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 12월 31일 정진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갑)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제52조 및 제123조에 명시된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중앙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어 최장 8년까지만 임기 수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횟수 제한 없는 무제한 출마가 가능해진다. ⓒ 대한민국 국회
지난 2025년 12월 31일 정진욱 의원 등이 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놓고 중소기업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의 연임 제한 규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민간단체의 자율성 강화'와 '경영 연속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특정 인물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기 위한 '맞춤형 입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제한 출마 길 열려… 사실상 '종신제' 비판
정진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갑)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52조 및 제123조에 명시된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 중 정 의원을 비롯해 이언주(더불어민주당), 박성민(국민의힘), 김종민(무소속),이재관(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명은 중소기업중앙회를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다.
개정안을 보면 자율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사장(이사장)은 두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 '이사장 연임에 관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로, 중소기업중앙회장(중앙회장)에 대해서는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회에 한정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임기는 4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는 안이다.
현행법상 이사장은 두 차례, 중앙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어 각각 최장 12년과 8년까지만 임기 수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횟수 제한 없는 무제한 출마가 가능해진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개별 중소기업들이 모인 자조 조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모든 조합과 연합회를 총괄하는 경제 단체로 중소기업의 권익 대변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1962년 중소기업 육성시책에 따라 설립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그동안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개최, 중소기업의 사회공헌 확산을 위한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설립, 소기업·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인 노란우산공제 운영 등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24년 기준 69만여 곳이 중소기업중앙회에 가입돼 있다.
이번 법 개정안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현 김기문 중앙회장의 행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제23·24대(2007.2~2015.2) 8년을 거쳐, 4년의 공백 후 다시 제26·27대(2019.2~현재) 회장에 당선된 '역대 최초 4선' 회장이다. 이번 개정안은 임기 종료를 앞둔 현직 회장이 또다시 출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셈이다.
연임제한 폐지 연판장 직후 나온 개정안

▲개정안 발의에 앞서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일부 조합장을 중심으로 연임규정 폐지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연판장에는 "협동조합은 민간 경제단체이므로 리더십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연임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라며 "중소입업협동조합 임원에 대한 연임규정 제한을 폐지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심규상
그런데 개정안 발의에 앞서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일부 조합장을 중심으로 연임규정 폐지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연판장에는 "협동조합은 민간 경제단체이므로 리더십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연임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라며 "중소기업협동조합 임원에 대한 연임규정 제한을 폐지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내부 조합장을 중심으로 연판장을 돌렸는데 현 중앙회장과 약 900여 개의 업종별·지역별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임원들의 임기연장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연판장이 곧바로 의원들의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발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연임제한이 중앙회의 자율성 운영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정부 수탁사업비를 집행하며 중소기업 정책의 실질적인 집행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땀방울이 맺힌 30조 원 규모의 노란우산공제(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이 폐업이나 노후 대비 사회안전망) 자산도 운용하고 있다.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연임 제한마저 사라진다면..."

▲중소기업중앙회 조직도 ⓒ 중소기업중앙회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는 연간 수천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집행하고 중소기업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적 성격이 강한 조직"이라며,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연임 제한마저 사라진다면 조직이 사유화 되거나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자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특정 개인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입법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중소기업계의 진정한 혁신은 고인 물을 퍼내고 새로운 리더십이 수혈되는 민주적 거버넌스 확립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