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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지금, '더 넣을걸'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들어가야 하나,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경제 기사에선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식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코스피, 장 초반 5000선 회복 2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 21분 기준 전장보다 62.72포인트(1.27%) 오른 5,015.25다.
코스피, 장 초반 5000선 회복2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 21분 기준 전장보다 62.72포인트(1.27%) 오른 5,015.25다. ⓒ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 5천.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그 숫자가 이제 현실이 되어 전광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고공행진 속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그 거대한 상승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누군가는 수익을 실현해 더 나은 생활을 누리고, 누군가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읊조리며 좀 더 큰 그림을 구상한다.

나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흔한 인덱스 펀드 하나, 누구나 하나쯤 들고 있다는 우량주 한 주도 내 계좌엔 없다. 과거 한 차례 투자를 시도했다가 온 신경이 차트에 쏠려 평상시 생활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란스러운 축제 한복판에서 소외감을 느끼느냐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나의 삶은 거래소에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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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주식 없는 청년들을 두고 '벼락거지'라는 기괴한 신조어를 붙여가며 박탈감을 부추기지만, 나는 그 단어가 참으로 게으른 수사라고 생각한다. 투자를 하고 말고는 순전히 개개인의 선택이다. 주식 투자를 안 한 것에 후회는 할 수 있겠으나 박탈감을 가지는 건 건강한 감정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처럼 억 단위의 자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내 자산이 남들에 비해 제자리에 있다고 해서 내가 거지가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나의 노동으로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의 가치를 만든다. 나의 삶은 거래소의 개폐 장시간에 따라 출렁이지 않고 차트의 곡선이 내 행복의 기울기를 결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는 진심으로 기쁘다. 밤잠을 설쳐가며 종목토론방과 주식 유튜브를 챙겨보며 자신의 미래를 베팅한 내 주변 친구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들이 거둔 수익으로 각자의 삶에 작은 여유가 깃드는 것을 보면서 기꺼이 축하의 한마디를 건넨다.

그들의 수익이 더 오르기를, 그 빨간 막대기가 더 길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타인의 행운을 시기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 짧고 그들이 감수한 리스크의 무게를 알기에 그 열매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중 손해 보는 사람들이 절반이랍니다

그러나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사회적 시스템의 논의는 별개다. 코스피 5천이라는 화려한 숫자 아래에는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진실이 숨어 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3천만 명 중 주식 계좌를 보유한 이는 1410만 명에 불과하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전 국민이 주식 지수에 이목을 집중하고 주식 없이는 대화가 안 될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과반은 주식 시장의 출렁임과는 무관하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이 1500만 명에 달하는 '비(非)주주'들에게 아직도 주주가 되지 않았냐며 압박을 주는 것만 같다. 주식을 안 한다고 얘기를 하면 돈을 땅에 썩히고 있는 거라고 핀잔하기 일쑤다. 주식을 잘 모른다고 하면 왜 배울 생각을 안 하냐고 묻고 위험부담 때문에 하기 꺼려진다고 하면 이런 불장에 리스크 걱정으로 주식을 안 하면 바보라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라고 꾸지람을 듣는다.

이런 말들을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없던 소외감과 박탈감이 생길 지경이다. 그렇다면 남들 말대로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해야 할까? 그렇게 전 국민이 주주가 되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1월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런 불장 속에서도 약 400만 개의 NH투자증권 계좌 중 절반이 손실 상태라고 한다.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면 그때는 '투자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라고 할 것 아닌가.

코스피 5천 시대 우리가 다시 논의해야 할 것

국회 앞에 울려퍼진 "금투세 폐지 민주당 규탄"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024년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금투세 폐지 입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 앞에 울려퍼진 "금투세 폐지 민주당 규탄"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024년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금투세 폐지 입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조세 제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적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명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성을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약속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도,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는 노동자도 자신의 근로 소득에 대해 한 치의 오차 없이 세금을 낸다. 유독 자본이 자본을 불려 얻은 소득에 대해서만 관대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수억 원의 시세 차익에는 투자 장려라는 명목으로 눈을 감아주면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이들의 유리 지갑만 털어가는 구조는 명백히 뒤틀린 것이다.

2024년 결국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도입과 이를 통한 조세 강화는 결코 투자를 위축시키거나 시장을 죽이는 악수가 아니다. 오히려 코스피 5천이라는 거대한 성과가 이득을 본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공재로 환원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세련된 장치다. 자본 소득에서 거둬들인 정당한 세금은 시민들에게 공공 서비스와 복지의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 주식 시장의 활황이 곧 사회의 풍요가 되려면 팔짱만 낀 채 그 이익의 낙수효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조세라는 시스템을 통해 능동적으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금투세 논쟁 당시 여당에서 가장 강하게 도입 반대를 주장한 이소영 의원조차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우리 증시가 안정화되고, 건전하고, 투자자에게 매력 있는 시장이 된 후에 도입하는 게 맞다"며 "코스피가 3000대 위로 안착하고 4000대를 가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도 기꺼이 새로운 세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지금이 바로 금투세 도입의 적기다.

대장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코스피가 6천, 7천을 향해 가더라도 여전히 주식 창을 들여다 볼 계획은 없다. 대신 나는 투자자의 기쁨이 세금을 통해 이웃의 복지로 이어지는 사회, 이 거대한 부의 흐름이 누군가의 독점이 아닌 주식 투자를 안 하는 사람에게도, 주식에서 손해를 본 사람에게도 전해지는 사회를 바란다. 금투세 도입은 그런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코스피5천시대#주식투자#금융투자소득세#조세정의#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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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ahtclst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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