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혁신 성향의 34개 교육노동단체가 모인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가 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반교육적 행정 통합 특별시 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근혁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법안에 특별시장이 외국어고(외고)와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를 세우도록 하고,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확인되자, 교육계에서 "특권교육을 확대하는 악법을 멈추라"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특별시'로 행정통합한다더니...특목고 등 특권학교 난립 허용? https://omn.kr/2gs11)
"시장에게 특권학교 설립 권한 주면 사적 욕망 대변할 것"
진보·혁신 성향의 34개 교육노동단체가 모인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반교육적 행정 통합 특별시 법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제출된 특별시 법안들은 교육 관련 내용만으로도 통과되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목고, 국제고, 외국인학교에 대한 특례조항을 포함하여 특권교육을 전면화하고 있다"라면서 "특목고, 국제고의 설립 권한을 교육감뿐만 아니라 특별시장에게도 부여하고 있으며, 교육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마지막 장치인 교육부장관의 동의조항마저 삭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시장에게 무소불위의 특권학교 설립의 권한을 주는 것은 지역 주민의 사적 욕망을 대변하게 만들어 특권학교를 더욱 난립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운동본부는 "외국인학교도 내국인 학생 수의 비율을 교육감이 아닌 학교의 장이 정하도록 바꿈으로써 내국인 비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혜를 학교에 부여하고 있다"라면서 "이러한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채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나마 남아있는 고교평준화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운동본부는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방과 후 교육과정의 운영 특례를 규정하여 학생들의 입시 부담과 입시경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걱정했다.
국민운동본부가 지적한 법안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이다. 구자근 의원(국민의힘) 대표 발의안과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 대표발의안은 모두 특목고에 대한 설립·운영 권한을 '특별시장 또는 특별시교육감'에게 주고 있다. 현행 법안은 특목고 설립·운영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으며, 이때 반드시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법안. ⓒ 국민운동본부
또한 이들 법안은 "특목고 교직원 인건비 등 학교 운영비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외고 등 특목고가 이미 특혜를 받는 학교이기 때문에 교직원 인건비 등을 국가가 따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박은경 평등교육실현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사교육과 교육격차만 키운 특권학교 정책을 재정지원까지 붙여 다시 확대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라고 짚었다.
특히 구자근 대표 발의안은 방과후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학교 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현행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는데, 이를 허무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방과후학교 선행학습까지 보장? 교육과정 파행"
김학한 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보장하는 조항은 교육과정의 파행과 입시경쟁 격화로 인한 학생의 심신 발달을 저해하고 왜곡시킬 것"이라면서 "이 조항은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 부담을 증대하고 시도 간 지역 내 입시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별도 성명에서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특별시 통합법(안)의 교육 관련 특례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확대하고 특권교육을 제도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라면서 "일부 논의에서 특목고·자사고(자율형사립고) 등 이른바 '특권학교'의 유치·신설을 제시한 것은 결과적으로 고교 체제 서열화, 교육불평등 심화, 사교육 의존 확대, 지역 내부 격차의 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