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산YMCA는 21일 저녁 회관 청년관에서 "왜 창원은 가난한가"라는 제목으로 시민논단을 열었다. ⓒ 마산YMCA
왜 경남 창원은 가난한가? 이 물음에 전문가들은 "창원은 돈이 없는 도시"라기보다 운영 방식에다 '정책 연속성 단절'과 '대형사업 리스크'가 겹치면서 돈이 시민 삶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옛 창원‧마산‧진해가 2010년 통합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창원특례시에 대한 재정 상황을 분석하는 토론회가 21일 열렸다. 마산YMCA는 이날 저녁 회관 청년관에서 '왜 창원시는 가난한가'라는 제목으로 시민논단을 벌였다.
주최 측은 "창원시는 통합재정 규모가 큰 대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여건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침체, 정주환경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이에 대해 행정은 반복적으로 '예산이 부족하다'고 설명하며, 전국적인 경기 침체와 지방재정 여건 악화를 그 근거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창원시의 재정자립도는 2025년 당초 예산 기준 31.42%로, 유사 규모 대도시 평균인 35.79%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순한 '총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체재원 기반의 취약성, 예산의 구조와 사용 방식, 행정 운영의 효율성, 그리고 정책 선택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를 함께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라며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재정과 행정의 문제를 공약 경쟁이나 정치적 수사로 소비해서는 안된다.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 시민이 직접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공론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산YMCA는 "나라살림연구소의 창원시 예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창원시의 재정자립도와 자체 수입 구조, 지역경제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마창진 통합 이후 행정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비효율 요인을 종합적으로 점검는 토론회를 열었다"라고 밝혔다.
"'남겼다=살림 잘했다' 평가를 지방재정에 적용하면 왜곡 생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창원은 '돈이 없는 도시'라기보다 돈이 '삶으로 못 돌아오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정부 살림의 기본 원칙은 균형재정"이라고 한 그는 "지방정부는 원칙적으로 세입(들어올 돈)만큼 세출(쓸 돈)을 맞추는 '균형재정' 구조라서, 돈이 남는다는 건 '세금을 더 거둬놓고 덜 썼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라며 "그래서 '남겼다=살림 잘했다'라는 가정식 평가를 지방재정에 그대로 적용하면 왜곡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예산보다 결산이 진짜"라고 한 그는 "예산(계획)은 '벌 것 같아서' 세운 값이고, 결산(실적)이 실제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라며 "창원은 본예산(계획)을 반복적으로 '과소추계'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본예산에선 '돈이 없다'는 그림이 나오지만 실제 결산에선 더 벌고도(세입) 덜 쓰는(세출) 일이 반복된다"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은 "본예산 과소추계가 추경 편성의 왜곡"이라며 "실제로는 더 걷히는데 본예산에 덜 반영하면, 새로운 정책·공약·시민 요구 사업을 본예산에 구조적으로 담기 어려워지고, 추경은 관행상 '큰 새사업'을 넣기 어렵다 보니 정책 실행이 계속 늦거나 보수적으로 굳어진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순세계잉여금'(남은 돈), '통합재정안정화기금'(저축) 관련해 이 위원은 "결산에서 세입-세출로 남는 돈이 생기며, 이 중 이월금(묶인 돈), 보조금 반납 등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이 실질적 여유 재원"이라며 "동시에 창원은 예산 밖에 존재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일반회계 전출금으로 적립)도 커지고 있는데, '필요한 사업에 못 쓰고 '저축'이 커지는 구조가 되는 건 아닌지. 특히 연말(12월) 늦은 시점에 세입을 반영해 예비비로 잡아버리면 애초에 쓸 시간이 없어 잉여금으로 남기 쉬워진다"라고 비판했다.
지출 구조 관련해 이상민 위원은 "창원은 '무엇을 하는 도시인가'를 예산이 보여준다"라며 "창원 예산에서 눈에 띄는 특징으로 기초지자체 공통인 인건비, 시내버스 재정지원 비중이 매우 크고, 기초연금 등 복지성 의무지출, 기금 적립(저축)이 있다. 또 일부 사업은 집행률이 낮아 이월·불용이 크고, 이는 '돈이 없어서 못 한다'기보다 계획,집행 능력,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예산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라며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늘릴지는 전문가가 답을 내려주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회·시장 등의 정치적 판단과 우선순위의 문제이며 공무원은 관례대로 가는 경향이 있으니 관례를 깨는 책임은 선출직인 시장과 의원이 져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차기 창원시장, 얽힌 현안 어떻게 풀지 중요"
토론에서 구점득 창원시의원(국민의힘)은 "창원시는 경남 인구의 1/3이 집중돼 있고, 대한민국 5대 특례시 중 유일한 지방 도시이며, 최근 시총 10위권에 진입한 기업도 창원에 있다. 좋은 기반을 가진 창원시의 시민들이 체감하는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지고 있을까"라면서 '정치 지도자의 시정 단절', '전임 시장의 정책과 사업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토', '시장의 치적쌓기와 홍보가 시민의 삶보다 우선' 등을 지적했다.
액화수소플랜트, 팔용터널, 공원일몰제 등 대형사업을 거론한 구 의원은 "다음 시장은 '새 공약'보다 얽힌 현안을 어떻게 풀지가 더 중요하다. 시민은 혈연·지연이 아니라 실력과 해결 역량으로 지도자를 선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형익 창원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합 당시 시민들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이었다. 많은 정치인들이 약속했지만 통합 이후의 현실은 약속과 달랐다"라며 "지역은 살아나지 않았고, 인구는 줄었다. 통합 이후 재정 체력은 급격히 약화됐다"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통합 직후인 2011년 창원시 재정자립도는 48%였으나, 2025년에는31.%로 15%p 이상 하락했다. 단순히 통합이 돼 재정자립도가 떨어졌다기보다, 지방재정 여건 악화가 전국적인 흐름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라며 "통합 당시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재정 규모 확대', '산업 재편', '자족 기반 강화'가 실제로 작동했느냐. 통합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 기반을 만들어냈다면 재정 구조를 개선할 기회 역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통합 이후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추가 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마산-창원-진해 간 연결도로를 말하고 싶다. 통합 취지는 마산-창원-진해를 한 생활권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각 도시간 연결하는 도로가 중요하다"라며 "그런데 이 연결도로가 통합하게 되면서, 통합창원시 내부간선도로로 변경돼 국비를 받을 수 없는 사업들이 되었다. 그래서 도로 건설 및 유지 모든 비용을 시비로 할 수밖에 없다. 도로, 철도 교통망 기반에 대한 지원이나 대안이 정부도, 통합창원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마산YMCA는 토론회를 정리를 하면서 "창원은 '돈이 없는 도시'라기보다, 본예산 과소추계·늦은 반영·이월·불용·기금 적립 확대 같은 운영 방식과, 정책 연속성 단절·대형사업 리스크가 겹치며 '세금이 삶으로 돌아오지 않는 체감'이 커진 도시라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라고 밝혔다.

▲마산YMCA는 21일 저녁 회관 청년관에서 "왜 창원은 가난한가"라는 제목으로 시민논단을 열었다. ⓒ 마산YM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