이하 광훈모) 회원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이번 토론회에서 주목할 점은 찬성 측의 입장이다. 한글학회, 광훈모 등 한글 단체들은 기존 한자 현판을 철거하고 한글로 교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그 아래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한자 문화의 역사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함께 드러내자는, 사실상 양보와 공존의 안이다. 그렇다면 이 절충안에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반대 논리 ①] "원형 보존의 원칙이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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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측이 내세우는 가장 큰 논거는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 원칙이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것은 과거의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했고, 홍석주 서일대 교수는 "어떤 고증 기록에도 없는 한글 현판을 다는 순간, 35년 넘게 이루어진 복원의 기준과 성과물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 논리에 대해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발제에서 지적했듯, 현재 걸려 있는 한자 현판 자체가 '온전한 원형'과는 거리가 멀다. 광화문 현판도 원형 그대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판 글씨는 흥선대원군 중건 당시 무관 임태영이 쓴 글씨를 원형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희미한 사진을 디지털 복원한 것에 불과하다. 2018년 일본에서 발견된 '경복궁 영건일기' 기록 이전까지는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여야 할 현판을 정반대인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걸어 놓고 있었다.

2023년에야 배색 오류를 바로잡았으니, 이건범 대표의 표현대로 "사실상 가상 모형"에 가깝다. 엄밀한 원형이 무엇인지조차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형 보존을 절대 원칙처럼 내세우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광화문 한글 현판 운동을 몇십 년 이어온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회장은 방청석 발언에서 "원형이 아닌데 원형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라고 원형 논리를 비판했다.

[반대 논리 ②] "다른 문화유산에 파급될 우려가 있다"

홍석주 교수는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달면, 다른 국가유산 건조물의 보수·복원 방향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논리는 언뜻 그럴듯하지만, 사실 이미 답이 나와 있는 문제다. 찬성 측 그 누구도 창덕궁이나 남대문, 동대문의 한자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한 적이 없다.

이건범 대표는 방청객 질의응답 시간에 "광화문의 특수성과 상징성 때문에 이 논의를 하는 것이지, 다른 문화재를 건드리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고,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도 "어떤 이들은 왜 광화문이냐, 동대문도 있고 남대문도 있는데 하지만, 우리는 다른 유산을 고칠 생각은 조금도 없다"라고 발제문에 명시했다. 광화문은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의 정문이라는 유일무이한 장소 특수성이 있으며, 1968년부터 2006년까지 42년간 실제로 한글 현판이 걸려 있었다는 역사적 선례까지 있다.

[반대 논리 ③] "영국과 프랑스도 역사적 언어를 존중해 그대로 둔다"

최종덕 전 소장은 영국 왕실 문장의 프랑스어, 소르본대학 성당 건축물의 라틴어를 사례로 들며 "속 좁은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옛사람들의 행위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비유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빠져 있다.

영국 왕실 문장의 프랑스어는 노르만 정복 이후 300년간 왕실과 귀족이 실제로 프랑스어를 사용했던 역사의 흔적이고, 소르본 성당의 라틴어는 중세 유럽 학문 공통어의 흔적이다. 이 문구들은 해당 국가의 정체성과 충돌하지 않는다.

반면 광화문의 한자 현판은 일부 외국인에게는 광화문 현판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자 현실을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청석에서 발언한 이창덕 외솔회 회장의 증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영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러 왔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가 중국 소수민족의 방언이 아니냐고 물었다."

또한 연간 300만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이 광화문 한자 현판을 중국어·일본어 등 각자의 한자음으로 읽지, '광화문'이라고 읽지 않는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국어학자 최용기씨가 방청석에서 지적한 대로, 한자 '光化門'을 '광화문'이라고 읽는 것은 한국인뿐이다. 영국인이 자국 왕실 문장의 프랑스어를 읽을 수 있는 것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반대 논리 ④] "조선 시대 한글은 평민과 여자들의 문자였다"

최종덕 전 소장은 발제문에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지만, 국가의 모든 행정과 교육은 한문을 근간으로 이루어졌다. 조선 시대 한글은 평민과 여자들의 문자였다. 좋든 싫든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다"라고 단정했다. 이 주장은 방청석에서 곧바로 반박을 받았다. 국립국어원에서 30년간 근무한 국어학자 최용기씨는 "세종이 월인천강지곡을 썼고, 정조·선조·영조도 한글을 많이 썼다"라며 "김만중·정철·윤선도 같은 양반 문인들이 평민입니까, 여자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물론 조선시대 한글이 여성과 평민층에서 폭넓게 쓰인 측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글의 사용층 전부였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다. 왕실과 지배층, 문인들 사이에서도 한글은 지속적으로 사용되었고, 따라서 '평민과 여자들의 문자'로만 한정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필자도 "조선시대 언문의 제도적 사용 연구"라는 저술에서 조선왕조실록 천여 건의 한글(언문) 관련 기록으로 실제 한글이 살아남고 발전해 나간 것은 왕실과 지배층의 제도적 사용이 주된 요인으로 증명한 바 있다.

[반대 논리 ⑤] "한자도 우리 문화유산이다, 한자를 폄하하지 마라"

토론회 방청석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학생이 수업 참여 활동으로 왔다고 하면서 "한문으로 조선왕조실록도 남겼고 독립선언서도 썼다, 한문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며 이건범 대표에게 "한문 사용을 노예근성으로 보고 한문이 국가 정체성을 더럽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은 사실 찬성 측의 주장을 정확히 읽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건범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한문 자체를 배척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고, 발제문에서도 한자 현판의 '제거'가 아니라 한글 현판의 '추가'를 주장했다. 찬성 측은 처음부터 기존 한자 현판을 유지하자는 전제 위에서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한자 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130년 전 갑오개혁(1894년) 이래 주류 공식 문자(국문)로 확정되고 헌법적 정체성의 지위를 얻은 한글이 대한민국의 '으뜸 마루지'인 광화문에 부재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자를 헐뜯는 것이 아니라, 한글의 부재를 문제 삼는 것이다.

한자 역사를 옹호한 대학생이 놓친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글 단체들이 문제 삼는 한자 문화는 동아시아 보편 문자로서의 긍정적 역사와 가치가 아니라 지식의 대중화와 민주화를 가로막아 온 부정적 의미로서의 한자 문화이다. 한글 단체들이 비판하는 것은 한자 자체가 아니라, 오랫동안 지식의 대중화와 언어 민주화를 가로막아 온 문자 권력의 구조다.

원형 보존론은 현재 한자 현판 자체의 원형 진정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파급 효과 우려는 찬성 측이 광화문의 특수성에 한정해 논의하고 있는 이상 기우에 가깝다. 해외 사례 비유는 상황의 본질적 차이를 지나치고 있고, 한글을 평민의 문자로 한정하는 인식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 한자 폄하 비판은 찬성 측이 한자 현판 유지를 전제하고 있는 만큼 논점이 빗나간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방안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복원과 국가 상징, 문자 정체성이 교차하는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반대 논리 역시 경청할 필요가 있지만, 기존 한자 현판을 유지한 채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절충안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해 보였다.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한글날 제정 100돌이 되는 해다. 한글 단체들은 이미 '한자 현판 교체'가 아닌 '한글 현판 추가'라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 광화문은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의 정문이고, 42년간 한글 현판이 걸려 있었던 곳이며, 2025년 경복궁 관람객이 688만 6650명(코리아넷)이나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곳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일에 반대할 논리가 과연 충분한지, 이날 토론회는 그 물음을 선명하게 던졌다.

좌장 양현미 상명대 교수는 폐회사에서 "이후 여론 수렴 과정과 국가 유산위원회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논의는 계속되겠지만, 이날 방청석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한글의 탄생지 정문에 한글이 없는 모순, 대한민국 정문에 대한민국 공용 문자가 없는 상징적 공백은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광화문#한글현판#한자한글절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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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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