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월), 가족 여행으로 경주에 있는 불국사를 다녀왔다. 불국사 입구에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 숙소들이 여전히 늘어서 있었다. 다만 1980년대 초·중·고등학생들의 대표적인 수학여행지였던 이곳은, 최근 수학여행이 반 단위의 소규모 형태로 전국의 다양한 장소로 분산되면서 예전만큼의 번화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경주 시내에 있는 황리단길이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국사에는 여전히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인 751년, 신라의 재상 김대성이 주도하여 건립한 불국사는 통일신라 건축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찰이다. 특히 불국사 정문으로 이어지는 다리들은 국보로 지정된 국가유산으로, 불국사의 상징적인 공간을 이룬다.

▲불국사 자하문 ⓒ 여경수
청운교와 백운교는 대웅전을 향하는 자하문과 연결된 다리로, 다리 아래는 속세를, 다리 위는 천상 세계를 의미한다고 전해진다. 연화교와 칠보교는 속세 사람들이 오가는 다리가 아니라, 극락세계를 깨달은 이들만이 건널 수 있는 다리로 여겨졌으며, 안양문을 지나 극락전으로 이어진다. 특히 연화교의 층계마다 새겨진 연꽃잎 무늬는 정교하면서도 상징성이 뚜렷하다. 예전에는 이들 다리 아래로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불국사 대웅전 현판 밑에 있는 황금돼지 조각을 찾는 이들 ⓒ 여경수
최근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서 발견된 '황금 돼지' 조각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민중들이 복을 기원하고 재앙을 막고자 했던 기복 신앙이 스며든 흔적으로 보인다. 극락전이라는 불교적 공간 속에 이러한 민중 신앙의 상징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극락전 안에는 높이 1.66미터의 아미타여래불이 모셔져 있는데, 이 불상은 사실적이면서도 세련된 조형미를 지니고 있어 통일신라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불국사 대웅전 ⓒ 여경수
대웅전 앞마당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다보탑은 오늘날 10원짜리 동전에도 새겨져 있어 우리에게 익숙한 탑이다. 석가탑에는 석공 아사달과 그의 연인에 관한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이 밖에도 불국사에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알려진 무설전을 비롯해 비로전, 관음전 등 여러 법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김대성은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내세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지었다고 한다. 토함산에 자리한 불국사와 석굴암은 모두 부처님의 자비를 통해 당시 민중의 삶이 평온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치열했던 삼국 간 전쟁을 마무리하고 평화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바람이 이 공간 곳곳에 스며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