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받는 이재명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무슨 저자세니 이런 소리를 많이 하던데, 그러면 고자세로 한판 뜰까요, 북한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비판한 신문 사설을 언급해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코스피 지수 5000 달성 전망 관련 기자 질문에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평화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평화 리스크, 지금 (북한에 대해) 무슨 저자세니 이런 소리를 많이 하던데, 그러면 고자세로 한판 뜰까요, 북한하고? (좌중 웃음) 그런 바보 같은, 그것도 신문 사설이라고 그렇게 쓰고 있어요. 고자세로 한판 붙어줘, 그냥? 그러면 경제가 망하는 거예요.
누구 말대로 가장이 성질 없어서 직장 열심히 꼬박꼬박 다닙니까? 다 삶에 도움이 되니까? 참을 건 참고 또 설득하고 다독거리면서, 이렇게 평화적인 정책을 취해 나가면서 이런 리스크도 줄어들잖아요." (
KTV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영상)
민간 무인기 침투 관련 '대북 저자세' 신문 사설, 국민의힘 논평에서 출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용의자들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을 '저자세'라고 비판한 주요 신문 사설 ⓒ 오마이뉴스
여기서 이 대통령이 말한 '대북 저자세' 신문 사설은 지난 10일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밝힌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을 비판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북측의 무인기 침투 주장에 대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군경 합동수사팀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자,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 성향 언론은 우리 정부가 '저자세'를 보였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 '저자세'란 표현이 처음 등장한 건 국민의힘 대변인 논평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조용술 대변인 논평(
'무인기 침투 논란의 핵심은 북한 앞에서 자동 저자세가 되는 이재명 정권과 국군의 전투준비태세 실패입니다')에서 이를 '국군의 무인기 작전'으로 오인해, "국방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우리 군은 범인이 아니다'라는 해명만 되풀이하며 저자세를 보였다"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불필요한 변명과 굴종적 태도는 국군을 위축시키고 국가안보를 약화시킬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국군이 아닌 민간에서 보낸 무인기로 밝혀진 뒤에도 국민의힘은 같은 날 이충형 대변인 논평(
민간 무인기라면 더 큰 문제입니다. "북한 앞에 서면 작아지는 정부" 우리 안보는 어쩌란 말입니까?)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이 그동안 우리 영공에 침투시킨 수많은 무인기 사건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이번 사건에 이렇게 '저자세'로 나서는 것은 '북한 앞에 서면 작아지는' 굴욕적인 대처"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용의자들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국민의힘 대변인 주요 논평 ⓒ 국민의힘
국민의힘의 '대북 저자세' 프레임은 바로 다음 날 주요 보수 성향 언론의 신문 사설로 이어졌다.
당장 <동아일보>는 1월 12일자 신문 사설(北으로 간 미확인 드론… 재발 막되 北 의도에 말리지 말라)에서 "그런 북한 주장에 화들짝 놀란 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의 모습은 당장 야당으로부터 "북한엔 자동 저자세냐"는 비판을 샀다"면서, "남북관계에서 바늘구멍이라도 뚫자는 정부의 안간힘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자세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는커녕 그 페이스에 끌려가는 것임을 과거의 숱한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국민의힘 논평에 동조했다.

▲'동아일보'는 1월 12일자 신문 사설(北으로 간 미확인 드론… 재발 막되 北 의도에 말리지 말라)에서 “그런 북한 주장에 화들짝 놀란 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의 모습은 당장 야당으로부터 “북한엔 자동 저자세냐”는 비판을 샀다“면서, 이에 동조하는 논조를 보였다.
ⓒ 동아일보
<세계일보>도 같은 날 사설(무인기 北 영공 침범, 상호 과민 반응 바람직하지 않다)에서 "긴장 고조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지나친 대북 저자세는 곤란하다"면서 "북한이 각종 도발로 남남갈등을 획책하고도 일언반구조차 없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무인기 파문 대응, 대북 저자세로 비쳐선 안 된다)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화해를 국정 과제로 삼은 정부가 돌출 악재를 속히 진화하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대북 저자세 논란을 자초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건 대북 저자세가 아닌 정자세임을 잊지 말라"고 주문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14일 민간 무인기 침투에 사과 의사를 밝히자 또 다시 '저자세' 비판 사설이 이어졌다.
<한국경제>는 15일자 신문 사설(무인기 논란, 北 김여정 막말 듣고도 왜 이렇게 저자세인가)에서 "어떻게든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입장을 십분 감안해도 이해하기 힘든 저자세다"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도 같은 날 사설('북 무인기 사과' 둘러싼 혼선, 정부 일관된 목소리 필요)에서 "가뜩이나 북 무인기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저자세 대응 논란이 작지 않은 마당에 성급한 사과 입장 표명은 지나친 대북 저자세라는 부정적 여론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북한 무인기 침투 용의자들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근무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뒤에도 언론 논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19일 사설(北에 드론 날린 우파 청년들, 정확한 동기 밝혀내야)에서도 "정부 일각에서 '북한에 사과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된 것은 경솔한 반응"이라면서 "우리 정부의 꾸준한 남북 관계 개선 노력에도 폄훼와 조롱만을 반복하는 북한에 저자세로 일관해선 곤란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19일 사설(민간 무인기 단속 필요하나 북한발 드론부터 대비하길)에서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무인기 문제에서 북한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라면서 "정부가 '북으로 가는 민간 드론'의 위험성을 강조하려면, '북에서 오는 군사용 무인기'의 심각성에 먼저 강력하게 대응하는 게 순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