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설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온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구미시 도개면 신곡리에 위치한 문수사를 다녀왔다.
문수사는 조선 중기 이전까지 납석사(納石寺)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던 유서 깊은 사찰이다. 납석사의 존재는 조선시대 최현이 쓴 지리지인 <일선지>에 기록되어 있다. 일선은 구미의 옛 이름이다.
이곳은 천연 동굴을 법당으로 활용한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으나,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오랜 기간 폐허로 방치되었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고지도에는 이 자리가 굴암(窟庵)이라는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상부의 자연 동굴 법당을 지칭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수사 : 동굴 법당 ⓒ 여경수
절이 다시 모습을 갖춘 것은 1970년대의 일이다. 혜향화상이 옛 절터 아래쪽에 대웅전과 요사채를 새로이 건립하면서 절 이름을 문수사로 짓고 중창했다. 현재의 문수사는 과거 납석사 시절의 신앙 중심지였던 상부의 석굴(현재의 사자암 구역)과 하부의 극락보전 구역으로 이원화 된 독특한 가람 배치를 보여준다.
문수사에 들어서자 석불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선산 궁기동에 있던 것을 옮겨왔다고 한다. 경내 한쪽에는 폐탑의 부재가 전시되어 있어 절의 오랜 역사를 짐작케 한다. 어쩌면 이곳은 납석사 폐사지와 현재의 문수사가 중첩되는 현장인 것 같다.
극락보전을 지나 사자암으로 오르는 길의 이름은 '솔나무길'이다. 오솔길 양옆으로 소나무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어,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문수사 솔바람길 ⓒ 여경수
사자암에 도착하니 뒤편에 사자 모습을 한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사자전에 들어가면 법당의 절반이 동굴로 이루어져 있는데, 절벽에 법당이 붙어 있는 독특한 구조다. 자연 석굴을 그대로 활용한 이 법당은 동굴 덕분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문수사가 중창되기 전 폐사지에 있던 석탑의 기단 ⓒ 여경수
동굴 틈 사이에는 참배객들이 시주한 잔돈이 끼워져 있었다. 문수사 지장전 역시 특이한 구조를 자랑한다. 절벽에 처마를 맞대어 지은 이 법당은 벽이 없는 개방형 구조로, 자연과 하나된 듯한 느낌을 준다.
폐허에서 중창된 문수사처럼, 우리도 변한 고향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