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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7-29일간 DMZ와 파주 인근에서 열릴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은 전쟁과 분단, 혐오와 차별,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연속 기고 '다시 문학이 말을 건넬 때'는 분단과 경계, 평화, 민주주의, 디아스포라, 마이너리티라는 다섯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세계의 문학이 경유해 온 고통의 역사와 그 너머의 가능성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어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국방부가 유엔군사령부와 비무장지대(DMZ) 관리 현실화를 협의 중인 가운데 지난 2월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DMZ 일대가 적막하다.
국방부가 유엔군사령부와 비무장지대(DMZ) 관리 현실화를 협의 중인 가운데 지난 2월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DMZ 일대가 적막하다. ⓒ 연합뉴스

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나 다행이라 여겼던 적이 있다. 전 세대의 전쟁 경험은 가깝고도 멀었다. 우린 그걸 기억과 잔흔으로 물려받았고, 재현매체를 통해 반복 교육받았고, 분단체제론과 같은 이념으로 접했다. 전쟁은 가까운 과거였지만 지나간 것이었다.

그래서 평화의 소중함을 몰랐다. 평화라는 말이 비둘기처럼 식상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미연합훈련은 매너리즘으로 다가왔다. 김신조가 넘어오고 무장공비들이 출몰했던 어린 시절의 사건들은 까마득한 추억이 되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침몰 등 북과의 대결 속에서 장병들이 전사한 비극도 전쟁의 위협으로 인식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전쟁에 대해 감각이 없었다. 민주주의 제도와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그런 무감각은 공기가 되었고, 평화는 개인과 개인, 집단 사이에서의 관계의 문제로만 남았다. 혹은 내 마음의 평화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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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사이에 평화가 심각히 위협받고 있었다. 아니 평화는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 같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있었다. 그날 우리는 연말 시상식에서 서로 축하하고 축하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텔레비전에서는 계엄포고문이 발표되고 있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밤을 꼴딱 새우며 새삼 공포를 느꼈다. 아, 총칼을 들었구나, 잡아 죽이겠구나 싶어서 국회 유리창이 깨질 때 세상이 끝나버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토록 허약한 존재였다.

그런데 시민들이 국회를 에워쌌다. 군인들 멱살을 잡고 나무랐다. 그렇게 내란은 실패했고 우리는 죽음 앞에서 살아 돌아왔다. 안도의 한숨과 지난한 다툼 끝에 내란 수괴는 1심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을 우리 사회가 방어해 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나는 지금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이재명 대통령의 본격 행보가 시작된 지난해 여름부터 해외 정상들과의 만남이 이어지고, 그때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우리가 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언감생심 아니겠는가. 지난 세기 내내 쌓여온 분노가,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반목이 서서히 임계점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미국의 MAGA 극우들은 교육과 언론과 기업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내 편과 남의 편을 가르고, 천사와 악마의 대결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단순화시킨 감은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렇다. 점점 그들은 세상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강화하고, 그런 그들에게 중간지대는 존재하지 않고 복잡한 사고에서 오는 피로감은 그들을 더욱 분노하게 한다. 젊은 아이들은 이런 구도에 쉽게 물들고 녹아든다. 이게 미국만의 일인가. 가까운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적 추세다. 위험한 남자들의 판타지가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온 폭력이라는 판돈을 키우고 있다.

평화학의 아버지 요한 갈퉁은 평화를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로 나누었다. 소극적 평화는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그는 구조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도 없애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했다. 20세기 내내 글로벌 질서와 문화는 그 개념을 적어도 지향하려고 노력했다. 탈구조주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이 선두에서 그 운동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적극적 평화의 물결은 '정체성 정치'라는 백래시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그 반작용이 지정학적, 정치경제적 불평등, 종교적 갈등이라는 이슈와 마구 뒤섞이면서 세상을 전쟁의 용광로 속에 밀어 넣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확고한 평화에 대한 인식과 더 넓고 세밀한 연대의 필요성 앞에 처해 있다. 문제를 직시하고 토론하고 납득하고 감동하는 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실타래를 쉽사리 풀거나 평가하려 하지 말고, 아직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문학의 언어로 꿰어내고 시의 언어로 헹궈내고 예술의 물감을 발라 말리는 과정에 많은 동참이 있어야 한다.

이번 3월 말, 한국작가회의와 경기도가 주최하고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참가해 평화라는 화두를 다시 붙들 예정이다. 함께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 공동선언문을 고쳐가면서 완성할 것이라고 한다. 새와 물고기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강과 임진강의 경계수역이 아침마다 자욱한 안개를 길어 올리는 이 땅에서, 그들의 눈빛 교환이 서로에게 무한한 안도감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이자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입니다.

[DMZ세계문학페스타 홈페이지 바로 가기] https://dmzwlf.com/


#평화#민주주의#연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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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세계문학페스타 2026 연속기고] 다시 문학이 말을 건넬 때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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