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TF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TF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 이정민
두 줄 단추가 인상적인 더블코트에 푸른색 계열의 머플러를 착용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수행원과 함께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도착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 :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을 매수하기 위해 금품을 줬습니까?"
김성태 : "매수할 게 뭐가 있어요?"
김 전 회장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기자들은 그의 등 뒤로 "수원지검 조사실에 술 반입한 거 맞습니까?", "이화영 전 부지사도 회유하려고 한 겁니까?"라는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이화영이를 회유할 게 뭐가 있다고 회유를 해요"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곤 몇 걸음 옮긴 뒤 다시 뒤를 돌아보며 "수고들 하세요, 추운데"라는 말을 남긴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고검 인권침해 TF는 김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쌍방울 측이 대북송금 재판 핵심 증인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을 회유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수원지검 조사실에 외부 음식·술을 반입해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진술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핵심 쟁점이다.
서울고검은 지난달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방용철 전 부회장과 안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고검은 지난달 30일 당시 수사 검사였던 박상용 검사(현 법무연수원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데 이어, 6일 방용철 전 부회장, 7일 소주를 반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아무개 전 이사 등을 잇달아 조사했다. 12일에는 안 회장에 대한 조사가 예정됐다.
<오마이뉴스>는 김 전 회장 조사에 맞춰 그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문을 선별해 정리했다.
① 184회 '특혜' 출정... 어떻게 연어, 소주, 커피, 마카롱이 수원지검에 반입됐나?
지난해 9월 17일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작성한 16쪽 분량의 '연어·술파티 의혹, 조사결과[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2023년 1월 17일부터 2024년 1월 23일까지 약 1년의 구속기간 동안 총 184회 검찰에 출정해 편의를 받았다.
법무부는 해당 보고서에 "휴일 1313호 검사실에서 검사조사가 있는 날 점심 및 저녁 시간이 되면 공범들에게 외부도시락이 식사로 제공됐는데, 도시락 종류는 육회덮밥, 회덮밥, 자장면, 갈비탕, 설렁탕, 곰탕, 삼계탕, 국밥, 비빔밥, 육개장, 초밥 및 육회도시락 등 다양했다"며 "조사 중 OOO 검사가 김성태에게 식사 전 먹고 싶은 음식을 먼저 물어보았고, 김성태가 말한 음식이 도시락으로 제공된 것을 목격하였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박OO 등 쌍방울 직원들이 김성태를 면회하기 위해 1313호 검사실에 오면서 수시로 커피를 사 가지고 온 것을 목격한 계호교도관들의 진술이 있다. 마카롱, 쿠크다스, 햄버거 등도 목격했다는 계호교도관 및 이화영의 진술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는 김 전 회장 출정에 맞춰 수원지검 인근에서 끝자리 1084번 쌍방울 법인카드로 집중 결제가 이뤄진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결제내역 역시 김 전 회장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남도음식 중심인 것이 확인됐다. 심지어 커피와 쿠크다스, 마카롱 등을 검찰청에서 먹었다는 진술을 뒷받침하는 카페와 편의점 등 결제 내역도 다수 확인됐다.
무엇보다 2023년 5월 17일 저녁 6시 34분과 37분 쌍방울 법인카드가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각각 1만2100원, 1800원이 결제됐고, 각각 '소주 3병과 생수 3병, 담배 1갑, 비닐봉투 1장', '소주 1병' 값인 것이 드러났다. 특히 1800원은 생수병에 '소주갈이'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소주를 보충하기 위해 구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가장 큰 의문은 이 지점에서 제기된다. 수원지검은 왜 김 전 회장을 184회나 출정시키며, 소주 반입 의혹까지 초래하는 편의를 제공했을까?
② 김성태, 왜 진술을 바꿨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TF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TF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 이정민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시계를 2023년 1월로 돌려야 한다.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될 당시만 해도 "이재명씨와 전화한 적 없다. 전화번호도 알지 못한다"며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인했던 김 전 회장은 구속 이후 열흘쯤 지나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재명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송금을 했다"라고 진술한다.
김 전 회장을 비롯해 쌍방울 관계자들이 검찰의 공소사실 대로 진술하자,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해 오던 안 회장도 2023년 4월 공판에서 "쌍방울이 북한에 준 800만 달러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가 맞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안 회장에 대한 쌍방울의 금전 지원이 있었다고 서울고검은 보고 있다.
김 전 회장과 30년 인연으로 '도원결의한 형제'라고 밝힌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은 아래와 같이 김 전 회장이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그때 왜 얘(김성태)가 넘어갔냐. 원래라면 안 넘어갈 거였습니다. 왜냐하면 얘가 의리가 있었습니다. 뭐든지 다 지키려고 그랬고. 근데 회사가 문제가 됐습니다. 주변에 열명이 넘는 우리 식구들을 (검찰이) 싹 다 잡아갔습니다. (김 전 회장) 친동생도 구속시켰습니다. 방용철(부회장)도, 양선길(사촌), 박OO, 엄OO 다 구속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가 엉망이 되고, 제수씨들은 국세청 동원해서 다 신용불량자 만들어버리고... 그러니까 얘가 이제 이러다 죽겠다 싶으니까 맞장구 치고 나간 거죠."
조 전 부회장은 "이화영이를 잡아, 제대로 잡자, 그러면 이재명이 자동으로 잡힌다, 이런 이제 스토리 테마였죠", "검찰에서 제시한 건 형량과 횡령금액을 줄여주고, 주가조작한 것에 대한 것(무마)이었다"며 검찰의 압박과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박상용 검사는 지난해 9월 국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이화영·김성태 등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 적이 없으며, 수사 과정에서 특별 대우나 외부 음식 반입은 없었다고 반복적으로 말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2024년 5월 14일 자신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외환거래법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진술 회유·압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상용 검사에 대해 "예의 바르고 품격 있다"라고 평했다.
이날 수원지검 검사들은 김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성태는 이화영에게 법인카드를 준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과 임직원들의 진술도 일치하기 때문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스마트팜 비용이 대납된 후 북한 김영철이 친서를 보냈고, 국정원 문건에도 부합한다"라면서도 "김성태 스스로 여죄를 진술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노력한 사정과 횡령 등 기업 범죄에 대해 추가 구형할 사정을 참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부터 2달 뒤인 2024년 7월 12일 김 전 회장은 12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로부터 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2년 6개월을, 업무상 배임·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는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이 이화영의 요청 또는 회유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후 김 전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