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 12월 18일 이재명 대통령과 대전·충남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 대통령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으로 광역시·도 통합 논의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전지역 시민단체가 '주민 배제형 속도전'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숙의와 공론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이 행정통합 과정에서 주민투표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점을 두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여연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 최근 대전·충남 통합 논의에 이어 광주·전남 등 전국 곳곳에서 행정통합이 추진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구체적인 밑그림 없이 '5극 3특'이라는 구호만 앞세워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동안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의견 수렴을 요구해 왔으나,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이러한 요구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문제로 삼는 대목은 지난 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와 서구을지역위원회 추진단이 둔산사회복지관에서 개최한 '대전·충남 통합 타운홀미팅'과 같은 날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전참여연대는 해당 타운홀 미팅에서 "통합 시 인구가 5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장밋빛 주장만 제시됐을 뿐, 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현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전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주민투표보다는 시·도의회 의결을 중심으로 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한 것에 대해 "행정구역을 변경해 주민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에서 주민투표를 배제하겠다는 인식은, 국정과제로 내세운 국민주권과 자치분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실제 이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직접 주재한 광주·전남 시도지사·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더라도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 주민투표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도 의회의 의결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간담회 참석자들이 전했다.
대전참여연대는 "이것이 과연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약속했던 '국민주권정부'이자 '자치분권'의 모습인가"라고 따져물으면서 이재명 정부의 행정통합 과정에 대해 3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먼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공약이 애초부터 행정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정과제에 명시된 5극 체제의 실현 방식은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운영'으로, 이는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법인격을 유지한 채 특정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하는 연합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2월 대전·충남·충북·세종이 참여한 충청권 초광역 협력체계가 출범해 교통망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운영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국정과제의 본래 취지였던 광역 경제 연합 모델을 지운 채 행정통합만을 유일한 해법처럼 제시하는 것은 주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대국민 기만"이라는 것이 대전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주민 배제한 속도전은 권위주의 시절 관치행정과 다르지 않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와 서구을지역위원회 추진단은둔산사회복지관에서 '대전·충남 통합 타운홀미팅'을 개최했다. ⓒ 민주당대전시당
두 번째 문제는 주민투표를 '불필요한 소요'로 치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치권이 주민투표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통합 지자체장을 선출하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민을 배제한 채 정치권 중심의 속도전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관치행정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세 번째는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는 행정통합이 '특례 남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이들은 통합을 조건으로 재정 지원과 특별법상 특례를 약속하는 방식이 확산될 경우, "전 국토가 예외 규정과 특례로 누더기가 되고, 국가는 특례 쟁탈전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안으로 국정과제에 명시된 제3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과 자치입법권 강화를 통한 보편적 지방분권 강화를 제시했다. 이들은 "찔끔거리는 시혜성 특례나 일회성 재정 지원을 미끼로 통합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숙의와 공론을 전제로 한 지방분권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전참여연대는 끝으로 "숙의 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걸림돌로 치부한 채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행정통합은 기대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중앙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 속도 경쟁을 붙이며 '놀라울 정도의 지원'이라는 미끼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을 포함한 지방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로드맵을 가지고 충분한 숙의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