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에 관하여 읽은 나의 첫 책은 <김대식 교수의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이다. 그 후,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던 중에, 오마이뉴스에서 이메일이 왔다. 2월 20일에 글로벌 포럼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가 열린다고 했다. 안내문을 보니,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 전문가의 강연이 준비돼 있다. 뿐만 아니라,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성천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의 기조연설이 포함됐다. 포럼에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에 관한 교육정책과 관련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니, 교사로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설렘을 안고 포럼에 참석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교사로서 교육정책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다른 참석자도 질문의 기회는 많지 않았다.
로마제국 예로 든 김대식 교수... 공감됐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2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새로운 종의 탄생? AI 제국주의는 부활하는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에 관한 글로벌 포럼이다. 인간중심 기술 센터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인 트리스탄 해리스도 출연해 힘을 실었다. 이 포럼이 전 세계에 전해져서 인공지능 개발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니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여러 강연자의 말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미래에 큰 변혁을 가지고 올 것이고, 그 변혁에는 명암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연자 모두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지만,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강연자는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였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저서를 읽으면서 인공지능에 관한 '입문'을 했기 때문이다. 강연을 들으면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이 있었다. 앞으로 AGI(범용인공지능), ASI(초지능)가 개발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그는 로마제국이 영토를 확장하고 세력을 넓혀갈 때를 예로 들었다.
2천 년 전, 로마제국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 때 수많은 포로를 데려왔다. 약 1천 명이나 되는 전쟁포로들을 노예로 삼았다. 노예가 모든 일을 대신했기 때문에 로마제국의 중산층은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이 남아돌아가고, 부의 재배치가 일어나면서 빈부의 차가 커지고, 그로 인해 폭동의 우려가 있다.
그런 로마시민을 위하여 제국은 콜로세움을 설치했고, 그 원형경기장에서 노예로 데려온 사람들에게 검투를 시켰다. 인간이 인간을 '사냥'하는 모습을 즐기게 한 것이다. 열광하는 시민들은 죽어나가는 검투사를 보며 환호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광경을 한낱 '볼거리'로 전락시키는 장면이다.
포럼이 열리기 며칠 전에, 나는 넷플릭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검투 장면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김대식 교수는 영화의 검투 이야기를 인공지능과 관련지었다.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노예처럼 한낱 도구로 여기고, 그로 인해 할 일이 없어진 인간이 시간이 남아돌아 생각없이 살다가 인간다움을 상실할 수도 있는, 로마제국의 몰락처럼 인간세상도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김대식 교수의 강연을 듣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포럼이 끝나고 집에 와서 김대식 교수의 <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를 구매했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해 한마디로 말하면, 'AGI가 천사가 될 것인가, 악마가 될 것인가'는 인간이 어떻게 AGI를 대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은 AI가 인간이 특정 요청을 하는 것만 실행하지만, 향후 5년~10년 정도만 되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GI 즉, 다재다능한 인공지능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지능을 상회하는 인공지능이 대세가 된다는 경고다. 지금은 '기능위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지만, 앞으로는 '판단력 위주'로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김대식 교수의 책 <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 앞표지 ⓒ 도서출판 동아시아
그렇다면 이 판단력을 어떻게 길러야 할 것인가. 지금의 초등학생이 취업할 때쯤이면 그들은 AGI와 경쟁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해력을 기르고 독서를 활성화하고 학교에서는 토론수업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AI가 개발되기 이전부터 강조해 온 것들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교육방법이 새로 개발돼야 한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공생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 시대가 점점 발전하게 되면 인간은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돼 놀고먹을 수 있는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인간이 놀고먹는 것이 과연 유토피아일까.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이 고작 먹고살기 위해서만일까.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노예로서의 일이 아니라 자율적인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도 있는데, 놀고먹으면서 삶의 의미도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 유토피아일까.
힘든 육체노동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고 여가가 늘어나는 것은 기대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은 AGI시대나 ASI시대에 인간이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우려가 된다. 로마제국의 시민처럼 강력한 자극에 이끌리는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김 교수는 2025년에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후기 로마 공화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불평등이 커지면서 미국 중산층이 무너지고 수십 년 안에 제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과 인간의 유대가 사라지고, 생각할 능력이 거세된 '좀비'와 같은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의심이 된다.
호모사피엔스의 뇌는 그대로이다. 더구나 100세를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경우도 드물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나 의학자라도 자신의 재능을 그대로 후배에게 전수할 수 없다. 후배는 처음부터 새로 배워나가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수명도 학습량도 무한대이다. 어느 만큼 발달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우리가 개미의 지능을 얕보는 것처럼, ASI는 인간의 지능을 무시할 수 있다. 지난 5천 년 동안 사람이 했던 생각을 인공지능이 다 학습했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샌드위치를 출시하려고 해도 지켜야 할 규정이 있는데, 하물며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에도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저자가 강조한다.
이 책의 끝부분인
'괴물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법'에서, 저자는 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야만인들이 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스-로마 문명이 무너지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가장 현명했던 사람은 야만의 시대가 지나갈 것을 알고 새 시대를 기대하며 문명을 보존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시골에 수도원을 만들고 지식(책)을 보존했다. 그렇게 버티면서 르네상스가 올 때까지 1천 년이 걸렸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인공지능과 공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다음 문장을 보자.
운전할 때 사고가 일어나길 바라면서 안전벨트를 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로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크니까,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는 것이지요 차에서 내리면서 "오늘 안전벨트 맸는데 사고도 안 났네, 괜히 맸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위험은 대비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디스토피아 걱정하느라고 발전을 못 한다는 것은 "안전벨트 맬 시간에 빨리 운전해서 목적지로 가야 한다"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는 AGI를 개발하기 전에 AGI와 공생할 준비를 갖춰야할지도 모릅니다.(<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p. 253)
김대식 교수는 기계에게 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대하면 인공지능은 천사가 되고, 도구나 수단으로 대하면서 노예로 부리려 들면 인공지능은 악마가 된다. 어떻게 할지는 우리 인간에게 달려있다.
인간에게 선택의 권력이 있다면, 책임도 있다.
지난 기사(
60대 나이에 새로 얻은 친구 https://omn.kr/2gxm6)에서, 나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사용할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나의 말을 수정한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동반자, 협력자가 돼야 한다. 파트너에게는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렇게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스토리에 실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