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충남 내포신도시 신용보증재단 4층 대회의실에서는 충남좋은정책포럼 주최로 대전충남행정 통합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 이재환 -이찰우 제공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향한 정치권의 시계가 유례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가 브레이크를 거는 연쇄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앙 정치권이 주도하는 '속도전'이 자칫 지역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반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27일 충남과 대전을 잇따라 방문해 시도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민주당은 이번 주 229개의 특례가 담긴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역시민사회는 정부와 정치권의 속도전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7시 대전빈들감리교회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주요 쟁점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제1차 대전시민사회 변화포럼'(주최 사단법인 공공)이 개최됐다. 이 자리 참석자들은 행정통합이 단순한 행정 구역 개편을 넘어 지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참석자들마다 절차와 대안에 대해서는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눈길을 끈 것은 토론에 나선 김재섭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다. 김 처장은 "박정현(대덕구)·장철민(동구)·조승래(유성구갑) 의원 등은 불과 몇 달 전까지 대전충남통합론을 '원맨쇼', '껍데기 통합'이라며 절차적 정당성 결여와 졸속 추진의 위험성을 맹비난했다"라며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시도 통합'을 언급하자 소신을 꺾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전·충남의 백년대계가 정치적 시간표에 쫓기지 않도록 '속도전'을 중단하고, 주민 주도의 진정한 공론화와 숙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에는 충남좋은정책포럼 주최로 대전충남행정통합 관련 토론회(충남 내포신도시 충남신용보증재단 대회의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하승수 변호사는 "(행정통합으로) 제왕적 단체장의 위험성이 커져 제도 보완이 필요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선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성호 전 한국행정연구원장도 "이 시점에 합병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굳이 합병을 하려면 충분한 토론을 거친 뒤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오후 7시 대전빈들감리교회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주요 쟁점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제1차 대전시민사회 변화포럼'(주최 사단법인 공공)이 개최하고 있다. ⓒ 시단법인 공공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 통합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7일에는 김민석 총리가 충남과 대전을 잇따라 방문해 타운홀 미팅을 갖는다. 김 총리는 타운홀미팅에서 4년간 20조 원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229개의 특례가 담긴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는 28일 오후에는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시민단체연대회의, 희망제작소 등이 공동 주최하는 '광역 정부 행정구역 통합, 왜,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가 모임공간국보(대전 중구)에서 열린다.
이어 29일 오전에는 대전CBS가 주관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공동 주최하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기회인가 위기인가' 토론회가 맥앤윕(대전 유성구)에서 개최된다. 정치권이 열어젖힌 '반쪽짜리 창'을 시민들이 주도하는 '숙의의 창'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2월 5일 오후 6시 30분에는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과 서산풀뿌리시민연대,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주최로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서산시 번화2로) 사무실에서 서산시민집담회가 예정돼 있다.
지역시민사회단체는 6월 지방선거에 맞춘 무리한 시도통합을 우려하고 있다. 3~4년의 충분한 숙려 기간을 확보해 행정 체계 개편과 사무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물음"이라며 "주민자치 강화와 감사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 비대해질 행정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