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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30 09:58최종 업데이트 26.01.30 09:58

광주전남 통합, 시민이 주체 되어야

 김영록(왼쪽)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의원 행정통합 관련법 입법을 위한 조찬 간담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2026.01.21
김영록(왼쪽)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의원 행정통합 관련법 입법을 위한 조찬 간담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2026.01.21 ⓒ 전라남도

광주와 전남은 단순히 인접한 행정구역을 넘어, 역사 속에서 한 몸처럼 움직여 온 '뿌리 깊은 운명공동체'다. 광주는 전남의 인적·물적 자원이 모여드는 거대한 용광로였고, 전남은 광주가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칠 때마다 든든한 뒷배가 되어줬다. "광주 없는 전남은 머리가 없는 것과 같고, 전남 없는 광주는 뿌리가 없는 것과 같다"는 말은, 천년의 역사를 공유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혈연적·문화적 관계를 맺어온 두 지역의 실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896년 조선 시대 500년 동안 유지됐던 '8도 체제'가 폐지되고, 전국을 13개 도로 나누는 '13도제'가 실시됐다. 이와 함께 광주에 전라남도 관찰부(도청)가 설치된 이래, 두 지역은 계속 하나였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행정적으로 분리된 지 40년이 흘렀지만, 전남 도민들에게 광주는 여전히 삶의 중심이자 거점 도시이며, 광주 시민들에게 전남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2005년 전남도청이 남악신도시로 이전하기 전까지 110년 동안 광주는 전남 행정의 심장부였다. 이제 흩어졌던 심장과 뿌리가 '통합 광역지방정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다시 합쳐지기 위한 거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2026년 1월 현재,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과 함께 통합 논의가 전례 없는 속도로 추진되는 배경에는 절박한 생존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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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지방소멸의 절벽 앞에서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가속화되면서 지역 인구 유출과 경쟁력 약화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두 자치단체를 합쳐 인구 320만 명 규모의 메가시티를 구축함으로써,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소멸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둘째, 신성장 동력의 확보를 위한 경제공동체 형성이다. 광주의 강점인 AI·반도체 산업과 전남의 에너지·우주항공·해양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합병을 넘어 '산업의 화학적 융합'을 의미한다.

셋째, 해묵은 행정 갈등의 근본적 해결이다. 군 공항 이전 문제, 광역 교통망 확충 등 이해관계가 얽혀 공전하던 과제들을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 안에서 속도감 있게 해결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가 '남부권 거점 경제권' 구축을 위해 약속한 파격적인 재정 지원(매년 최대 5조 원, 4년 동안 20조 원)과 특례 부여는 이번 통합이 '말뿐인 구호'가 아닌 획기적인 변화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행정통합 추진 선언문'을 공동 발표하며 역사적 첫걸음을 뗐다. 이어 1월 5일에는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이 공식 출범했고, 1월 9일 대통령이 광주·전남 지역 지역구 국회원들과 양시도지사들과 청와대 오찬을 통해 '통 큰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하며 추진력은 정점에 달했다.

시도민들의 열망 또한 뜨겁다. 최근 신년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 의견은 광주 67%, 전남 70%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경남이나 대구·경북이 50% 안팎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칫 멈칫거리다가는 이대로는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시도민을 하나로 묶어준 것이다.

앞으로의 추진일정은 '선 통합, 후 보완'의 원칙에 따라 긴박하게 전개된다. 1월 15일 주민공청회와 총리의 특례발표를 시작으로, 2월 특별법 국회 통과, 3~5월 행정시스템 통합을 거쳐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통합 광역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 이후 7월 1일, 인구 320만 명의 거대 지방정부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과 청사 소재지 결정 과정에서의 지역 갈등, 광주로의 인구 쏠림인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 행정조직 통합에 따른 비용과 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네 가지 핵심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1. 단계적·연합적 접근의 묘미를 살려야 한다.
무조건적인 행정 병합에 앞서 '광주ㆍ전남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를 먼저 가동해야 한다. 교통ㆍ관광ㆍ산업 등 경제적 협력을 통해 성공사례를 먼저 만들고, 신뢰를 바탕으로 행정을 합치는 전략이 행정공백과 반발을 줄이는 길이다.

2. 강력한 자치권을 담은 '광주ㆍ전남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정부로부터 국세의 지방세 이양, 대규모 국책 사업 우선권 등을 보장받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명문화되어야 한다. 통합이 지역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와 복지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시도민에게 주어야 한다.

3. 다극화된 거점 개발로 균형 발전을 꾀해야 한다.
광주 중심의 단극 성장은 전남 농어촌의 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 서부권(목포·무안), 동부권(여수·순천·광양), 중부권(나주) 등에 행정·산업 기능을 분산 배치하여 지역 전체가 고루 잘 사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4. 시도민의 자발적 동의와 민주적 정당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정치적 협상을 통한 '하향식(Top-down)' 결정은 사후 갈등을 유발한다.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통해 시도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함으로써 통합의 주체가 시도민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 광주와 전남은 분리와 경쟁의 40년을 뒤로하고, 상생과 번영의 새로운 천 년을 설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두 행정 조직을 합치는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호남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수도권에 당당히 맞서는 '남부권 경제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역사적 결단이다.

2026년 7월 1일, 우리는 한 뿌리에서 나온 두 줄기가 다시 만나 커다란 나무가 되는 기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 위대한 재회의 순간이 호남의 재도약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서막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완도신문





이승창 자유 기고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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