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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갤러리 전시중인 자개를 이용한 미술작품
병원 갤러리 전시중인 자개를 이용한 미술작품 ⓒ 이혁진

어제는 온종일 서울아산병원에 있었다. 1년에 두 번 병원에서 암 환자 관련 여러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이비인후과, 종양내과. 비뇨의학과 등에서 요청한 검사들이다. 이른바 '추적 검사'들이다. 검사결과가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

병원 오기 전부터 초조했다. 추적 검사가 제법 익숙한데도 몸은 경직되고 밥맛은 떨어지고 의욕도 바닥이다. 암환자들에게 정기적인 검사는 숙명이다. 초기에는 수술과 항암화학제로 치료하다가 외래로 넘어가면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주기로 추적 검사를 시행한다.

나는 현재 수술 4년 차를 맞아 6개월마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 1년 후에 내원하라고 한다면 거의 완치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꿈에 그리는 목표이다. 그러나 5년 이상 생존율 예상이 빗나가는 걸 자주 목격했기 때문에 이 목표를 함부로 장담할 수도 없다.

이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채혈과 채뇨를 거쳐 방광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벌써 대여섯 번 받았지만 검사 받을 때마다 소변 기능이 민감해진다. 심호흡을 하면서 간신히 받았다. 마취를 하고 특별한 재발 변이가 없는지 검사는 5분 내로 끝났다. 3년 전 신장암 수술 이후 방광까지 항암치료를 마쳤는데 방광 내시경에서 재발이 발견돼 검사가 매번 두려웠다.

짧지만 바라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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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검사에 이어 진료실에 들어서자 비뇨의학과 주치의는 이름을 확인하고 말했다.

"재발이 없습니다."
"6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고 뵙겠습니다."

짧지만 바라던 말이다. 이에 나는 감사하다고 짧게 말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오후에는 이비인후과와 종양내과에서 의뢰한 목과 폐 부위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오전 검사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답답한 마음을 달랠 겸 병원을 한 바퀴 걸었다. 6개월 만에 병원에 들르니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원래부터 있던 갤러리 외에 복도 로비를 활용해 전시 공간을 확충한 것이다. 오가는 환자들이 감상하도록 배려한 것인데, 병원이 한층 밝아 보였다. 벽에 걸린 달항아리 도자기 그림들은 어딘가 푸근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환자 안내문 캠페인'이었다. 예전부터 환자 확인 절차가 있었지만, 잘못된 환자확인 안전사고를 보다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환자 확인은 안내문을 통해 접수할 때, 진료와 검사할 때, 주사 맞기 전에도 철저히 진행됐다.

 병원 복도와 로비에도 미술품을 전시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감상과 위로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 복도와 로비에도 미술품을 전시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감상과 위로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 이혁진

요새는 두 개 부위 CT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시차를 두고 각각 받았는데 검사절차가 간편해진 것이다. 방사선 조사량을 최대한 줄이면서 환자의 불편도 개선한 것이다. 한 번의 CT검사로 두 부위 결과가 동시에 판명되다니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기술이 놀랍다. 나는 CT를 찍기 전에 암병원에서 주사도 맞았다. CT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불투명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작업이다.

암병원 주사실에는 에나 지금이나 환자들로 가득했다. 암은 이제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국가암지식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5명 중 2명(37.7%), 여자는 3명 중 1명(34.8%)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암병원 주사실은 '침묵이 흐르는 공간'이다. 여기서 침묵은 생명에 대한 간절한 기도이다. 서로 암이라는 고통에 공감하며 치유하는 자리다. 주사실 간호사들은 투병 과정을 공유하며 응원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걸 실감한다.

검사를 마치고 다짐한 것

한 시간 주사 후 CT검사 준비실에서 큰 주삿바늘을 손등에 꽂고 CT실로 들어갔다. 그냥 누워서 받다가 목을 완전히 제친 상태로 검사를 받았는데 매우 고통스러웠다. 두경부암의 편도선 수술부위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려면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다시 암병동으로 이동해 체내의 나쁜 요소를 희석 시키기 위한 생리식염수 주사를 맞았다. 여기서 또 한 시간이 걸렸다. 부은 손등의 주삿바늘을 빼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여러 검사가 비로소 끝난 것이다.

정확한 검사 결과는 내주 주치의 외래를 통해 듣게 되지만 지쳐서 맥이 풀려 무조건 눕고 쉬고 싶을 뿐이었다. 이날도 하루 종일 병원에서 내 동선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아내가 측은하다. 자기 사업에 바쁜 아들도 위로 차 왔다.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니 밥부터 먹자고 제안했다.

병원 지하의 식당에 자리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한 방법 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식구들을 보니 눈물이 나왔다. 다시 한번 힘을 내면서 "그래 잘 살아보자!"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암환자#암병원#CT검사#내시경검사#환자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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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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