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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의 반정부 시위 현장 근처 불에 탄 시내버스.
이란의 반정부 시위 현장 근처 불에 탄 시내버스. ⓒ EPA/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에 시작해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이란 반정부 시위의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5일까지 최소 2,63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편 노르웨이 시민단체인 이란인권(IHR)은 14일 3,42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IHR은 <유로뉴스>에 이란의 보건부와 교육부 내 소식통들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받아 수정한 결과 사망자 숫자가 급증했다면서 집계한 사망자 중 3,379명은 시위가 절정이었던 지난 8일부터 12일 사이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의 사망자 집계에 차이가 있다는 건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란 정부는 공식적인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란 정부의 인터넷 금지 조치와 해외 언론이나 국제 시민단체의 현장 접근 차단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상자 집계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한편 15일(현지 시각) 영국의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은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가 잦아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부와 군의 잔인한 진압과 국민 학살이 '효과'를 발휘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 사용 제한으로 외부와의 소통이 힘든 상황이지만 이란 국민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상을 내보내고 있으며 전화 통화를 통해 폭력 진압의 상세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란 정부의 시위대 살해와 관련된 상황 등이 해외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국가에 의한 무차별 학살... "군인들이 얼굴에 총을 겨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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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영국의 <스카이뉴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망한 수백 명의 신상을 파악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 중에는 최연소 사망자로 보이는 15세의 타하 사파리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테헤란에서 체포돼 구금됐다 1월 1일 사망했고 며칠 후 가족들에게 시신이 인도됐다. 시위를 하다 해외로 피신한 여성인 레일라는 <스카이뉴스>와의 전화 연결에서 "모스크 주변에서 한 명의 남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한 걸 봤다"며 "몇분 후에 갔더니 시신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친구의 사촌은 5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스카이뉴스>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갔다 총에 맞아 사망한 17세의 아미르 알리 하이다리 사례도 보도했다. 사촌인 디아코 하이다리는 아미르가 가슴에 총상을 입었고 머리에도 여러 발의 총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디아코는 당국이 시신을 시내버스에 실어 병원으로 옮겼고 삼촌이 거의 500구의 시신을 뒤져 아미르를 찾았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아미르가 죽은 당일 인근에서 시위대의 구호 소리와 총성이 함께 들리는 영상도 함께 보도했다.

BBC는 15일 기사에서 함께 시위에 나갔다가 아내를 잃은 남편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남편인 레자는 아내인 마르얌을 팔을 둘러 보호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날아온 총에 맞아 아내가 사망했다. 1시간 반 동안 아내의 시신을 옮기다 지쳐 골목에 앉은 그에게 근처 주민이 문을 열어줬다. 그집 사람들은 아내의 시신을 차고로 옮기고 하얀 천으로 감쌌다. 죽기 며칠 전 마르얌은 7살과 14살의 아이들에게 시국을 설명하며 "엄마 아빠가 시위에 나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르얌은 시위에 나갔다가 살해당한 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수천 명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보도를 보면 이란의 시위대 진압은 단순한 폭력 진압이 아니라 무차별 학살에 가깝다. 특히 군이 시위자의 머리와 가슴 등을 향해 조준 사격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정부와 군 수뇌부의 명령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한 주민은 BBC 이란 지부 기자에게 "(정부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서 동네에서 피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보안군이 "대부분 머리와 얼굴에 총을 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2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하다 시민운동가가 된 아자디 네트워크(Azadi Network)의 창립자인 네긴 쉬라가에이를 인터뷰했는데 그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이란 내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그녀는 보안군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시위 첫날에는 보안군이 사용한 실탄과 고무탄의 비율이 1대 4였지만 이틀 후부터 대부분 실탄이 사용됐다면서 이런 이유로 부상자보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러 병원에서 보안군이 부상자를 납치했고 그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네긴은 또한 이란 내 여러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보안군이 시위에 가담했다가 사망한 가족의 시신을 숨기고 있는 집들을 찾아내고 있다고도 밝혔다. 보안군이 시신을 가져가고 가족들에게 반정부세력에게 가족이 살해됐다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가족의 시신을 묘지가 아닌 사유지에 몰래 묻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안군이 상황을 증언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의 의사, 인턴, 직원 등을 체포하기 시작했다고도 말했다.

"이스라엘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이란 외무장관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그라치 ⓒ AP/연합뉴스

지금까지 보도된 여러 영상들 또한 사망자 숫자가 집계된 것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BBC는 미국의 인플루언서이자 운동가인 바히드가 사회관계망에 올린 영상을 통해 10일 테헤란 남부의 카리자크 포렌식 의료센터의 모습을 보도했다. 바히드에 따르면 이 영상을 촬영한 남성은 인터넷망을 찾아 약 1,000 킬로미터를 달렸고 이웃 국가의 인터넷망을 이용해 영상을 업로드했다.

여러 개로 편집된 영상은 병원 건물 바닥에, 그리고 안뜰과 창고에도 시신 가방이 널려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완전히 잠기지 않은 시신 가방을 통해 피가 흥건한 시신들과 사망자들의 부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피에 젖은 수건과 천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BBC는 영상 분석을 통해 시신이 약 186구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 모든 상황을 부인하고 사망자가 수백 명 정도라고 주장했다. 14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망자 숫자 '부풀리기'는 "이스라엘의 음모"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외부 테러리스트들이 들어와서 IS가 하는 것처럼 경찰을 산 채로 불태우고 참수를 했으며 시위대에도 발포를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끌어내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이 사망자 숫자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란의 상황은 국가에 의한 국민 학살로 가장 심각한 국가 폭력이다. 이란 정부는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잔인한 방식으로 시위자들을 공격 및 살해하고, 다른 한편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대량 학살은 없었다고 지지자들과 국제사회에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잔인한 시위 진압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란인들의 노력으로 학살 상황은 이미 전 세계에 알려졌다. 앞으로 더 많은 사례와 상세한 상황이 드러날 것이다. 이에 따라 자국민을 대량 학살한 이란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더욱 높아지고 향후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의 진상조사 압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반정부시위#이란시위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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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 박사,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평화연구자와 갈등해결 전문가로 활동, 저서는 <공격 사회>, <평화학>, <갈등해결 수업>, <평화의 눈으로 본 세계의 무력 분쟁>, <10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갈등은 기회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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