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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9 11:41최종 업데이트 26.02.19 11:41

진주 실크박물관, 비단이 지나온 도시의 시간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 ⓒ 김종신

진주는 박물관의 도시입니다. 진주성과 남강, 사람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도시는 오래전부터 기록을 품어 왔습니다. 국립진주박물관을 중심으로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 진주교육대학교 박물관, LH박물관이 도시 곳곳에 자리합니다. 재봉틀 박물관과 옛 배영초등학교를 활용한 진주교육역사관까지 더해지며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진주의 시간을 나눠 맡고 있습니다. 각자의 주제로 도시의 결을 이룹니다.

이 흐름 위에 진주실크박물관이 놓입니다. 진주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비단. 산업과 생활의 기억을 한 공간에 담아낸 자리입니다. 지난 12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비단의 도시 진주, 시간이 쌓여온 박물관의 풍경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 ⓒ 김종신

곡선을 그리며 안으로 휘어 들어가는 외관, 낮게 열린 유리문. 걸음을 옮기면 시선이 위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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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낮아지는 전시실에서는 의복이 중심에 놓입니다. 색은 풍부합니다. 과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느질의 간격과 문양의 반복, 직물의 밀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옷은 사람의 몸을 떠나 있습니다. 생활의 온기는 남아 있습니다.

맞은편 전시는 실크가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질감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비단의 빛이 번쩍이지 않고 오래 머무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 ⓒ 김종신

이어진 전시실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이 먼저 보입니다. 누에가 고치를 짓고 실이 뽑히며 천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차분히 이어집니다. 빠르게 훑어볼 수 있습니다. 순서를 따라 걷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비단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재료가 아니라는 사실이 몸으로 전해집니다. 전시는 설명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시간만 놓아둡니다. 이해는 관람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시선을 위로 올리면 직조 도구들이 층층이 놓여 있습니다. 손으로 다루던 작은 장치들, 나무와 쇠가 맞물린 구조물들이 위아래로 쌓여 있습니다. 아래에는 산업의 무게가 남고 위에는 손의 기억이 남습니다. 수직의 풍경만으로도 진주가 실을 모으고 기술을 축적해 온 과정이 짐작됩니다.

실이 천이 되고 옷이 되기까지, 전시로 읽는 진주의 산업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 ⓒ 김종신

전시의 끝자락에는 실을 활용한 현대적 작업이 이어집니다. 실로 만든 조형물과 영상, 천 조각들이 비단의 현재를 보여줍니다. 설명 없이도 흐름은 전달됩니다.

2층 전시를 모두 둘러보고 나오면 마음이 비단처럼 부드러워지는 기분입니다. 누에고치를 키우고 비단을 뽑았던 사람들. 뭇사람들의 삶을 감싸온 비단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즐겁게 귀 기울인 시간입니다.

1층을 천천히 산책하듯 걷습니다. 그러다 중정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중정 위로 드러난 하늘은 둥근 여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빛은 위에서 아래로 고르게 떨어집니다. 벽과 바닥은 빛을 차분히 받아냅니다. 실이 팽팽히 걸린 직조 틀처럼 공간도 긴장과 여유를 함께 품고 있습니다.

걸음은 어느새 박물관 내 카페에 앉습니다. 머그잔에 담긴 실크커피 한 잔. 향은 과하지 않습니다. 질감은 부드럽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전시의 연장처럼 느껴집니다. 비단의 결이 혀끝에서 한 번 더 배웅을 합니다.

진주는 박물관의 도시입니다. 비단은 유리장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건물의 곡선과 빛, 손의 기억과 일상의 시간 속으로 스며 있습니다. 진주실크박물관은 '보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이해하게 되는 공간으로 남습니다.

▣ 진주 실크박물관 압축정보
- 위치: 경남 진주시 문산읍 실크로132번길 15
- 관람시간: 화–일 09:00~18:00 (입장 마감 17:30)
- 휴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관람료: 성인 유료(세부 금액·감면 기준 현장 확인 필요)
- 주차: 박물관 전용 주차장 이용 가능(무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진주실크박물관#진주가볼만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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