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조선인민군 주요 화력타격 집단 관하 구분대 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2026.1.5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미국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압송한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전례 없는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단순한 남미 정세의 변화를 넘어, 평양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현실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참수 작전' 목격한 북한, 핵무기 자동보복체계 준비할 것"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일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에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높이는 이유(Why the US Operation in Venezuela Raises the Risk of War on the Korean Peninsula)"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력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전례 없는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국제 질서 규범을 산산조각 냈다"며 "가장 위험한 여진은 카라카스(베네수엘라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평양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 지도부에 심어준 심리적 충격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어 미국 특수부대에 의한 주권 국가 지도자 추출은 그의 가장 깊은 공포를 확인시켜 준다"며 "이른바 '참수 작전'이 비상 계획에 묻혀 있는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제 이행되는 미국의 정책 도구라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습격을 법 집행 조치로 규정하고 석유 등 자산 회수와 연결 지은 점이 북한의 편집증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적대 세력이 법 집행이나 자산 회수를 구실로 경고 없이 참수가 닥칠 수 있다고 믿게 될 때, 합리적인 대응은 보복을 자동화하고 결정 시간을 압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이미 법제화한 핵무기 자동 사용 조항을 언급하면서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냉전 시대의 '데드 핸드(Dead Hand, 소련이 개발한 자동 핵 보복 시스템)'와 같은 북한판 자동 보복 체계"라고 경고했다.
의도된 전쟁보다 오판에 의한 재앙이 더 위험하다
김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한미 당국과 북한 사이의 오판 가능성이다. 그는 "한반도가 처한 핵심적인 위험은 미국의 의도적인 침공이나 북한의 계산된 공격이 아닌 오판"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한미 양국 군대의 사소한 전술적 움직임, 통신 오류, 혹은 예고되지 않은 훈련이 공포에 질린 북한 지휘부에 의해 마두로 대통령을 향한 것과 같은 참수 작전의 시작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사용하지 않으면 전부 잃는다(Use it or lose it)'는 사고방식 아래서 사실관계 확인 전에 발사해야 한다는 압박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모호성이 오히려 공포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은 보존하되 전술적 예측 가능성은 강화하는 이중 트랙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전술적 예측 가능성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증대되어야 한다"며 "만약 접경 지역에서 훈련이 열린다면 그 일정과 규모, 진출 한계를 공개하여 훈련이 침공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그 어떤 그럴듯한 핑계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침공 직후 미사일 발사한 북한, 핵무기 보유라는 차별성 강조한 것"
마이클 보삭 요코스카 아시아태평양연구협의회 연구원 또한 같은 매체에서 북한의 기민한 대응을 분석하며 위기감을 더했다. 6일 보삭 연구원은 "북한은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이 펼친 전략에 어떻게 대응했는가(How North Korea Responded to the US Gambit in Venezuela)"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북한이 마두로 대통령 압송 직후 감행한 미사일 발사를 단순한 시험이 아닌 억제 신호로 진단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5일 "우리의 이러한 활동(미사일 발사)은 핵 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 하자는 데 있다"며 "이것이 왜 필요한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주고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보삭 연구원은 해당 발언이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한 명백한 암시이며 트럼프 행정부에 베네수엘라와 북한은 핵무기 보유 여부라는 차별성이 있음을 부각하고 필요시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핵심적인 신호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로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면서 억제력을 배가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마두로 정권을 향한 습격이 북한을 당황하게 했을 수도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결정보다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