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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느린학습 아동에게 든든한 마을이 되어 준 어른들이 있다. 유니클로와 아이들과미래재단은 지난 3년간 느린학습 아동을 위한 교육지원사업 ‘천천히 함께’를 운영해왔다. 사업의 핵심은 느린학습 아동의 특성과 속도를 존중하며, 1대1 멘토링을 통해 학습과 정서, 관계 형성을 장기간 지원하는 데 있다. 지난 12월 20일 열린 멘토 해단식을 맞아, 지난 1년간 아이들의 곁을 지켜온 멘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사에 등장하는 아동과 보호자, 멘토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천천히 함께 멘토가 느린학습 아동과 1대1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학생과는 무관한 사진이다.
천천히 함께 멘토가 느린학습 아동과 1대1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학생과는 무관한 사진이다. ⓒ 아이들과미래재단
"아이들의 큰 세상.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큰 세상이 되어주신 두 분께 이 상을 드립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멘토와 학생이 마주 앉아 구구단을 외우고 있었다. 학생은 멘토링 시간 50분 동안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했고, 때로는 교실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교실 문틈으로 수업을 지켜보던 학교사회복지사 김윤아 씨의 눈에도 그 장면이 들어왔다. 그러나 멘토 선생님은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업을 이어갔다.

김 사회복지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속도대로, 마음껏 뛰어 놀아도 괜찮은 곳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상의 이름을 '아이들의 큰 세상'으로 정한 이유다. 이 상은 느린학습 아동 교육지원사업 '천천히 함께'에 참여한 고종원, 이관희 멘토에게 전달됐다. 두 멘토는 지난 1년간 느린학습 아동과 1대1로 만나 학습 지도뿐 아니라 정서 안정과 관계 형성을 함께 지원해왔다.

이처럼 느린학습 아동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멘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은 지난해 12월 20일 '2025 천천히 함께 멘토 해단식'을 열고,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느린학습 아동과 '천천히 함께'
 지난 12월 20일 열린 '2025 천천히 함께' 멘토 해단식에서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열린 '2025 천천히 함께' 멘토 해단식에서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아이들과미래재단
천천히 함께는 경계선지능 아동, 이른바 느린학습 아동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이다. 느린학습 아동은 인지·학습 속도가 또래보다 느리지만 장애 등록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현행 제도 안에서는 적절한 교육과 돌봄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는 학습 부진이나 문제 행동으로만 인식되기 쉽고, 양육 부담은 보호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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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원, 이관희 멘토가 만난 아이들 역시 학급 안에서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칭찬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경험하지 못해 위축돼 있었다. 그러나 정기적인 1대1 수업과 장기간의 관계 형성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대로 배우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유니클로와 아이들과미래재단은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부터 천천히 함께 사업을 운영해왔다. 유니클로는 지난 3년간 총 31억 원 이상을 기부했으며, 이를 통해 현재까지 699명의 아동이 맞춤형 교육을 받았다. 퇴직교원과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 등 교육 전문가 341명이 멘토로 참여했고, 누적 교육 시간은 1만7,431시간에 달한다.

선생님과 3년, 좋아하는 걸 찾았어요
 천천히 함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느린학습 아동. 기사에 등장하는 학생과는 무관한 사진이다.
천천히 함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느린학습 아동. 기사에 등장하는 학생과는 무관한 사진이다. ⓒ 아이들과미래재단
허윤희 씨의 자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간 천천히 함께에 참여했다. 허 씨는 "느린학습 아동 프로그램은 보통 한 학기나 1년이면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업은 같은 선생님이 3년 동안 아이의 성장 단계를 함께 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느린학습 아동에게는 한 가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는"멘토가 아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을 함께 찾아주고, 끝까지 해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다"며 "캘리그라피라는 취미를 갖게 된 것도 멘토링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허 씨와 자녀는 멘토에게 '취미부자상'을 건넸다.

아이는 수업이 있는 날이면 웃으며 집에 돌아왔다. 허 씨는 "선생님께서 아이를 잘 챙겨주시고, 수업 이후에도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고민이 있을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졸업을 해 멘토링은 끝나지만, 그동안 멘토에게 들었던 말들이 아이 마음속에 남아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다른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선한 영향력을 계속 펼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가족의 영양제

현우의 보호자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천천히 함께를 만났다. 그는 "그동안 학교에서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부족하다', '잘 안 된다'는 말만 들어왔다"며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살필 여유도, 방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공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천천히 함께가 보완해줬다"며 "우리 가족에게는 꼭 필요한 영양제 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멘토는 현우의 부족한 점보다,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지점에 집중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현우의 학교 진도를 무작정 따라가지 않고, 필요한 단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후 현우는 '100점을 맞았다'며 자랑스럽게 시험지를 꺼내들었다.

현우의 보호자는 "학교에서는 뭐든 안 하려고 한다고 들었지만, 돌이켜보니 틀릴까 봐 두려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며 "수업이 이어지면서 아이 표정이 밝아졌고, 또래 사이에서도 크게 소외되지 않고 어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가 '해보겠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 게 가장 큰 변화였다"고 덧붙였다.

올해 사업에서는 아동의 학습·정서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기 위해 종합심리검사 지원도 시작됐다. 현우 역시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받았다. 보호자는 "검사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에 계속 미뤄왔다"며 "검사 결과를 듣고 나니 아이의 행동을 '왜 이럴까'가 아니라 '이래서 그랬구나'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4×8=32' 둘이 만세를 불렀어요
 오현아 멘토가 해단식에서 받은 상장과 수료증을 들고 있다.
오현아 멘토가 해단식에서 받은 상장과 수료증을 들고 있다. ⓒ 느린인뉴스
3년째 멘토로 활동한 오현아 멘토는 두 명의 느린학습 아동을 만났다. 그는 천천히 함께 멘토이자, 고등학생 느린학습 자녀를 둔 양육자다. 자녀 양육을 위해 다니던 증권회사를 그만둔 그는, '천천히 함께'를 계기로 대학 시절 취득했던 정교사 자격증을 다시 꺼내 들었다.

멘티 중 한 명은 착석과 집중을 어려워했다. 교실에 들어오면 선생님 책상 뒤로 숨거나 화장실을 자주 찾았다. 오 멘토는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같은 문제를 여러 방식으로 반복하며 기다리는 수업을 택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니 변화가 찾아왔다. "4×8이 유독 안 됐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32'라고 말 하더라고요." 오 멘토는 "아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둘이 손 들고 만세를 불렀다"며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느린학습 자녀를 키우며 쌓은 경험이 멘토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아이마다 성향은 다르지만, 집중 시간이 짧고 반복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이 중요한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 멘토는 학습보다 관계를 먼저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아이가 편안해지는 순간, 학습은 그다음에 따라왔다.

오 멘토는 앞으로도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더 배운다고 해서 제 아이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면서도 "멘티들과 또 다른 느린학습 아동들을 위해 더 공부하고 싶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저에게는 더 큰 기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자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족한 부분만 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훅 지나간다"며 "지금 이 순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멘토들에게는 "멘티를 만날 때마다 그 아이의 장점을 꼭 하나씩은 찾아달라"며 "그게 아이를 가장 오래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숫자로 남은 '기다림의 시간'
 해단식에서 천천히 함께에 참여한 한 멘토가 참여 소감을 나누고 있다.
해단식에서 천천히 함께에 참여한 한 멘토가 참여 소감을 나누고 있다. ⓒ 아이들과미래재단
이처럼 느린학습 아동의 성장을 위해서는 곁에서 기다려주고,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날 해단식에서 한 멘토는 "세상에서 선생님처럼 저를 칭찬해 준 사람이 없었다"며 "어디에서도 늘 불안했는데, 선생님 덕분에 제가 칭찬 받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한 멘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이들의 성장은 멘토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왔다. 경인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멘토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교사라는 꿈이 더 확고해졌다"며 "아이들을 만나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천천히 함께 교육지원사업에는 약 240명의 느린학습 아동이 참여했다. 1대1 멘토링은 주 1회, 회당 50분씩 진행됐으며, 누적 교육 시간은 약 5,660시간에 달한다. 또한, 재단은 사업 3년차를 맞아 아이들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살피기 위한 종단 연구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종합심리검사 지원을 실시하고, 지역별 25개 거점센터에서 아동의 사회성 향상을 위한 소그룹프로그램과 양육자교육을 함께 진행했다.
 천천히 함께에 참여한 멘토들과 아이들과미래재단 김병기 본부장(가운데)이 수료증 수여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천천히 함께에 참여한 멘토들과 아이들과미래재단 김병기 본부장(가운데)이 수료증 수여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아이들과미래재단
이날 아이들과미래재단 김병기 본부장은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의 느린 속도를 기다려주며 맞춤형 교육을 실천해주신 멘토들 덕분에 아이들이 학업은 물론 사회성 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유니클로와 함께 느린학습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유니클로 김지훈 홍보실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유니클로는 미래 세대의 주역인 아동들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느린인뉴스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느린학습 아동 교육지원사업 ‘천천히 함께’의 일환으로 제작됐습니다. 천천히 함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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