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6시 50분 대심도 만덕IC 부근. 대심도 통과 차량은 드물지만 주변 도로는 정체 ⓒ 임병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에서 운전하기 힘들다는 말이 밈처럼 돕니다. 부산 사람들이 운전을 거칠게 한다는 경험담도 자주 올라옵니다. 급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부산에 차를 가지고 가면 절대 안 된다는 진심 어린 충고가 댓글로 달리기도 합니다.
운전병 출신 기자가 부산에서 직접 운전해 봤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초보운전자는 운전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보통 교차로라고 하면 동서남북만 생각하겠지만, 부산의 교차로는 6개의 도로가 만나는 곳도 있습니다. 어떤 신호등을 보고 가야 할지도 헷갈립니다. 내비게이션만 봐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이런 황당한 도로 구조는 옛날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요? 최근 개통된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30분 이상 빨라졌다?... 개통하자마자 정체된 주변 도로
부산 센텀과 만덕을 잇는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는 40m 깊이의 지하도로라서 '대심도'라고 부릅니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동 시간이 기존 41.8분에서 11.3분으로 약 30분 단축됐다고 합니다. 물론 무료는 아닙니다. 부산 지역 곳곳에 있는 유료도로처럼 40년간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 기준 승용차 통행료는 2500원입니다.
대심도가 개통되면서 부산 시민들은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실제로 부산시도 서부산과 동부산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통하고 보니 문제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심도를 빠져나온 차량 때문에 기존 만덕터널 이용자들이 엄청난 정체를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만덕터널을 빠져나온 차량들은 남해고속도로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덕터널 쪽에서 나와 고속도로를 타려면 대심도에서 나오는 차선과 교차해야 합니다. 대심도에서 나와 3차선으로 가려는 차량과 만덕터널을 나와 1, 2차선을 타야 하는 차량이 얽히면서, 이 일대 교통이 대심도 개통 전보다 더 심하게 막히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만덕터널을 빠져나온 차량들의 정체가 꼬리를 물어 터널 훨씬 전인 미남, 온천장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덕터널을 가기 전인 미남, 온천장 쪽에만 1만 5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느긋한 아침, 빨라진 저녁"이라는 대심도 홍보 현수막을 보면서 매일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가 교통지옥"... 부산 시민들이 뿔났다

▲KNN 조진욱 기자의 '조기자의진짜다'에서 다룬 대심도 ⓒ 유튜브 영상 갈무리
부산 지역 언론은 대심도 개통 직전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개통 이후 진출입 구간 정체가 발생하자, 문제점을 파악하고 특집 기사 등으로 보도했습니다. 일부 기자들은 직접 센텀-만덕 구간을 운전해 보기도 했습니다.
KNN 조진욱 기자가 대심도를 다룬 영상 제목은 "
교통지옥이 있다면 여기일까, 만덕터널과 대심도의 대환장 콜라보"입니다. 제목부터가 "교통지옥"이라니 그 상황이 충분히 상상되실 겁니다. 조 기자는 "부산 운전이 어렵다는 건 운전자가 험한 게 아니고 도로가 험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탄식했습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부산시의 탁상행정과 무능을 질타하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한 누리꾼은 "완공 전 정체가 심할 것이라 미리 충고해 줘도, 박사들이 다 설계했다며 민원을 무시하는 부산의 행정력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출근길 시간이 두 배가 됐다. 대심도를 다시 막아라", "도로는 하나인데 그 도로로 모이는 도로만 계속 늘어난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타지에서 온 운전자의 뼈 있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한 시민은 "서울 사람으로서 부산에 가서 운전해 봤는데 운전자들이 험한 게 아니라 도로가 험하다. 왼쪽으로 빠졌다 오른쪽으로 빠졌다 하며 여기 돈 받고 저기도 돈 받는다"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책임자를 향한 분노도 극에 달했습니다. 현장을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향해 "시장이란 사람이 대책을 내놔야지 구경 왔냐", "정책 담당자들과 시장의 무능함이 극에 달했다", "본질은 도로 문제가 아닌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많은 부산시 행정이 문제다"라는 격앙된 비판이 줄을 이었습니다.
설계부터 예견된 엉킴... 자랑하던 시장도 "위험 높다"

▲박형준 시장 인스타그램에 게재됐던 대심도 관련 홍보물 (좌) 개통 직전 (우) 개통 이후 교통 민원 제기 후 ⓒ 부산시
또 다른 부산 지역 언론사들도 대심도를 취재했습니다. <헬로tv뉴스>는 대심도 기획보도를 통해
"10분의 마법이 될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출퇴근 시간대에는 꽉 막힌 출구 탓에 교통지옥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심도를 빠져나온 차량과 만덕터널에서 빠져나온 차량이 얽히는 구간에 차선을 늘리고 변경 구간을 연장하면 지금보다 나을 수 있다고 합니다.
<부산 MBC> 장예지 기자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착공 1년 전 실시된 교통영향평가 사전검토에서 이미 진출입로 차량 엉킴 문제가 지적됐고 차로 변경 구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예견된 교통정체와 위험성이 무시된 것입니다. 부산 지역 대다수 언론이 대심도를 앞다퉈 보도하는 이유는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황당한 것은 개통식에서 대심도를 자랑했던 박형준 시장의 태도입니다. 교통체증 민원이 빗발치자 현장을 찾은 박 시장은 "사고 위험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시의 수장이 이런 사실도 예측하지 못하고 자랑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대심도 개통 한 달여가 지난 12일 오전 6시 50분, 대심도 만덕IC 부근을 촬영한 제보 영상을 받았습니다. 출근 시간대 대심도를 이용하는 차량은 드문 데 반해, 만덕터널을 빠져나온 차량들로 진출입로 구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체 중이었습니다. 만덕 지역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대심도를 개통했지만, 효과는커녕 오히려 정체만 가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부산시는 대심도 정체와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22억 원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합니다. 부산 시민들은 묻습니다. 왜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를 하지 않았느냐고. 부산에서 운전하다 보면 만나는 위험천만한 도로는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