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가 윤석열 정부 법제처장 시절인 지난해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증인 : (임 전 사단장이 당시 회의에서) 가슴 높이까지 손짓하자 (중략) 참모가 그런 장비가 있다고 하니 '어 그거, 그거' 하고 (가슴 높이를 손짓하며) '이 정도 오는 장비가 있지 않냐'고 언급한 기억이 있다.
특검팀 : (임 전 사단장이) 가슴까지 손을 올리며 '(그걸) 뭐라 그러지' 이렇게 말한 사실이 있습니까.
증인 : 확실합니다.
채해병 순직 전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주관 화상회의(VTC)에 참석했던 간부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수중수색을 지시한 적 없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을 내놨다. 해당 간부는 임 전 사단장이 위 같이 언급한 기억이 있으며 "(가슴 장화의 평소 용도로 볼 때) 물에 들어가라는 얘기로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임 전 사단장의 수중수색 지시를 기억한다며 "확실히"라는 말을 반복했다.
특검팀 : 사단장 주관 VTC(화상회의)에서 임 전 사단장이 (도로) 위에서 보는 건 수색 정찰이 아니므로 수풀을 찔러보며 찾으라 말한 적 있나.
증인 : 확실히 들었다. 바둑판식으로 찔러보며 수색하라고 임 전 사단장이 언급했다.
더해 이 간부는 '채해병 순직 원인'을 묻는 채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 측 질문에 임 전 사단장의 리더십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순직 원인을 알기 위해선) 해병대 1사단에 임 전 사단장이 부임한 뒤에 부대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밑에 사람들은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라며 "그 고충이 (해소되지 않고) 쌓여나가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채해병이 숨진) 예천에서 한 번에 터졌다"라고 답했다.
임 전 사단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이러한 증인에게 "포병대대 쪽 지휘관들이 알아서 기어서 (수색을 지시)한 것도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임성근 '수풀 찔러라' 발언, 확실히 들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오전 9시 23분 서울 서초구 채해병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임 전 사단장 등 채해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의 여섯 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윤아무개 전 소령(당시 7여단 수송과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윤 전 소령은 2023년 7월 18일 임 전 사단장이 주관한 VTC 당시 상황을 묻는 채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 측 질문에 "임 전 사단장이 '가슴 장화'라는 말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가슴 높이까지 손짓했다"며 "VTC상 들리지 않았으나 참모가 그런 장비가 있다고 하자, 임 전 사단장은 '어 그거, 그거'라며 '이 정도 (가슴 높이로) 오는 장비가 있지 않냐'고 언급한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윤 전 소령은 "가슴 장화의 용도를 무엇으로 이해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물에 들어가라'는 얘기인가 정도로 느꼈다"며 "당시에 (사단장의 발언을) 타이핑으로 치면서 '그럼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인가?' 혼자 의문을 품었던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단장 VTC (내용은) 누구나 명확히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벤트인데 군사경찰(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이 이끌었던 초동 수사팀 - 기자 주)에 그런 언급을 한 게 저밖에 없다고 들었다"며 "그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사단장 VTC 내용을 기억 못 할 리가 없다. 개인적 비리라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갈 수 있으나 사람이 죽었는데 제가 생각한 해병대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 많이 실망했다고 (군사경찰에) 진술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윤 전 소령은 "(VTC 발언) 상당 부분을 노트북으로 기록했으나 지웠다"며 "통상 지휘관 회의를 하면 작전계통의 장교가 말씀을 정리한다. VTC 현장에 작전 장교가 있어 (기록을) 저장하지 않았다. (회의 기록 공유가) 제 임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지휘관 탓한 임성근 측, '명시적 지시 없었다' 거듭 강조

▲2023년 7월 19일, 채해병이 실종된 당시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윤 전 소령은 사고 원인을 묻는 질문을 받고도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신성한 법정에서 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해병대 문화는 '상급자나 지휘관의 니즈(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알아서 기어주는 문화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사건 발생 이유를 예천 현장에서만 찾는다면 '찾을 수 없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해병대 1사단에 임 전 사단장이 부임한 뒤에 부대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밑에 사람들은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 고충이 (해소되지 않고) 쌓여나가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채해병이 숨진) 예천에서 한 번에 터졌다고 생각한다."
이어 "해병대는 장군도 많지 않고 (규모가) 넓지도 않은데 사단장은 인사권을 쥐고 있다"며 "속된 말로 '1사단장이 차후 (해병대) 사령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잘나가는 분에게 찍혀서 좋은 게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과도한 액션을 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즉각 반대신문에서 윤 전 소령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알아서 상급자에게 기는" 해병대의 문화가 채해병 순직 사건의 원인 아니냐는 취지로 역공을 폈다.
임 전 사단장 측 이완규 변호사(윤석열 정부 법제처장)는 "(증인은) 전체적으로 이 사건 사고 원인에 대해 해병대 분위기를 말씀하셨다"며 "해병대가 좁은 조직이다 보니 '의중을 보고 알아서 기고 또 오버하는' 부분에 있어 그런 걸 원인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 변호사는 이어 "객관적으로 (임 전 사단장의) 명확한 지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포병대대 쪽 지휘관들이 알아서 기어서 (수색을 지시)한 것도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전 소령은 "(해병대의 문화와 관련해)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전체적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거듭 '임 전 사단장이 명시적으로 가슴 장화 착용 후 수색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승수 변호사는 "증인은 임 전 사단장이 가슴까지 손을 올린 모습과 '그 장화 뭐라고 하지'라고, (반문한) 이것만 본 것"이라며 "수변정찰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장화를 착용하고 수색하라'는 말처럼 구체적으로 (지시)한 건 없지 않나"라고 물었다. 윤 전 소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채해병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의 구체적 수색 방법 지시가 무리한 수중수색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그가 단편명령(해당 작전통제권의 육군 이양)을 어겼다는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임성근 등 공판 기사]
5차 : 대대장 "바둑판 수색, 물에 들어가야 가능" https://omn.kr/2goel
4차 : 이완규 "임성근이 압박?", 현장 중대장 "네 압박" https://omn.kr/2glmy
3차 : "허리깊이 수중 수색, 상부가 원해야 가능" https://omn.kr/2ggw9
2차 : 임성근에 유리하게 진술 바꾼 해병대 소령 https://omn.kr/2gecv
1차 : 말단 간부도 책임 인정, 임성근은 '전면 부인' https://omn.kr/2ga3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