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인화여중 학생들이 1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란 어린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 윤근혁
"미사일 소리 대신 웃음소리가 가득한 세상을 꿈꿉니다."
"교실 대신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들을 마음 깊이 추모합니다."
인천에 있는 한 공립중학교 학생들이 도서관 옆 담벼락에 적어놓은 150여 편의 손 편지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화여중 학생 30여 명이 1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쟁으로 희생당한 '이란 어린이와 교사' 180여 명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미군의 공격으로 희생된 어린이를 추모하는 행사를 벌인 것은 올해 들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미사일 대신 웃음을..."
"학교는 전쟁터가 아니에요. 아이들을 죽이지 마세요!"
이 같은 글귀가 적힌 담벼락 앞에 있는 책상에서 허리를 굽힌 중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손 편지를 적고 있다. 이 책상 주변엔 "폭탄이 아니라 책을! 폭력이 아니라 교육을!"이란 글귀가 적힌 종이도 붙어 있다.
자원봉사에 나선 인화여중 1학년 30여 명의 학생들은 다음처럼 외쳤다.
"이란 초등학교에 폭탄이 떨어져 학생과 선생님 180여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추모 글 좀 적어 주세요."
1시간여 동안 주변을 지나가던 3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이 가운데 절반인 150여 명의 학생들은 직접 손 글씨로 편지를 적어 담벼락에 붙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일, 인천 인화여중 학생들이 적어놓은 손 편지. ⓒ 윤근혁
"전쟁 나면 다 죽어!!"
"힘든 시련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화이팅!"
"잊지 않겠습니다. 평화의 품에서 잠들길..."
"너희들의 못다 핀 꿈,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할게."
"다음 생에는 꼭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기를 바라. 잊지 않을게."
부모가 중동인인 이 학교 한 학생도 조용히 다가오더니 영문과 한글로 "I hope they stop killing people(나는 그들이 사람을 죽이는 걸 멈추길 희망한다). sad 슬퍼"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부모가 중동인인 인화여고 한 학생도 조용히 다가오더니 영문과 한글로 “I hope they stop killing people(나는 그들이 사람을 죽이는 걸 멈추길 희망한다). sad 슬퍼”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 윤근혁
이 행사를 학생들과 함께 준비한 이 학교 조수진 교사(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 공동운영진)는 "1학년 10개 반에서 학기 초 영어수업을 시작하면서 '국제 안목을 키우기 위해 세계시민교육을 했는데, 이란 어린이 희생 소식을 들은 학생들 여러 명이 추모 활동을 하겠다고 나섰다"라면서 "그래서 이렇게 학생들과 추모행사를 같이 준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학교 차원에서 한 행사가 아니라 학생들과 조 교사가 준비한 행사인 것이다. 주변을 지나던 이 학교 교사들도 학생들과 뒤섞여 편지를 썼다.
조수진 교사 "생명존중교육 절실"

▲인천 인화여중 학생들이 1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란 어린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 윤근혁
조 교사는 "어느 곳에 있든 학생들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라면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도 세계시민교육과 인권교육, 평화교육, 생명존중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다른 여러 학교에서 이런 추모행사를 많이 열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생명존중교육이 절실하다"라고 제안했다.
추모행사를 끝낸 학생들에게 '추모행사를 직접 진행한 소감'을 물었다. 학생들은 거의 한 목소리로 다음처럼 말했다.
"학생들이 죽어서 너무 슬프기도 했는데, 오늘 추모를 하니까 너무 뿌듯해요. 평화가 와야 한다는 데 공감이 팍팍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